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의미와 역사, 다양한 종류까지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손가락을 화려하게 치장해 온 반지라는 귀중품은 참 독특하다. 단지 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며, 신분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와 명예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한 때는 도장처럼 서명을 하는 도구로써 실용성도 갖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의미로 착용하는 반지를 인류는 언제부터 착용하기 시작했을까? 반지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종류는 무엇을 상징하고 의미할까?

 

 

반지를 착용하고 선물하는 이유

반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반지는 결혼반지나, 약혼반지, 커플링과 같이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반지일 것이다. 반지가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반지의 고리는 시작도 끝도 없는 원형으로 무한과 영원함을 뜻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반지를 선물하는 의미는 반지의 고리에 끝이 없는 것처럼 상대를 위해 영원히 헌신하고, 사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둘째로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행위가 두 사람 간의 결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익히 알다시피 결혼반지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는데 이러한 풍습의 시초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의 정맥이 심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결혼 반지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착용했다

그 정맥을 ‘베나 아모리스(vena amoris)’, 즉 “사랑의 혈관”이라고 불렀다. 같은 모양의 반지를 서로의 베나 아모리스에 감싸는 행위는 연인 간의 결합을 상징하며, 이러한 약속을 통해 두 사람 간의 유대가 강화된다고 믿어 반지는 고대부터 이미 사랑과 헌신의 심벌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지에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이 값비싼 재료들이 들어가는데,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귀중한 재료로 만든 반지가 곧 연인 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이 둘의 관계는 아름답고, 진귀하며, 이상적임을 상기시키는 것이 반지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경우가 확연히 줄었지만 역사상 오랫동안 반지는 사랑과 헌신뿐만 아니라 부와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첫째로 반지는 금이나 은, 다른 귀중한 원석과 같이 구하기 어렵고 비싼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소유하거나 착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지를 찰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었으니 자연히 반지는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귀중품이었다. 여러 지도자와 통치자, 혹은 성직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써 반지를 착용했다.

둘째로 반지는 오랫동안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반지에 계급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나 비문을 새기는 일이 많았으며, 가문의 휘장을 넣기도 했다.

지금처럼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층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재료나 색상이 있었고, 무조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껴야만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고위층 간에는 서로 착용한 반지만 보고도 그 사람이 어떠한 직책인지, 어느 가문 출신인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지는 외교의 수단으로써 선물 받은 반지의 출신이 부와 권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에 집단이나 국가 간에 동맹을 맺거나,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한 방법으로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는데(물론 전리품으로 빼앗아 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매우 부유한 가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반지를 착용한다면 자연히 간접적으로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반지의 역사적 배경

그럼 인류는 언제부터 반지를 착용하기 시작했을까? 분명한 건 반지는 수세기 동안 부와 권력, 사랑과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고대의 왕족들은 자신들의 권위와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착용했고, 귀족들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했으며, 일부는 주술적인 이유로, 반지가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에 끼기도 했다.

 

하지만 수천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장신구로 자리 잡은 반지를 언제 최초로 착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다만, 반지를 착용한 가장 초기의 흔적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 모두 반지를 착용했으며, 대체로 뼈, 가죽, 상아와 같은 재료로 만들었다. 반지는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지만, 착용자를 보호할 것이라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귀중한 원석을 사용해 반지를 제작했고, 중요한 상징이나 모노그램을 새기기도 하였다.

고대 문명의 초기 반지들은 보석이나 금속 세공 없이 디자인이 단순한 편이었으나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사파이어나 에메랄드와 같이 귀중한 원석들을 디자인에 포함하면서 반지는 점차 화려해졌다.

시그넷 링

더불어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가문의 문장이나 본인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호가 새겨진 ‘시그넷 반지(Signet Ring)’가 고대부터 이미 사용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이 사용했던 시그넷 반지도 아직까지 남아있지만, 시그넷 반지를 편지나 문서를 봉인할 때 발신자가 누군인지 나타내기 위해 실용적이고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대 로마시대다.

 

요컨대 고대 로마부터는 시그넷 반지가 더 세밀하고, 화려해졌으며, 반지가 개인의 감각과 개성을 나타내는 표현 도구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반지와 의미

그럼 이번에는 반지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반지의 고유한 특성이나 상징 혹은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물론 반지의 종류는 시대, 문화, 국가별로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전부를 다루지는 못한다. 그 중에서도 대중적이거나 유명한 종류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커플링(Couple Rings), 약속 반지(Promise Ring), 약혼 반지(Engagement Ring), 결혼 반지(Wedding Ring)

연애와 결혼의 단계에 따라 구분되는 반지다.

