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한국에서 불거진 가장 큰 사회적 이슈 중 하나는 단언 젠더와 페미니즘에 관한 것이다. 성차별과 불평등은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였지만, 특히 2015년에 여성시대, 메르스 갤러리, 워마드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활성화되며, 그 이후로 젠더와 페미니즘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담론이 본격화되었다.
이로부터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 과연 한국 사회 내 성평등의 현주소는 어떤지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남녀 임금격차 – OECD 국가 중 최악
동일 노동 동일 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은 국제노동기구(ILO) 헌장에 있는 노동법의 주요 원칙일 뿐만 아니라,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성별, 나이, 종교, 병역 여부, 부양가족과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차별 없이 같은 처우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매우 당연한 요구이자 사회적 약속이어야 할 것 같은 이 원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극심한 국가로 변함없이 뽑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별임금격차(Gender pay gap) 해소가 주요한 사회적 과제로 꼽히고 있는 와중에, 한국만큼 개선이 시급한 나라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그 격차는 눈에 띌 만큼 크다. 2021년에 한국 남성의 임금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64.6%에 달했다. 즉, 여성의 임금이 35.4% 낮다는 것이며, 이는 OECD 평균인 12~13% 대비 3배에 가까운 놀라운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조사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도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최악인 불명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북유럽 국가들이 유리천장지수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성별 임금격차도 5%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성범죄 실형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국가의 책무이며, 개인의 안전은 인간으로서 추구하고 누려야 할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BBC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중 41.4%의 가해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30%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즉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28% 정도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뜻이다. 더불어 지난 10년 간 강간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2배가량 증가했다.
불법 촬영, 성적인 촬영물의 불법 유포나 유포 협박, 얼굴을 편집하는 등의 허위 영상물 제작 및 유포, 아동 및 청소년 대상의 성착취와 그루밍 등을 일컫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형률은 아직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성범죄와 여성 혐오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페미니즘 운동 : 비비탄, 4B, 6B 운동
코리아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에 30대 한국인 중 42% 이상이 미혼이었으며, 20대 한국인 중 52%가 결혼 후 출산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0년대부터 부각된 ‘비혼, 비출산’ 선언은 물가 인상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문제에 성 불평등 문제가 더해지며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2015년에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한 페미니즘 운동에는 ‘비비탄(비혼, 비출산, 탄탄대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에 남성 중심적인 연애와 성관계를 거부하는 비연애,비섹스가 붙어 2018년 전후에는 ‘4B운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었다. 4B는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네 가지 행위를 하지 않겠다(비(非))는 페미니즘 운동이며, 그 네 가지는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를 말한다.
여기에 2020년 이후로는 여성 혐오와 관련된 것들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비소비와, 페미니스트의 연대를 도모하는 비돕비(4B를 실천하는 페미니스트를 돕는)가 추가된 6B 운동으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 페미니즘의 오해와 갈등
결국에는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이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국리서치에서 2021년에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4명 중 1명 꼴로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그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14%가량이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으며, 36%는 가능하지만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동일 기관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77% 이상, 30대 남성의 73% 이상이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있었다'고 한다.
성평등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한 화두라는 것은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억울하거나, 힘들거나 혹은 두려워서는 안 된다. 하루라도 더 빨리 비이성적인 차별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며, 이를 위한 사회적 담론에 더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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