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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의 72시간 단식 후기

by 저피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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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단식을 마친 지 1주일이 지났다.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솔직한 후기를 적으며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미리 일러두자면 나는 체중 감량의 목적으로 단식을 한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신체와 정신 건강을 개선하고 싶었고, 그만큼이나 72시간 동안 단식하는 과정과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나도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하고 자극을 받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후기를 찾아보았으나, 거의 모두 체중 감량이라는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쉬웠다. 나와 같은 이유로 단식을 알아보고 있거나, 단식 중인 사람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후기를 시작한다.

 

 

 

단식 직후 보식 기간

단식이 끝난 뒤 48시간 동안은 철저히 준비해 두었던 보식 식단을 따랐다. 하루에 그린 주스와 육수를 한 컵 마셨으며, 아몬드도 10 정도 먹었다. 먹은 건 고작 그것뿐인데 배가 꿀렁거리며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고작 그것만으로도 단식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기운이 금방 회복되었다. 단식을 끝낸 직후 육수 한 컵을 마신 지 30분 정도 지난 시점부터 힘이 솟구쳤다.

 

3일 째부터는 탄수화물은 최대한 피하고, 전체 섭취량을 줄이며 일반식에 돌입했고, 5일째부터 소화기능이 완전히 회복된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원하면 먹고 소화시킬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고 싶지는 않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단식을 하고 나니 이전만큼 먹지를 않는다

첫째로 그만큼 먹을 필요가 없었다.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은 오래가고, 단식 전만큼 갑자기 허기지거나 당이 떨어지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마치 연비가 엄청 개선된 것처럼. 게다가 단식의 경험 덕분에 배고픈 기분을 어렵지 않게 참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내 허기도 사라졌다.

 

맞는지 모르겠으나 추측건대 내 몸이 케토시스 상태로 전환하는 능력, 그러니까 당 대신 지방을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조금은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무언가를 먹는 시간과 양에 대한 결정권이 오롯이 내게 돌아온 듯한 좋은 기분이 들었다.

둘째로 단식을 통해 얻은 효능들이 이전처럼 먹기 시작하면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심히 우려가 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건강하지 못한 집착이 맞기 때문이다.

 

그 효능들이 혹시 탄수화물 때문인가 싶어 밥을 먹을 때도 깨작거리게 되고, 혹시 알코올 때문인가 싶어 맥주를 한 잔 마실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쩌면 내가 느꼈던 포만감은 불편함이 아니었을까,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사고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기는 하다. ‘이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러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라지면 다음에 다시 하면 되지하고 큰소리를 쳐보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기분

단식을 하고 나니 대체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좋다.

강박처럼 무언가를 먹는 게 조심스러워진 이유는 단식 전과 후의 극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체내 변화에 둔감한 편이었다. 여러 알의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지만 극적인 효과를 느끼는 일은 극히 드물고, 커피를 10잔 마셔도 졸음을 떨치는 효과는 없다. 20대 때는 30대가 되기 전에 바디 프로필을 남기겠다고 수개월 동안 운동에 미친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건강해졌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3일 단식 이후에는 그 어떤 치료보다 확연하게 효과를 체감했다. 가장 눈에 띈 건 기운과 체력이다.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전만큼 피로감이 없다.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는 날도 많고,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자던 낮잠도 끊겼다. 찌뿌둥하거나 축 처지는 기분 없이 일이든 집안일이든, 취미 생활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느낌이다.

일을 할 때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꼭 자리에서 일어났었는데, 집중력이 높아져서 이제는 두세 시간은 거뜬하다. 타인과 대화 중에 무의식적으로 공상에 빠지던 일도 지금은 거의 없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쓸 데 없는 것들을 치워버린 머릿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또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들 때문인지, 실행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긴 탓인지 전반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좋다. 약간의 거슬림 혹은 긴장한 상태가 기본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종종 느낀다. 하루를 주체적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A를 선택하면 늘 B라는 기회비용이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는데, 그 증상 또한 많이 개선됐다.

 

 

나름 건강한 30대 남성으로서, 단식하기 전에도 크게 아픈 데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동안 내가 정상이 아니었구나 하는 슬픈 생각이 이따금 떠오르기도 한다.

 

그만큼이나 좋아졌다는 얘기를 주변에 알리고 싶고, 그래서 집착이 생긴 거라는 핑계를 내게 대고 싶다. 당사자에게는 영겁의 세월 같지만 멀리서 보면 고작 3이다. 체중 감량 때문이 아니더라도, 큰 병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은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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