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용 잠옷을 입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보통 닳아 해진 옷을 잠옷으로 쓰거나, 트레이닝복처럼 외출할 때도 입는 옷을 입고 자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전용 잠옷이 보편화된 나라에서는 잘 때만 입는 잠옷인 ‘파자마(pajama)’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홈웨어(home wear)’라고 부르기는 실내용 의류인 ‘라운지 웨어(loungewear)’의 시장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과연 잠옷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일까? 말 그대로 잘 때 입는 옷이 곧 잠옷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굳이 돈을 주고 잘 때만 입는 옷을 구매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잠옷이라는 의류의 기능과, 소재의 특징을 포함해 전용 잠옷을 구매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브랜드를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전용 잠옷을 입지 않는 이유
사람들은 왜 잠옷을 잘 입지 않을까? 한 단어로 정의해보면 ‘불편함’ 때문이다.
잠옷이 불편함을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잠옷을 입으면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불편할 수도 있다. 소재에 따라 너무 가볍거나 두꺼운 게 불편할 수도 있고, 입고 잤을 때 너무 춥거나 더운 게 불편할 수도 있다. 엎드려 자는 사람에게는 단추가 달린 잠옷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냥 실내복을 입은 채로 잠에 들면 되는데, 굳이 돈을 주고 전용 잠옷을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 비용을 지불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잠옷은 꼭 입어야 하나?
하지만 전용 잠옷을 입으면 좋은 이유는 분명히 있으며, 잠옷이 개인에게 초래하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요컨대 생각해보면 해소하지 못할 불편함은 아니라는 것이다. 잠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잠옷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주요한 잠옷의 역할과 기능들을 보다 보면, 앞서 언급한 불편함을 해결할 의지가 조금은 생길 것이다.
편안함
잠옷은 기본적으로 입었을 때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제작된 옷이다. 여느 옷처럼 디자인이나 실용성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지만 이를 훌쩍 상회하는 기준이 바로 편안함이다. 자는 동안 우리는 무의식 중에 온도나 공기, 침대의 상태 등 여러 가지 환경에 반응한다. 반응해야 하는 주변환경이 많을수록 자고 일어났을 때 더 피곤한 법이며, 잠옷은 결국 주변환경의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컨대 잠옷을 입고 자면 숙면을 취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위생
잠옷은 땀과 피부 세포가 시트나 베갯잇 등에 묻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통해 침구류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기타 미생물의 번식을 예방한다. 따라서 여드름이나 피부 질환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 상의 이점도 있다.
물론 잠옷을 청결하게 관리한다는 전제가 동반된다. 잠옷도 여느 옷과 마찬가지로 몸에서 나온 땀, 지방, 각질 등을 축적할 수 있어 박테리아가 번식하며 피부 질환이나 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잠옷은 얼마나 자주 빨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잠옷은 2-3번 입을 때마다 한 번씩 세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거나 눈에 띄게 잠옷이 더러워졌거나,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위생에 신경 써서 더 자주 세탁해야 한다.
즉, 잠옷은 한 벌로는 부족하다. 세탁을 하고, 햇볕에 말리는 동안 입을 잠옷이 필요한 데다가, 뒤에서 또 다루겠지만 계절마다 기온에 맞는 잠옷도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의 1/3 가량을 자면서 보낸다. 깨어 있는 2/3의 시간 동안 입는 옷들과 비율을 맞출 만큼 마련할 필요는 없지만, 잠옷에 투자하는 돈이 너무 아깝다는 이유는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당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체온 조절
잠옷은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통풍과 흡습 또는 건조를 원활하게 하는 기능,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 어떤 옷보다 체온을 조절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자기 만족
잠옷은 다른 의류와 유사하게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가꾸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심지어는 외출할 때 입기에는 망설여지는 대담한 스타일을 마음 편히 도전해 볼 수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스스로 억제하던 모습을 연출해 보는 건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잠옷은 잠을 잘 때 입는 옷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일과를 분리할 수 있는 구조적인 기능도 있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 되면 바로 잠옷을 입고, 그 이후에는 ‘잠만 자기로’ 자신과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딴짓을 하며 밤을 새우는 일 없이, 사전에 계산해 둔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잠옷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잠옷이 불편했던 사람의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면, 잠옷이 유발하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종류의 잠옷을 통해 찾아보는 것이 그다음 단계인 것 같다.
