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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카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대림동을 다녀와서

by 저피 202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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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동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중앙아시아촌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이었다. 그곳은 1990년대 한국-러시아 수교 이후 러시아 상인들이 동대문 의류상가로 모여들면서 형성된 거주촌이다.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

 

러시아 거리, 우즈베키스탄 거리, 몽골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즈베키스탄 요리 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다. 점심 피크 때라 그런지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한국인이라곤 우리 셋뿐이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식당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 줄도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문했다. 고기빵과 양고기 샤슬릭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은 밥이니까. 구운빵 하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먹고 있어서. 그리고 살구 주스는 그냥 차를 마시는 것보다 나을 같아서.

 

하지만 요리가 나오고 나서 다시 둘러보니 대부분 빵은 기본적으로 인당 하나씩 먹는 듯했고. 샐러드를 주문해 곁들여 먹는 같았다. 어쩌면 우리는 셋이서 공깃밥 하나를 시키고 반찬만 3~4 골랐던 것일지도. 물론 전혀 상관없었다. 음식이 하나같이 맛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살구 주스는 평소에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설탕 같은 감미료는 하나도 없고, 살구 본연의 맛을 그대로 우린 맛이었다. 한식당에서 만났다면 심심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나, 이국적인 레스토랑에서 먹으니 참으로 고상한 듯한 느낌이 났다.

 

점심을 먹고 거리를 걷다가 러시아인이 하는 베이커리로 들어갔다. 빵을 하나 가리키며이건 뭐예요?”라고 묻는 내게 주인은 유창한 한국말로이건 러시아에서 옛날에 즐겨 먹던 과자에요. 초콜릿하고 크림을 섞어 만들었어요. 달고 맛있어요.” 대답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으로 배를 두둑이 채웠던 터라 우리는 하나를 시켜 셋이 나누어 먹었다. 베어 먹고 나니 초콜릿과 크림의 단맛이 입안으로 퍼졌다. 순간 나는 번도 가본 없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을 떠올렸다. 왠지 러시아를 안에 품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괜히 그런 기분을 내어 보았다. 푸시킨이나 도스토옙스키도 과연 과자를 먹으며 글을 썼을까!

 

 

 

한국에 있는 해외 음식점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거리

물론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아니, 그건 터무니없는 생각일 지도 모른다. 나쁘게 말하면 상술이었을 수도 있고, 얼추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시할 없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점심으로 먹었던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도 그랬다. 쌀과 재료가 국내산이다 보니과연 우즈베키스탄에서 먹는 볶음밥도 맛이 날까,’ 나아가과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런 볶음밥을 먹기나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과자는 언젠가 베트남의 한식당에서 먹었던 안남미로 만든 비빔밥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몰랐을 .

 

 

 

자장면은 우리나라 음식인가? 포춘쿠키는 중국 음식인가?

자장면도 그렇다. 중국에 자장면이 있다 없다의 논란은 끊임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 우리에게 익숙한 자장면은 중국에서 판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코미디언은 중국으로 여행하다 알게 충격적인 사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건 바로 중국에선 포춘쿠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인인 그는 중국 음식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포춘쿠키였다고 한다. 어렸을 그걸 보는 재미로 중국 음식점을 가기도 했었다고. 하지만 여행을 하며 비로소 포춘쿠키는 미국 차이나타운에서만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아기 때부터 형성되었던 세계관이 통째로 흔들렸다고 했다.

 

자장면은 그럼 중국 음식인가, 한국 음식인가? 러시아 베이커리에서 파는 과자가 만약 러시아 전통 과자가 아니라면 맛이 없는 될까? 비빔밥은 한국 것이니, 안남미로 만들면 비빔밥이 아닌가? 우즈베키스탄 볶음밥은 한국 쌀로 만들었으니 비빔밥인가? 포춘쿠키는 음식인가, 문화인가?

 

피자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 피자 하면 이탈리아와 미국이 동시에 떠오른다. 도우가 얇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의 씬피자와, 크러스트가 있고 치즈와 재료가 듬뿍 들어간 미국식 피자.

 

피자의 기원은 물론 이탈리아에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자 중에서 뉴욕 치즈피자가 제일 맛있고, 정통 요리인 같다. 그런데 미국식 피자라는 것이 엄밀히 따지자면 미국 요리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으로 이민을 이탈리아인들이 만든 음식이다.

 

그렇다고 미국식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인가, 하면 아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Italian-American) 음식인 맞다. , 내가 좋아하는 피자에는 출신국가 없는 것이다. 뉴욕 피자가 맛있는 어쩌면 이탈리아 전통에서 멀어졌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독창적인 시도를 해볼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혹은 미국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재료와 음식문화를 접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지도.

 

 

 

대림동에서 저녁을 먹으며

저녁은 대림동에서 먹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전통적인 중공업지역이던 동북 3성이 살기 어려워지며 조선족은 일자리를 찾아 구로공단으로 들어왔고, 가리봉동이 재개발되면서 인근 대림동으로 이전하여 지금의 거주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마라샤(새우) 먹었다. 마라롱샤를 먹어보고 싶었으나, 먹을 너무 없다는 유경험자의 말에 넘어가 새우를 먹게 되었다. 처음 먹는 음식인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이건 중식이라서, 혹은 쓰촨성의 양쯔강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맛있는 음식이었다.

 

무엇보다 그날 처음 친구들에게 소개받은꿀주(소주잔에 소주를 90% 채우고, 위에 맥주를 10% 채우자마자 들이키면 단맛이 난다)”와의 마리아주가 기가 막혔다. 제대로 중국식마라샤를 꿀주 없는 중국에서 먹었다면 그토록 맛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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