커플링은 연애를 하는 단계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착용하는 반지이고, 약속 반지는 보통 약혼이나 결혼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단계에서 착용한다.

약혼반지는 청혼을 할 때 선물하는 반지로, 만약 상대방이 수락해서 그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우면 그 행위가 곧 약혼을 의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결혼반지는 혼인 서약을 교환한 후 부부로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약속하는 의미로 착용한다.

 

물론 연애부터 결혼까지 단계별로 모든 반지를 교환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위의 네 가지 반지는 관계의 단계에 따라 구분되는 방식이며, 디자인이나 재료에 따른 분류는 아니다.

즉, 어떤 디자인이든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연인끼리 주고받아 착용하면 그게 곧 커플링이라 할 수 있으며, 만약 같은 반지를 혼인 서약 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우기로 약속한다면 커플링이었던 반지가 결혼반지가 되는 것이다.

 

 

탄생석 반지(Birthstone Ring)

탄생석 반지는 착용하는 사람의 탄생석으로 장식한 반지다. 탄생석은 태어난 달을 상징하는 돌이기 때문에 생일 선물로 많이 사용된다. 참고로 월별 탄생석은 다음과 같다.

1월은 가넷(garnet), 2월은 자수정(amethyst), 3월은 아쿠아마린(aquamarine), 4월은 다이아몬드(diamond), 5월은 에메랄드(emerald), 6월은 진주(pearl), 7월은 루비(ruby), 8월은 페리도트(peridot), 9월은 사파이어(sapphire), 10월은 오팔(opal), 11월은 토파즈(topaz), 12월은 터키석(turquoise)이 탄생석이다.

 

 

영원의 반지(Eternity Ring)

영원의 반지(이터니티 링)

영원의 반지는 말 그대로 영원함을 상징하는 반지인데, 약속 반지나 커플링과 다른 점은 바로 영원의 반지는 디자인에 따른 분류라는 것이다. 즉, 어떤 디자인의 반지든 약속반지나 커플링이 될 수는 있지만 영원의 반지가 되기 위해서는 부합되어야 하는 디자인적 조건이 있다.

 

영원의 반지는 사진과 같이 원형 반지를 다이아몬드나 보석이 촘촘하게 연속적으로 둘러싸야한다. 이는 끊이지 않는 유대, 관계,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석에 빈 곳이 있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굳이 연애나 결혼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기념일이나, 아이의 탄생을 축하할 때 선물하기도 한다.

 

 

시그넷 링(Signet Ring)

앞서 간략하게 언급했는데 시그넷 링은 보통 가문의 문장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기호가 크게 새겨진 반지로, 우편을 봉인하거나 문서에 서명을 하는 도구로써 사용된 실용적인 반지였다. 시그넷 반지로 봉인 또는 서명을 할 때는 뜨거운 왁스를 문서에 부은 다음, 식기 전에 시그넷 반지를 찍어 눌러 반지에 새겨진 모양을 왁스에 옮겼다.

 

 

가락지

가락지

가락지는 조선시대부터 혼인예물로 사용해 온 우리나라 고유의 결혼반지다. 가락지는 남녀가 모두 끼는 것이 아니라 여성만 착용했는데,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가락지를 하나만 착용하였고, 혼인을 한 사람은 두 개의 쌍가락지를 꼈다. 그래서 손가락에 낀 가락지만 보고도 여성의 혼인여부를 알 수 있었다.

 

 

포지 링(posy ring)

포지 링

15~16세기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포지 반지는 혼인하는 부부의 이름이나 서약의 문구 등을 반지 안쪽에 새겨 넣은 결혼반지를 말한다. 포지 링이라는 이름은 시(poem)를 뜻하는 프랑스어 “'poésy'”에서 유래된 것이다. 즉, 반지의 명칭에 시와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결혼반지를 ‘포지링’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15~16세기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결혼반지를 디자인하던 풍습은 고대 로마시대에도 있었다.

 

 

클라다 링(Claddagh Ring)

클라다 링

클라다 반지는 아일랜드의 전통 반지다. 클라다 링에는 신의를 상징하는 왕관과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와 우정을 상징하는 두 손이 들어간다. 클라다 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일랜드의 클라다라는 마을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클라다 반지는 어느 손에 꼈는지, 그리고 하트의 방향은 누구를 향하는지에 따라 착용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고 있는지부터 결혼을 했는 지까지 총 4가지의 상태(싱글, 연애, 약혼, 결혼)를 표현한다.

 

 

인류가 반지라는 매우 작은 장신구에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그것도 수세기에 걸쳐 부여했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지 않은가? 같은 재료로 만든 귀걸이나 목걸이보다 반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부여한 스토리의 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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