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부머(Ok Boomer)의 진짜 의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 갈등은 해결하지 못하는 인류의 과제로 남아있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로 풀이되는 상형문자가 적혀 있다고 한다. 기록이 안 남아서 그렇지 ‘요즘 애들’이라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없었겠나 싶다.

오케이 부머

우리나라에는 이미 “꼰대”라는 단어가 표준어로 자리 잡고 있다. BBC등의 해외 매체에서도 “ggondae”를 “늘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틀린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재벌(chaebol)’에 이은 또 하나의 단어 창조다.

 

 

 

기성세대를 향한 표현

물론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만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도 “Ok Boomer”라는 표현이 있다. 쉽게 말해 “네다틀”의 미국 버전인 것인데, 우리 것보다 어감이나 뜻이 훨씬 순하다.

 

먼저 “네다틀”을 설명하자면, 이는 “네, 다음 틀딱”의 준말인데 ‘틀딱’은 또 ‘틀니를 딱딱거리는 사람’의 준말이다. 즉, “틀니를 딱딱거리는 ‘꼰대’가 너 말고도 충분히 많으니 넌 가만히 있어라”는 뜻이다. 지나치게 압축적이고 꽤 모욕적인 표현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오케이 부머라는 표현

기본적인 의미는 같지만 표현적인 측면에서 “Ok Boomer”는 공격성이 덜하다. 먼저 ‘Boomer’는 베이비부머(1946~64에 태어난 세대), 즉 기성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앞에 붙은 “Ok”는 실제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하는 ‘척’하는 비아냥의 “Ok”다. 쉽게 말해 “알겠어, 됐냐?”내지는 “알겠으니까 가만히 있어라”는 식이다. 조합해보면 “네다틀”과 의미는 같다.

베이비부머를 향한 표현, 오케이 부머의 뜻

“Ok Boomer”라는 표현이 유형처럼 번지게 된 건, 2019년 틱톡(TikTok)에 포스팅된 한 영상 때문이다. 이 영상에서 중년 남성은 셀프 비디오로 젊은 세대를 강하게 비판한다.

순진함, 지나친 낙관성, 철이 들지 않는 모습을 두고 밀레니얼과 Z세대를 피터팬 증후군이라 진단하며 그들을 향해 설교한다. 이 영상에 대한 반응(댓글, 트윗, 리액션 비디오 등)으로 젊은이들이 합심하여 “Ok Boomer”라는 표현을 유행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표현이 덜 공격적이어서 그런지 “네다틀”과 달리 “Ok Boomer”는 정치판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2019년 11월, 뉴질랜드 의회에 속한 25세의 클로에 스와브릭 의원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의사 발언을 하던 도중 그녀의 어린 나이를 비꼬는 중진 의원들의 조롱에 “Ok Boomer”라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이 사건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밀레니얼 사이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녀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오케이 부머의 변주 등장

스와브릭 의원을 지지하는 소셜 미디어의 움직임이 커지며 ‘Boomer’을 활용한 표현들이 다양하게 변주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매우 꼰대적 시각이다’라는 뜻으로 만든 ‘very boomer view’라는 표현이 기성 매체인 뉴욕타임즈에 기고되었을 정도다. 물론 기성세대라고 가만히 있으라는 법 없다. 그래서 “Ok Boomer”에 응수하는 “Ok Millennials”나 “Ok Gen Z”도 자연스레 퍼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기성세대를 향한 표현

“Ok Boomer”든 “네다틀”이든 본질은 ‘당신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더 많이 할수록 역설적으로 말(소통)은 사라지는 것이다. 단어 선택이 모욕적이든 아니든, 어감이 강하든 순하든 간에 표현 자체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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