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어떡하느냐, 심란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 미쳐버리겠다는 등의 맥빠진 말들이었다. 심지어 주식은 가치가 떨어져도 매도하기 전까지는 돈을 잃은 게 아니라던 태평함의 대명사인 친구도 “연봉이 날라갔다”라며 풀이 죽어있었다.
나를 포함해 자주 주식을 하는 사람들 모두 코요테 모멘트(Coyote Moment)에 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만큼 주식이 급락한 것이다.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코스피, 코스닥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지인들은 손실의 아픔을 내게 스스럼없이 공유하며 위안을 얻으려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코요테 모먼트 유래
코요테 모멘트, 또는 와일 이 코요테 모멘트(Wile E. Coyote Moment)라 불리는 개념은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루니툰즈(Looney Tunes)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부터 유래한 용어다.
톰과 제리와 유사하게 와일 이 코요테(톰)는 늘 로드러너(제리)를 쫓는다. 로드러너를 잡기 위해 온갖 꾀를 부리지만 제리가 그렇듯 로드러너는 언제나 유연하게 빠져나가면서 도리어 코요테를 골탕먹인다.
이런 일차원적인 구성의 애니메이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게 바로 낭떠러지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코요테는 미친 듯이 로드러너를 쫓다가 갑자기 한 순간에 싸한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린다.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보니 본인은 낭떠러지를 지나쳐 이미 허공에 있고, 이를 인지하는 순간 화면 밖으로 추락한다.
코요테 모먼트 뜻
이 장면을 빗대어 증권시장에서는 증시가 갑작스럽게 붕괴할 때를 ‘코요테 모멘트(Coyote Moment)'라고 부른다. 물론 그 함의에는 예상치 못한 급락으로 충격에 빠진 사람들(코요테)의 절망도 담겨 있다.
이런 시기가 오면 주식은 결국 심리전이 맞는 것 같다. 주식이나 경제에 대한 이해도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기본 역량이고, 여기에 타인의 심리를 분석, 이해하고 자신의 심리를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이 더해져야 정말 ‘주식을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남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큰 돈을 잃어도 이 순간을 기회로 생각할 것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코요테 모멘트에 빠진 순간에도, 벙찌지 않고 계속 머리를 굴릴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어야 할 텐데. 역시 난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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