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돌같이 생긴 용연향은 수컷 향유고래의 배설물이다. 소화불량으로 인해 생긴 결석을 배설한 것인데, 당연히 처음에는 악취가 심하게 나지만 오랜 시간 바다를 떠다니며 소금기를 머금고 햇빛에 노출되면 점차 색깔이 연해지고 향기도 독특해진다.
그래서 용연향은 알코올에 녹여 향기 성분을 추출해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 용연향은 ‘앰버그리스(ambergris),’ 추출되는 향료는 ‘앰브레인(ambrein)’으로 불리는데 반드시 앰브레인이 있어야 앰버그리스라고 할 수 있다.
용연향 가격
용연향의 가치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급등한다. 오래 떠다닐수록 향이나 빛깔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용연향은 ‘바다의 로또’나 ‘바다의 황금’이라고도 불린다. 2017년에 발견된 용연향은 60kg의 가격이 28억 4000만 원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1kg당 4500만원 수준이다. 생물의 배설물 중에는 제일 값비싸지 않을까 싶다.
인류가 용연향을 사용한 지는 1000년 이상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용연향은 최초에 해안가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해안가에서만 채집했기 때문에 그것이 어디서 오는 지는 알지 못했다.
용연향 뜻
1800여 년 즈음이 되어서야 비로소 향유고래의 배설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용연향(龍涎香)이라는 이름도 한자로 ‘용의 침에서 나는 향’이라는 뜻인데, 그것이 사실은 향유고래로부터 왔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지은 신비주의의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으로 용연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대립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것이 고래가 소화하지 못한 물질이 역류해 나오는 토사물이라고 하는 반면에 일부 학자들은 장을 지나 배설되는 대변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토든, 똥이든, 동물의 배설물을 고급 향수로 쓰다니, 생각해보면 굉장히 엽기적이다. 하지만 용연향보다 더 널리 알려진, 동물의 똥을 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바로 사향고양이가 원두 체리를 먹고 싼 똥을 손질해서 볶아 마시는 코피 루왁 말이다. 코피 루왁을 두고 “마실 게 없어서 그런 것까지 마시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용연향을 두고 “뿌릴 게 없어서 그런 것까지 뿌리냐”고 하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용연향이나 코피 루왁은 결국 생명체가 소화하지 못한 걸 억지로 배설해 낸 고통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설물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니 뭔가 괴상하다. 특히 인간의 똥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니 쉽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앤디 워홀의 말처럼 인간은 제 똥의 가치를 높이려면 본인이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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