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네버랜드 신드롬(Neverland Syndrome)’이 꼽히고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이란 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젊게 머물고 싶어 하는 어른의 모습을 말한다.
이 블로그에서도 레고를 다룬 편과, 오케이 부머 현상을 다룬 편에서 세대 갈등과 더불어 소위 ‘꼰대’가 되기를 거부하는 요즘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오늘은 네버랜드 신드롬에 대해서도 간략히 다뤄보고자 한다.
네버랜드 신드롬의 네버랜드
네버랜드는 스코틀랜드 극작가 J. M. Barrie(제임스 매튜 베리)가 1904년에 발표한 <피터팬 : 자라지 않는 아이(Peter Pan : The Boy Who Wouldn’t Grow Up>에 처음 등장한, 주인공인 피터팬이 사는 공간적 배경이며, 현실이 아닌 가상의 장소이다.
Never(절대)와 Land(땅)의 조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네버랜드는 현실에서는 어디에도 없을 만한 장소이며, 가장 주요한 특성으로는 네버랜드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고 계속해서 아이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지배하지 않고, 아이들이 계속해서 아이로 남아 자유롭게 산다는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네버랜드는 단순히 피터팬 세계관의 한 장소가 아닌, 일종의 심볼로써 활용되는 일이 많다.
예컨대 팝의 황제라고 불리던 마이클 잭슨은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에 개인 저택을 짓고 ‘네버랜드 랜치(Neverland Ranch)’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곤 저택 단지에 놀이터, 동물원, 대형 수영장 등을 갖춰 환상적인 공간으로 꾸민 뒤 어린이들을 초대해 같이 머물며 지냈다. 그는 어린이들이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고 밝히며 자신을 피터팬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네버랜드 신드롬이란?
네버랜드 신드롬은 마치 웬디에게 자신과 함께 네버랜드에서 평생 아이처럼 놀며 지내자고 제안한 피터팬처럼, 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계속 젊게 지내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일컫는 용어다.
이를테면 어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외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든지, ‘어른스러운’ 골프 대신 젊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다른 취미를 계발한다든지, 유행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살피고 따르는 등의 현상을 네버랜드 신드롬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네버랜드 신드롬이 대두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첫 째로는 평균 수명의 연장이라는 절대적인 변화다. 의학 기술과 식습관 개선, 그리고 편의를 제공하는 각종 과학 기술의 발명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이는 곧 생애주기의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전보다 우리는 더 늦은 나이에 취직을 하고, 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다. 더 늦은 나이에 퇴직을 하며, 전보다는 더 활발하게 이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보다 더 늦게 어른이 되고, 더 오랫동안 어른으로 살아가는 만큼 더 활발하게 변화와 적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시대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전 세대에 비해 어른이 되는 과정에 순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많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세대 갈등과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얘기할 수 있다. 너무나 명징하게 오늘날의 사회는 전반적으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고, 젊은 감각을 갖추고, 아래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굉장한 미덕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직장 내 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이보다 더 어려야 하는 것이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저서가 7~80년생 독자들에게 많이 읽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게 트렌드를 읽고,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기르다 보니 자연히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철부지 같은 어린이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팬 증후군과 네버랜드 신드롬의 차이
비슷한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피터팬 콤플렉스, 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신드롬이 있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은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리(Dan Kiley)가 명명한 현상으로 네버랜드 신드롬과 유사하게 어른이 되었음에도 어른처럼 독립적이지 못한 ‘어른아이’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의 그늘 아래 사는 캥거루족이나, 취업을 한 후에도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해 결국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 사는 부메랑족이 피터팬 증후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피터팬 증후군과 네버랜드 신드롬은 모두 전통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한 현대 사회의 ‘어른’을 말한다. 하지만 두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능동성에 있다.
피터팬 증후군의 경우 본인이 능동적으로 어른이 되기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취업은 어렵고 부모의 직장 생활은 길어진 경제적 구조 변화에 따라 피동적으로 독립이 어려워진 경향이 크다. 반면 네버랜드 신드롬은 사회, 문화적 구조 변화에 의해 독립적인 어른이 능동적으로 전통적인 어른이기를 거부하는 측면이 크다.
물론 피터팬 증후군으로 보냐, 네버랜드 신드롬으로 보냐는 관점의 차이 또는 한 끗 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종국에는 전문성, 책임감, 보수성이 결여되어 가고 있는 사회로 봐야 하지 않냐는 우려 섞인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개념적인 측면에서 피터팬 증후군은 부정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으나, 네버랜드 신드롬은 결코 그렇지 않다. 중립적인 개념으로서 긍정적으로 발현될 여지가 다분하다. 자기 자신을 위한 꾸밈보다는 세대 간 공감을 위한 능동적인 선택으로써 피터팬과 같은 삶을 추구한다면 그 자체가 곧 어른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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