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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인 경칩에 꼭 해야할 일

by 저피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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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월 6일인 내일이 바로 경칩이다. 양력으로 35일 또는 36일에 오는 경칩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나기 시작하며 새로운 출발의 신호를 알리는 경칩이 오면 가져야 할 마음과 해야 할 일이 있다

 

 

경칩이란?

경칩은 24절기 중 하나이며 3월의 첫 절기다. 경칩(驚蟄)의 한자는 놀랄 경(驚)숨을 칩(蟄)인데, 뜻을 풀어보면 숨어 있는 것들이 놀라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깬다는 뜻이다. 하지만 뜻이 어딘가 조금은 어색하지 않은가? 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를 표현하는데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서 깨는 날이라니.

경칩은 원래 계칩이라고 불렸다

경칩은 원래 계칩(啓蟄)이라고 불렸다. 열 계(啓)숨을 칩(蟄)이다.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의미상 경칩보다 계칩이 훨씬 자연스럽고 포근하며 정녕 스럽지 않은가.

계칩이 경칩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바로 피휘 때문이다. 중국 전한 시대의 6대 황제인 한경제의 이름이 같은 계자를 쓰는 유계였는데, 황제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피휘에 따라 계칩이 경칩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경칩에 해야 하는 일

춥고 고된 겨울을 지나 만물이 약동하는 봄의 시작인 경칩은 과거에 무척 중요한 날이었다.

한 예로 조선시대에는 농사를 하기 위해서 불을 지펴 잡균을 태우고 논밭을 소독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임금은 경칩 이후에는 논밭에 불을 지피는 걸 어명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이 삶을 시작하는 곤충과 식물이 불에 타서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즉, 경칩을 계기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었다.

 

또한 농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선농제와 임금이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 친경을 바로 경칩 뒤에 길한 날로 잡았다. 당시에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칩은 먹고사는 일상적인 문제들의 출발지점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에 우리가 11일에 느끼는 설렘의 감정 일부를 우리의 선인들은 경칩에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조상들은 경칩에 흙을 만지면 한 해 동안 탈이 없다고 믿었다

일반 백성들은 경칩날이 되면 담벼락에 흙을 발랐다. 이는 겨울 동안 손상된 담벽을 고치고, 빈대를 막기 위한 실용적인 의도도 있지만, 경칩에 흙을 만지면 탈이 없다고 믿는 토속신앙적 의미도 있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금 생을 시작하듯 건강을 챙기는 풍속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위장병과 속병에 탁월한 고로쇠나무를 베어 수액을 마시기도 했다. 경칩이 지나고 나면 고로쇠나무에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고 약효도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경칩 즈음에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개구리들이 낳은 개구리알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빌기도 했다.

가을에 주운 은행을 경칩에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경칩에 관한 굉장히 낭만적인 풍속도 하나 있다. 조선시대에는 가을에 주운 은행을 경칩까지 간직했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서로 마주 보며 열매를 맺기 때문에 연인과 사랑을 상징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자의적으로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보다 훨씬 낭만적이지 않은가?

 

 

 

경칩에 해야 할 일

요컨대 예로부터 경칩에는 자연과 교감하고(흙을 만지거나, 농사를 시작하는), 타존재를 배려하며(곤충과 식물을 보호하는), 앞날을 준비하는(풍년을 위한 제사를 지내거나, 건강을 챙기거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을 하는) 마음을 되새겼다. 냉난방 기술로 계절을 역행하고, 도시화되어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에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가치와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퇴색되었을지라도 결코 의미가 사라진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구리알을 건져 먹거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실 수는 없더라도, 경칩이라는 날에 선인들이 가졌던 마음에 공감하며 우리의 나름대로 그 가치들을 되새겨볼 수는 있지 않을까?

 

외각으로 나가 흙과 나무를 만져보고,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면서 재탄생을 의미하는 경칩을 맞아 이날만큼은 갖은 방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고백하고, 주위의 생명에게 부족함 없이 배려해 본다면 우리의 봄도, 한해도 따뜻하고 풍성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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