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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리뷰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Monster)> - 절대악을 논하는 명작

by 저피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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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세기 소년>에 이어 <몬스터>까지 보게 되었다. 총 18권으로 되어있는 이 만화도 다 보는 데 이틀이 걸렸다.

 

<20세기 소년>에서 느꼈던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그림이 우선 눈에 띄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실체를 보여주면서, 또 다른 하나의 실루엣만 보여주는 것이 그 매력이다. 실루엣이 실체가 되는 것을 거듭해서 확인하다 보면 어느덧 첫 번째의 실체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만큼 개연성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20th century boy)> 리뷰

지난주에 친한 지인이 내게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일본 만화가를 추천해줬다. 원래 만화를 잘 보지 않지만 내 취향을 잘 아는 지인의 추천이라 기회가 되면 찾아보겠다 했다. 그는 “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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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큰 스토리 안에 있는 작은 스토리들의 구성도 좋다. 주변인물들의 사정, 환경, 이야기들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될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작품 속 작품들(클라우스 포페의 동화책)이 얼마나 함축적으로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웠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줄거리

천재 뇌외과의사인 ‘텐마’는 유명인의 수술을 집도하라는 원장의 지시를 어기면서 먼저 수술실에 도착한 소년 ‘요한’을 살린다. 이를 계기로 텐마는 원장의 총애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예정되어 있던 승진도 무산되며, 그의 딸인 약혼녀에게 마저 버림을 받는다.

 

하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요한이 원장과 그의 측근을 독살하고, 같이 실려왔던 쌍둥이 여동생과 병원을 탈출하며 상황이 달라진다. 정치싸움으로 출세한 원장과 측근이 모두 죽게 되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그 자리에 오른 텐마가 이사회 승인으로 외과부장이 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출세의 길에 오른 텐마는 그로부터 9년 뒤 한 자물쇠 털이범을 치료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몬스터’라 불리는 남자에 관해 듣게 된다. 어느 날 밤 병원에서 사라진 자물쇠 털이범을 폐공장으로 쫓아간 텐마는 ‘몬스터’를 보게 된다. ‘몬스터’는 그 자리에서 자물쇠 털이범을 쏴 죽이고 자신의 모습을 텐마에게 드러낸다. 그는 바로 9년 전 자신이 살려낸 요한이었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줄거리

 

이후 텐마는 요한을 잡기 위해 그의 쌍둥이 여동생인 ‘안나’를 먼저 찾아간다. 하지만 9년 전 안나는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어렸을 적 기억을 모두 상실했고, 새로운 양부모를 만나 ‘니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살고 있었다.

 

요한을 찾는 과정에서 텐마는 요한의 절대악, 즉 몬스터적인 행각들을 보게 된다. 그로 하여금 본인이 몬스터를 살려냈다는 죄책감과, 그를 자신이 죽여야한다는 의무감은 커진다.

한편 안나도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어릴 적 기억들을 회복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요한을 증오하다가, 두려워하다가, 그를 이해하다가, 불쌍해하다가, 결국엔 용서하게 된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요한과 안나의 이야기

요한과 안나는 구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요원이 정부가 선택한 ‘비에라’를 유혹해 낳은 아이들이었다. 우생학 실험의 일환으로 그 요원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우수한 비에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탈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체코슬로바키아의 요원은 사살되며, 비에라는 감금 당한다.

 

요한과 안나가 태어난 후부터 인간병기를 육성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클라우스 포페’가 종종 그들을 찾아가 관찰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 어느 날 그는 둘 중 한 명만 데리고 가겠다고 비에라에게 말한다.

 

비에라는 안나를 가리킨다. 결국 클라우스는 요한을 비에라와 둔 채 안나만 데리고 간다. 하지만 이미 비에라를 사랑하게 된 클라우스는 이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실험과 관련된 자들이 모두 참석한 파티에서 그들을 한꺼번에 독살한다. 그리고 안나를 풀어준다.

 

집으로 도망 온 안나는 요한에게 자신이 겪었던 모든 끔찍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요한은 ‘몬스터’가 된다. 안나가 망각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한다면, 요한은 안나의 기억을 본인의 직접적 경험으로 인식함으로써 자기 대신 안나가 끌려갔다는 죄책감을 더는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요한과 안나 이야기

 

결국 남매는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여 동독 국경을 헤매다 장교에 의해 발견된다. 장교는 요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그를 '511킨더하임'이라는 고아원으로 보낸다. 511킨더하임은 각종 세뇌와 인체실험을 통해 고아들을 우수한 인간으로 개량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곳이었다.

 

그래서 실제 이곳 출신의 고아들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여기서 요한은 소장, 교관,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조종해 서로를 죽이게 만든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요한은 그곳을 나온다. 그리고 안나와 같은 부부에게 입양되도록 또 손을 쓴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결말

여기서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는데 남매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절대악인 요한에게 원흉인 클라우스 포페가 그들을 보려고 양부모를 방문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요한은 몬스터를 깨우고 양부모를 살해한 후, 이를 목격한 안나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한다. 안나는 요한의 부탁대로 그의 머리를 향해 총을 발사하지만, 첫 장의 내용처럼 텐마가 요한을 살려낸다.

 

텐마가 그를 살려낸 이후 줄곧 요한은 자신과 클라우스 포페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며 살아갔던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완벽한 자살이기 때문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결말

 

런 배경 퍼즐들이 조합되며 결국 텐마와 안나는 요한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의 몬스터를 죽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요한’이라는 가짜 이름이 아니라 비에라가 지어주었던 진짜 이름을 되찾아 줌으로써 그의 인간성을 다시 끌어낸 것이다. 실제로 몬스터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시 완벽한 자살을 위해 움직인 건지는 모르지만 작품은 요한이 또 사라지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 후기

위에 내가 요약한 줄거리는 나의 해석이다. 이를 분명하게 해야하는 것이, <몬스터>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요한과 안나 중 누가 어떤 경험을 한 것인지와 더불어, 요한은 애초에 몬스터였던 것인지, 아니면 죄책감과 불안으로 스스로를 몬스터로 마스킹했던 것인지에 대한 해설이 모두 열려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와 봉준호 감독

<몬스터>도 <20세기 소년>과 같이 많은 철학적 명제들을 다룬다. ‘악’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기억이라는 것은 실재인가,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 존재는 타인에 의해서만 증명되는가 등등. 다 다루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라 우선은 줄거리를 요약하는 수준에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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