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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카

못(MOT)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 아름다운 슬픔

by 저피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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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못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곡을 말하고 싶다. 약간의 디스토션이 들어가고, 그다음 리버브로 옷을 입힌, 거칠면서도 따뜻한 이 곡의 음색을 좋아한다. 여기에 사용된 악기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다!

 

못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리뷰

 

전반부에 음악은 축 처지는 느낌이다. 모든 악기에 서스테인이 적지 않게 들어가 있고, 패드 역할을 하는 리드 기타는 한 음을 길게 연주하다가 하강한다. 자유낙하 후에 안착한 그 음을 다시 쭉 끌고 간다. 느리고 평화롭다. 하지만 비트가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곧 균열이 생긴다.

 

 

 

못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리뷰

상당히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상반되는, 깨져버린 거친 비트가 토대를 깔아준다. 이때부터는 어울리지 않는 두 세력이 충돌하며 앙상블을 만들어간다.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그만큼 이중적인 느낌을 지닌 이이언의 보컬 톤과 노랫말이다.

 

이이언은 노래를 매우 조심스럽게 부른다.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는 느낌이다. 자고로 괴로움이든 슬픔이든 과한 감정은 풀어야 제맛 아니던가. 괴로움에 고함을 지르거나, 슬픔에 오열하듯이.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이이언은 매우 여리고 섬세하게 노래를 부른다. 마치 아픔은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품어야 제맛이라는 듯이.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오늘은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겠군요. No, I’m not alright at all, 매일 부서져 가겠지만.

 

슬픔이 조금은 아름답게 느껴질 때, 자기연민의 수렁에 깊이 빠졌을 때, 위로해줄 사람이 나 자신뿐일 때 이 음악에 기대기를 바란다. 날씨가 조금 흐리거나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을 때도 좋다. 비애감을 애써 막아내기 싫은 날, 이 음악을 듣길 추천한다.

 

최고의 구간은…

맨 첫 부분이다. 신디사이저가 1도-5도-8도의 매우 단순한 세 개의 음을 연주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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