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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카21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자전거로 생활하던 이야기 네덜란드 흐로닝언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그곳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자전거를 탄다. 없이 못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좋은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등하교 시간이면 도심부로 들어가는 사거리 신호등에 수십 대가 촘촘히 붙어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 곳곳의 자전거 거치대는 사람들이 자물쇠를 잠그다 만난 지인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들로 가득했다. 그곳에 살며 매일 수백 대의 자전거를 스쳤다. 걸음보다 빠르지만 자동차보다 느린, 그 사이의 속도를 가진 매력적인 도시로, 자전거가 없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 흐로닝언의 신호등에는 비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우천시 자전거에 신호 우선권을 준다. 게다가 .. 2020. 6. 2.
그래도 어머니의 눈을 가졌기 때문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였다. 좁은 골목길에 기타 케이스를 열어 놓고 버스킹을 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드레드락을 하고 있었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공연을 보다가 유독 한 노래에 마음이 꽂혔다. ‘mama’를 부르는 곡이었다. 들리는 가사를 닥치는 대로 핸드폰에 적어 두었다가, 그날 밤 숙소에서 찾아보았다. Justin Townes Earle이라는 가수의 ‘Mama’s Eyes’라는 노래였다. 저스틴 타운스 얼의 Mama's Eyes 원곡을 듣고 나는 그날의 연주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버스커의 해석도 나쁘지 않았으나, 원곡의 표현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커는 이 곡을 레게 스타일로 편곡해, 엇박에 강세를 두고 몸을 흔들흔들거리며 노래.. 2020. 5. 30.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대림동을 다녀와서 광희동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중앙아시아촌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요리 전문점이었다. 그곳은 1990년대 초 한국-러시아 수교 이후 러시아 상인들이 동대문 의류상가로 모여들면서 형성된 거주촌이다. 러시아 거리, 우즈베키스탄 거리, 몽골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즈베키스탄 요리 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다. 점심 피크 때라 그런지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한국인이라곤 우리 셋뿐이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촌 식당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 줄도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주문했다. 고기빵과 양고기 샤슬릭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은 밥이니까. 큰 구운빵 하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먹고 있어서. 그리고 살구 주스는 그냥 차를 마시는 것보다.. 2020. 5. 28.
일상이라는 것, 그 힘 나 같이 ‘언제나 무엇을 해야 한다,’ ‘늘 안주하지 않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류의 강박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게 그리 많지 않다.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게 일상이란 스스로 강요하는 숙제를 하지 않는, 가장 게으른 상태를 뜻한다. 발전 없이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수준의 행동들, 사회의 일원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들이 나에게는 ‘일상’이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씻고, 회사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는 정도... 그 정도가 나에게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내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일상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일상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말하자면 결국 '일상'의 범위 내지는 무게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2020. 5. 27.
못(MOT)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 아름다운 슬픔 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못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곡을 말하고 싶다. 약간의 디스토션이 들어가고, 그다음 리버브로 옷을 입힌, 거칠면서도 따뜻한 이 곡의 음색을 좋아한다. 여기에 사용된 악기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다! 전반부에 음악은 축 처지는 느낌이다. 모든 악기에 서스테인이 적지 않게 들어가 있고, 패드 역할을 하는 리드 기타는 한 음을 길게 연주하다가 하강한다. 자유낙하 후에 안착한 그 음을 다시 쭉 끌고 간다. 느리고 평화롭다. 하지만 비트가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곧 균열이 생긴다. 못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리뷰 상당히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상반되는, 깨져버린 거친 비트가 토대를 깔아준다. 이때부터는 어울리지 않는 두 세력이 충돌하.. 2020. 5. 11.
신호등을 건너며 파란불이 켜지기만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적엔 신호등이 모두 전구식이었는데 지금은 LED식으로 바뀌었다. 차량 신호등보다도 보행자 신호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구일 때는 보행자 기호는 검은색이고, 그 배경에 빨간불 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지금은 배경이 검은색이고, 보행자 기호에 LED다이오드가 촘촘히 박혀 빛을 낸다. 전구는 대낮에 역광을 받으면 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LED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 LED와 전구를 사용하기 전, 최초의 신호등은 가스를 사용했다. 1868년 런던의 국회의사당 앞에 설치되었는데, 가스폭발이 잦았다. 수동으로 작동하는 교통경찰과 주위를 지나다니는 보행자의 인명피해로 인해 금방 석유로 대체되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신호등은 1914년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최.. 2020. 5. 4.
크리스마스의 유래와 굴뚝의 상징 원래 ‘굴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편안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는 종일 친구들과 뛰놀던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놀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을 시간이야’라고 하는 애정 어린 신호였다. 한국전쟁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굴뚝 연기가 굶주린 피난민들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저 마을엔 아직 사람들이 사는구나. 아마 비교적 안전한 곳일 테고, 먹을 것도 있는 모양이다’하는 생각이 드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크리스마스의 유래 ‘굴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도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푸근한 산타 할아버지일 것이다. 산타의 모델이 된 성 니콜라우스는 딸의 결혼자금이 부족해 괴로워하던 아버지를 남몰래 돕기 위해 밤마다 그가 사는 집의 굴뚝으로 금.. 202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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