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66 감수성이 예민해질 때 들어야 할 조니 캐시(Johnny Cash)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오면 감수성이 예민해진다. 환절기에 조심해야 하는 건 감기만이 아니다. 울컥하며 차오르는 눈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MG새마을금고의 ‘영화관에 찾아온 시’ 광고를 봤다. 윤보영 시인의 를 낭송하는 광고였다. 낭송자는 배우 김상중이었다. 광고를 보며 울컥했다. 시도 좋았지만, 김상중의 낭송이 너무 좋아서였다. ‘너에 대한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오히려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밀려 들어오는 걸 어쩌면 좋겠냐’고 하는 화자의 애절함이 낭송자의 목소리에 가득 담겨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날 본 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영화였는데, 영화관을 나서는 내 머릿속에는 온통 광고뿐이었다. 조니 캐시의 In My Life 지난 주말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카페.. 2020. 6. 3.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자전거로 생활하던 이야기 네덜란드 흐로닝언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그곳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자전거를 탄다. 없이 못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좋은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등하교 시간이면 도심부로 들어가는 사거리 신호등에 수십 대가 촘촘히 붙어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 곳곳의 자전거 거치대는 사람들이 자물쇠를 잠그다 만난 지인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들로 가득했다. 그곳에 살며 매일 수백 대의 자전거를 스쳤다. 걸음보다 빠르지만 자동차보다 느린, 그 사이의 속도를 가진 매력적인 도시로, 자전거가 없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 흐로닝언의 신호등에는 비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우천시 자전거에 신호 우선권을 준다. 게다가 .. 2020. 6. 2.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 페이소스 가득한 블랙 코미디 김봉철의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는 어둡지만 밝은, 슬프지만 웃긴 에세이집이다. 김봉철은 유년시절의 학대가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빅맥' 같은 영어 단어나 '비냉(비빔냉면)' 같은 줄임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그 단어를 소리 내서 말할 때 본인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지레 걱정되기 때문이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리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홀로 방에 처박혀 보내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겨우 얻은 일자리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다. 그만큼 상처받고 여린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그의 행동뿐이다. 그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이 충만하다 못해 넘친다. 그도 남들.. 2020. 6. 1. 그래도 어머니의 눈을 가졌기 때문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였다. 좁은 골목길에 기타 케이스를 열어 놓고 버스킹을 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드레드락을 하고 있었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공연을 보다가 유독 한 노래에 마음이 꽂혔다. ‘mama’를 부르는 곡이었다. 들리는 가사를 닥치는 대로 핸드폰에 적어 두었다가, 그날 밤 숙소에서 찾아보았다. Justin Townes Earle이라는 가수의 ‘Mama’s Eyes’라는 노래였다. 저스틴 타운스 얼의 Mama's Eyes 원곡을 듣고 나는 그날의 연주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버스커의 해석도 나쁘지 않았으나, 원곡의 표현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커는 이 곡을 레게 스타일로 편곡해, 엇박에 강세를 두고 몸을 흔들흔들거리며 노래.. 2020. 5. 30. 광고/홍보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제주도의 맛 Top 5 1주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보통 나에게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먹는 것보다는 걷고, 보고, 배우는 것들이 늘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은 첫째로 온전히 쉬기 위해 간 여행이었고, 둘째로 걷기 힘들 정도로 심한 발바닥 통증이 있어서 먹는 것이 최우선이 되었다. 다행히 살기 위해 먹는 나와는 달리 식도락을 즐길 줄 아는 훌륭한 아내가 있어서 덜 걷고 덜 봐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었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주도에서 먹은 기억에 남는 음식 5가지를 꼽아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렇게 추억을 정리하고, 행여나 지인이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 잊지 않고 추천해줄 수 있도록 적어두는 것이다. 명진전복 - 전복돌솥밥과 전복구이 명진전복은 예정에 없었는데 .. 2020. 5. 29.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대림동을 다녀와서 광희동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중앙아시아촌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이었다. 그곳은 1990년대 초 한국-러시아 수교 이후 러시아 상인들이 동대문 의류상가로 모여들면서 형성된 거주촌이다. 러시아 거리, 우즈베키스탄 거리, 몽골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즈베키스탄 요리 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다. 점심 피크 때라 그런지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한국인이라곤 우리 셋뿐이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식당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 줄도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문했다. 고기빵과 양고기 샤슬릭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은 밥이니까. 큰 구운빵 하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먹고 있어서. 그리고 살구 주스는 그냥 차를 마시는 것보다.. 2020. 5. 28. 일상이라는 것, 그 힘 나 같이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한다,’ ‘늘 안주하지 않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류의 강박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게 그리 많지 않다.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게 일상이란 스스로 강요하는 숙제를 하지 않는, 가장 게으른 상태를 뜻한다. 발전 없이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수준의 행동들, 사회의 일원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들이 나에게는 ‘일상’이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씻고, 회사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는 정도... 그 정도가 나에게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일상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일상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말하자면 결국 '일상'의 범위 내지는 무게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2020. 5. 27.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3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