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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리뷰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줄거리와 주제

by 저피 202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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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한 그루의 나무가 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 또한 영혜처럼 인간이기를 포기한다. 그 이유는 바로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이중성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리뷰

 

<채식주의자>의 이야기가 인간이기를 거부하면서 시작된다면 <인간실격>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면서 끝난다. 그래서 독자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오바 요조가 겪는 내적 갈등을 상대적으로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줄거리

요조가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적 요조는 인간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함을 일종의 유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 역시 자신의 내면을 철저히 숨기고 익살의 형태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인간의 이중성이 타인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킨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이중성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속적인 세계에서 깨달음을 얻은 요조만큼은 끝까지 적응하지 못한다.

술, 담배, 매춘으로도 고독이 달래지지 않자 그는 모르핀에까지 손을 댄다. 결국 그의 아내와 친구, 그리고 보호인은 요조를 속여 정신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요조는 정신병원 의사의 진찰을 받은 직후부터 매우 평온해진다. 그 순간 모르핀 중독으로부터도 벗어난다. 왜냐하면 자신을 미쳤다고 취급하는 지인들, 그리고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사회로부터 ‘인간실격’의 딱지가 붙여졌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자격이 박탈된 그는 더 이상 이중성을 유지해야하는 일종의 사회적 규칙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이다. 형이 마련해준 시골집에서 말년을 보내는 요조는 ‘폐인’이라는 단어가 희극명사라 생각하며 웃기까지 한다. 이때 그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상태, ‘다 지나가리라’는 진리를 깨달은 해탈에 비유될 법한 경지에 이른다. 

 

 

 

인간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요조와 비슷한 갈등을 겪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자살했다.

 

그렇다보니 요조의 괴로움의 근원을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삶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조와 같이 다자이 오사무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다자이 오사무의 아버지는 귀족의원직을 매수했는데, 이는 할아버지가 고리대금업으로 벌어들인 재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렸을 적부터 다자이 오사무는 집안의 재산과 자신의 부유한 환경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마르크스에 심취하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자신이 부르주아 계급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즉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요조가 겪는 괴로움의 근원은 ‘자신이 모순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을 혐오하지만 자기 자신은 존재 자체가 모순인 아이러니를 견디기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실격 주제와 의미

<인간실격>에서 요조는 ‘죄’의 반대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친구와 토론을 한다. 그러다 죄의 반대말은 ‘벌’이 아닐지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한 직후에 그는 자신의 아내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인간실격은 모순이라는 죄와 벌을 받는 요조에 관한 이야기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살인의 죄를 저지른 라스콜리니코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벌은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에서 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 ‘그 무엇도 그 어떤 떨림조차 주지 않는 무의미의 상태’가 라스콜리니코프의 벌이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요조가 아내의 강간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은 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내의 강간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벌이기도 하다. 그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못한) 것은 이미 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원죄가 바로 ‘존재의 모순’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실격>이 그린 요조의 결말은 다자이 오사무가 바라던 것이었을지 모른다. 자신도 ‘인간실격’으로 철저히 버려져 내면의 괴로움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평생을 페르소나에 갇혀 질식할 것 같았던 지성인의 괴로움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반성적 태도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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