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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리뷰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 페이소스 가득한 블랙 코미디

by 저피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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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의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는 어둡지만 밝은, 슬프지만 웃긴 에세이집이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리뷰

 

김봉철은 유년시절의 학대가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지극히 소극적이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빅맥' 같은 영어 단어나 '비냉(비빔냉면)' 같은 줄임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그 단어를 소리 내서 말할 때 본인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지레 걱정되기 때문이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리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홀로 방에 처박혀 보내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겨우 얻은 일자리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다. 그만큼 상처받고 여린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그의 행동뿐이다. 그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이 충만하다 못해 넘친다. 그도 남들처럼 연애하고 싶고, 친구를 사귀고 싶고, 살을 빼고 멋진 몸매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는 본인의 한계를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옆집 부부가 자식에게 그를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 것은, 본인이 밥벌이를 못 하는 백수이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 내어 아이에게 다가가 "형이 아니라 아저씨"라고 정정하기도 한다.

 

요컨대 김봉철에게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인정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자신을 미화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것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희화화해 블로그를 하고, 책까지 출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벌어진 이상과 현실 속에서 김봉철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김봉철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리뷰

 

괴리 속에서 김봉철이 글을 쓰며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 치킨과 갈비탕에 대한 식욕 같은 것들이다. 김봉철에게 있어서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곧 그가 쓰는 글의 주제가 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지만 작가의 확고하고 솔직한 자기 이미지가 더해지고 평생을 고독에서 연마해 온 상상력과 표현력이 가미되니 특별해지는 것이다. 원래 일상을 일상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때 문학이 되는 것 아닌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읽다 보면 괜스레 김봉철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왠지 그는 창의력이 좋은 소설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이고, 책 속의 이야기는 다 허구일 것 같다. 이렇게 관점이 독특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 소통하지 않고 고독에 갇혀 살 것 같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도 일상을 일상으로 읽지 않으면 문학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김봉철을 믿고 싶어진다. 그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만나서 치킨이든 햄버거든 먹고 싶은 음식 다 사주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싶지마는 또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산다면 김봉철들은 언제 걸어 잠근 방문을 열고 나오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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