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모바일 인수, 돈방석에 앉은 라이언 레이놀즈

 

 

 

아침에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부터 개통했던 통신사 민트 모바일(Mint Mobile)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대문자로 ‘ANNOUNCEMENT’라는 제목을 단 이메일의 내용은 바로 민트 모바일이 T모바일에 인수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023년 3월 15일에 T모바일은 민트 모바일을 13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13억 5천만 달러는 현재 기준 약 1.8조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민트 모바일이 고객들에게 인수 사실을 알린 이메일 내용

 

T모바일(T-Mobile)은 미국의 KT?

T모바일(T-Mobile)은 미국의 무선 통신사로, 1994년에 설립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버라이즌(Verizon)과 AT&T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무선 통신사다. 한국이랑 비교하자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잇는 KT의 위치에 가깝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미국에서 T모바일은 미국 전역에 비교적 안정적인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운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네트워크의 속도와 안정성을 향상하는 5G 기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즉, T모바일은 기술력이 강한 통신사이며, 그 포지션을 고수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5G, IoT, AI 등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강조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여러모로 KT와 닮은 모습이지 않은가?

 

 

 

그런 회사가 민트 모바일을 인수?

사실 T모바일과 민트 모바일은 원래부터 관계가 있는 사이였다.

2023년 3월 15일 T모바일은 민트모바일을 13억 5천만 달러($1.35 billion)에 인수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를 설명해야 한다.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는 이동통신망을 직접 갖고 있지 않고, 다른 네트워크 운용사업자(MNO)에게 네트워크를 빌려서 사업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알뜰폰”이라고 불리는 사업자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기지국 등의 설비를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더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알뜰폰 회사의 장점이다.

 

요컨대 민트 모바일은 ‘알뜰폰 회사’다. 그리고 민트 모바일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원래 주인이 바로 T모바일이다. 민트 모바일은 T모바일의 네트워크를 할인된 가격에 빌려 고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T모바일은 자사의 네트워크 사용 증가에 따른 이익을 얻는 윈-윈 관계였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1.35 billion (13억 5천만 달러, 1.8조 원)을 태워?

아무리 원래부터 상호 유익한 관계였다 하더라도,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를 13억 5천만 달러나 주고 인수를 하기로 했다는 게 곧장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민트 모바일이 얼마나 가파른 속도로, 어떻게 성장해 왔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어떤 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T모바일의 인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민트 모바일은 2015년에 민트 SIM(Mint Sim)이라는 이름으로, 울트라 모바일(Ultra Mobile)의 자회사로 설립되었다.

원래 SIM카드를 판매하는 사업부였는데 2018년 5월에 지금과 같이 문자, 통화,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민트 모바일(Mint Mobile)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11월, 민트 모바일은 울트라 모바일로부터 분사를 했고, 이때 라이언 레이놀즈가 20~25%의 지분을 인수하며 회사의 오너(Owner)가 되었다.

 

영화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통신사를 인수한 지점이 의아할 수 있는데, 그는 원래 울트라 모바일의 대표이자 민트 모바일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글릭만(David Glickman)과 친한 사이였다. 레이놀즈와 글릭만은 마이클 J.폭스 재단 이사회에서 함께 일을 했었고, 당시에 글릭만은 레이놀즈가 영화 <데드풀(Deadpool)>의 마케팅을 주도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당시 데드풀은 투자비용이 많지 않아, 주연이었던 레이놀즈가 직접 나서서 여러 B급 감성의 홍보를 진행했다).

 

2019년 11월 민트 모바일의 소유주(owner)가 된 라이언 레이놀즈는 회사의 공식 대변인과 공식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마치 데드풀을 홍보할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버라이즌, AT&T 등의 대규모 통신사의 비싼 요금제와 혼란스러운 정책을 조롱하는 광고들을 수시로 만들어 공개했다.

 

말그대로 B급 저예산 광고였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미 라이언 레이놀즈의 SNS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었고,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대중에게 친숙한 얼굴이 있었으며,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내용들이 특히 민트 모바일의 주요 타겟인 2030 세대에 강하게 어필이 됐다.

 

그 결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2019년에 인수한 후 민트 모바일은 불과 3년 만에 순이익이 500배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민트 모바일 서비스는 어떤데?

물론 민트 모바일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스타 마케팅 만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 자체도 매우 직관적이고, 요금도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민트 모바일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선불을 지급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Sim카드 또는 eSIM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개통을 하려고 민트 모바일의 eSIM을 선택했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로 아무런 문제 없이 3개월 치도 결제를 했었다.

 

홈페이지와 앱은 매우 사용자 친화적(User-friendly)이다. 계정을 쉽게 관리할 수 있고, 요금제 변경도 간단하다. 주요 통신사의 페이지와 다르게 복잡한 경로나 각종 광고들도 일절 없다. 실시간 온라인 채팅, 이메일, 전화 등의 형태로 고객 지원(CS)을 받기 쉽다. 게다가 민트 모바일의 마스코트도 귀엽고 앙증맞다.

민트모바일의 심플한 요금제[출처 : Mintmobile.com]

알뜰폰답게 요금제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요금제가 4G LTE, 5G 망을 제공하고, 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이며, 심지어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거는 국제 통화까지 무료다. 데이터 양에 따라 월 4GB는 월에 15달러, 10GB는 월에 20달러, 15GB는 월에 25달러, 무제한은 월에 30달러이며, 6개월 또는 12개월을 선불로 지급하면 월 비용은 더 낮아진다.

 

 

빅딜로 돈방석에 앉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앞으로는 또 어떤 사업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레이놀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중적이고, 친숙하고, 유머러스한 마케팅도 기다려진다.

 

인수 후에도 라이언 레이놀즈는 한 동안 민트 모바일을 대표할 것이고, 민트 모바일의 서비스 정책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T모바일의 입장이다. 하지만 분명 T모바일이 민트 모바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점들도 많을 것이다. 민트 모바일의 사용자로서 서비스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도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