소재/원단
잠옷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바로 소재다. 어떤 원단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잠옷의 편안함과 내구성, 보온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잠옷의 소재로는 면, 실크, 플라넬, 폴리에스테르가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면(Cotton)
면 소재는 통기성이 좋고, 흡습력이 뛰어나서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쾌적한 느낌을 준다. 재질이 부드러운 편에 속하며 내구성도 좋다. 더불어 피부에 자극이 적어 여드름성 피부를 가졌거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보통 면 소재의 잠옷을 찾는다.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는 외출복이나 활동복과 구분된 잠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피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면의 특성상 세탁을 하면 수축하거나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더불어 주름이 잘 잡히는 성질이다. 그래서 매일 침대와 밀착된 상태로 붙어있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원단도 같이 뒤틀리다 보니 금방 새것의 느낌을 잃고 해지거나 늘어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실크(Silk)
실크는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피부 자극도 덜하고, 통기성도 우수하며, 피부 속 수분 유지에 도움을 주는 소재기도 하다. 주름이 잡히거나 변형이 되는 경우가 적어 오랜 기간 동안 입어도 새 옷 같은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원단의 특성상 손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날씨가 덥거나 포근할 때는 좋지만 추운 겨울에는 실크 잠옷이 수면을 방해할 만큼 보온성이 떨어지며 부드러운 촉감 또한 더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플란넬(Flannel)
겨울철에 부적합한 실크와 반대로 보온력이 우수해 추운 날씨에 적합한 소재가 바로 플란넬이다. 플란넬은 상대적으로 두껍고 내구성이 좋아 막 입어도 옷에 손상이 적은 편이며 세탁을 할 때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민자인 다른 소재와 달리 플란넬 잠옷은 패턴이나 색상, 프린트를 조금씩 달리 한 디자인의 폭이 넓은 편이다.
하지만 두껍고 따뜻한 만큼 무게와 부피가 크다 보니 취향에 맞지 않으면 갑갑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면처럼 세탁을 하면 수축할 수 있는 소재이며 통기성도 적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운동복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인 폴리에스테르는 내구성이 좋고, 주름이나 수축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도 다른 원단에 비해 저렴하다. 땀과 같은 수분이 빨리 마르는 재질이라 자는 동안 건조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며, 무게와 부피가 작아 대체로 가볍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다른 소재에 비해서는 편안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이 덜할 수 있다. 특히 다소 까끌까끌한 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냄새가 배서 땀을 많이 흘리면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정전기를 잘 발생시키는 소재인 점도 수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모양과 디테일, 핏
소재를 골랐다면 그다음은 잠옷의 모양을 결정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잠옷에는 상의와 하의가 하나의 형태로 되어 있는 원지(onesie), 분리되어 있는 투피스(two-piece), 가운처럼 입는 로브(robe),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상의 모양인 나이트셔츠(nightshirt)가 있다.
모양만큼이나 디테일도 중요하다. 단추로 잠그는 형태인지 지퍼로 잠그는지, 아니면 맨투맨처럼 입는 방식인지에 따라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본인이 잠자는 자세를 잘 생각해 보고 단추가 걸리적거리지는 않을지, 혹은 안고 자는 베개에 지퍼가 끼지는 않을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더불어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주머니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주머니에 무얼 잘 넣고 다니는 성격이라면, 주머니가 없는 잠옷에는 손이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핏, 즉 사이즈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잠옷이 짧으면 의도와 달리 노출된 손목이나 발목이 시릴 수 있다. 반대로 잠옷이 크면 갑갑하고 불편해 잠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잠을 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있으며, 깨기 전까지 모를 환경들에 미세하게 반응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옷은 미세한 디테일들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잠옷 브랜드 추천
잠옷은 집들이 선물이나 생일 선물로도 인기 있는 제품이다. 더 좋은 브랜드도 많겠지만 여기서는 선물용으로 괜찮은 브랜드 세 가지(물론 본인이 사용하기에도 좋은 제품들이다)를 추천해 본다. 비용도 적당하고, 퀄리티도 보장되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기준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잠옷을 사 입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다 보니, 한국에 매장이 있어도 잠옷 제품 중에 수입을 하지 않는 모델이 많은 것이 한계다. 하지만 셋 다 세계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직구로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만약 수입하는 모델이라면 주변 백화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랄프로렌(Ralph lauren)
랄프로렌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분위기로 유명한데 그 느낌이 잠옷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랄프로렌 잠옷은 대부분 잠옷보다는 라운지 웨어/홈 웨어에 가까운 디자인이며 면, 플란넬, 실크 등 잠옷에 사용하는 원단의 품질이나 만듦새도 좋다.
따라서 랄프로렌 잠옷은 잠옷을 입는 데에 익숙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포지셔닝과 더불어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잠옷 브랜드다. 그중 남성이라면 랄프로렌 잠옷 중에 플란넬 제품을 권하고 싶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여성 잠옷으로는 빅토리아 시크릿 잠옷을 추천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피부에 직접 닿는 속옷을 전문으로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자극이 덜한 모양과 소재로 만들어 기능적인 부분이 일단 우수하다.
게다가 고전적이고 수수한 디자인에서부터 빅토리아 시크릿스러운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까지 종류도 다양하며, 레이스 같은 디테일도 섬세하게 들어가 있다. 여성에게 추천할 잠옷으로는 빅토리아 시크릿 실크 잠옷을 권하고 싶다.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캘빈 클라인은 조금 더 캐주얼한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브랜드다. 특히 캘빈 클라인 잠옷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미니멀리스틱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심플하면서 실내복으로도 편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릴 필요 없이 잠옷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워 가볍게 소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려해 볼 만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을 포스팅 ※
침구류 세탁 방법과 주기 : https://averagejoe.tistory.com/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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