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책 리뷰

찰스 부코스키의 <팩토텀(Factotum)> – 발칙하고 엽기적이지만 현실

by 저피 2020. 3. 10.
반응형

<팩토텀(Factotum)>은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가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여자들>, <우체국>과 더불어 삼부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더니 <여자들>과 <우체국>은 한국에서 절판이 되어 <팩토텀>을 먼저 찾아 읽게 되었다.

 

찰스 부코스키 팩토텀

 

찰스 부코스키 작가

찰스 부코스키

며칠 전부터 유튜브에 접속하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찰스 부코스키의 인터뷰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른 에세이나 소설을 통해 이름은 들어본 작가였다. 하지만 언제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딱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오래 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의 인터뷰 영상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구미를 당겨 몇 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 보다 보니 어느덧 작가에게 매력을 느껴 책까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그는 가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든, 인터뷰어 앞에서든, 청중 앞에서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했다. 본인은 못생겨서 어렸을 때부터 인기가 없었고, 첫 성관계도 24살이 되어서 했으며, 그마저도 정상적인 연애가 아닌 원나잇 스탠드였음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동료 작가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하며, 심지어는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가 싫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그의 출판인은 찰스 부코스키의 ‘De-Disneyfication’이 좋아 그의 작품을 출판했다고 하는데, 찰스 부코스키는 인생을 미화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가식 내지는 패배의식으로 생각하며, 때로는 지저분하고 못생긴 있는 그대로의 삶을 그리려고 했다.

 

 

 

찰스 부코스키 소설 팩토텀

그런 그의 인생관은 <팩토텀>에 그대로 나와있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헨리 치나스키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는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는데, 한 곳에서 오래 붙어 있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 본인이 먼저 그만두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그의 실수나 배임, 횡령 때문에 잘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쉬움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직장을 구한다. 한 편의 소설 안에서 20번 정도는 입사와 해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

찰스 부코스키 팩토텀

헨리 치나스키의 인생은 돈(의 부재), 섹스, 술로 점철된다. 그의 인생은 열정이라기보다는 중독이라는 기름으로 돌아간다. 앞서 말했듯이 그 주기도 하루다. 예컨대 오늘 술을 마시기 위해 오늘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기승전결이 없다. 스토리도 없고 교훈도 없다. 다만 헨리의 인생을, 사회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헨리를 인간 쓰레기로 볼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피해자로 볼지, 혹은 기계화된 사회의 혁명가로 볼지는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무엇을 생각하든 정답이며 오답일 것이다.

시시할 것 같은 ‘일기장’ 수준의 헨리 치나스키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담긴 힘 때문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은 묘사가 강렬하고 심리 표현이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나머지는 독자가 상상해서 붙일 수 있는 여백이 있다. 거침없는 글에 목말라 하던 때에 잘 만났다.


※ 함께 읽으면 좋을 포스팅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리뷰

한강의 소설 에서 주인공 영혜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의 주인

averagejoe.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