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20th century boy)> 리뷰

지난주에 친한 지인이 내게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일본 만화가를 추천해줬다. 원래 만화를 잘 보지 않지만 내 취향을 잘 아는 지인의 추천이라 기회가 되면 찾아보겠다 했다. 그는 “<몬스터>를 꼭 봐, 그게 명작이야. <몬스터>를 보고 난 다음에 마음에 들면 <20세기 소년>도 봐”라고 했다.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심심해서 주말에 만화 카페를 찾았다. 왠지 <몬스터>라는 작품이 많을 것 같아 다시 인터넷을 검색해 ‘우라사와 나오키’ 이름까지 익히고 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몬스터> 있어요?”라고 묻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엔 ‘우라사와 나오키’를 외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계의 거장이다. <몬스터>라는 작품이 수십 개라도 만화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 <몬스터는> 일단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다.

아무튼 만화 카페 주인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아… 그게…”라고 머뭇거리더니 “저희가 아직 <몬스터>가 없어요…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만화 카페는 연 지 얼마 안 된 곳이어서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몬스터”가” 없다니, 그건 왠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20세기 소년>을 봤다. 그렇게 알게 됐다.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이름을 욀 필요가 없었던 이유와, 왜 주인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는지를.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줄거리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책 <20세기 소년>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켄지와 친구들이 주인공인 만화다. 켄지와 친구들은 초등학생 시절에 이후 볼링장이 들어서는 한 공터에 비밀기지를 만들어 매일같이 그곳에서 어울려 논다.

 

그들의 놀이 중 하나는 ‘예언의 서’라는 책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예언의 서’는 20세기 말에 어떤 악당이 등장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결국 켄지와 친구들이 정의의 사도로 등장해 악당을 막는다는 결론을 내기 위한 배경을 잡는 작업이었다. 본인들을 더 정의롭고 영웅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악당의 계략을 더 현실적이고 파괴적으로 설계하였다.

그러고 세월이 흐른다. 비밀기지에는 볼링장이 들어서고, 아이들은 가업을 잇거나 학업에 몰두하는 등 각자의 삶을 산다. 비밀기지, ‘예언의 서,’ 그리고 함께 어울려 놀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점점 잊힌다. 켄지도 청년 시절에 록스타를 꿈꾸며 밴드 활동을 하지만 결국에는 꿈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술집을 물려받아 조금이라도 더 돈이 되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꿔 운영한다.

 

켄지는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였던 ‘동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그와 연락이 닿았던 켄지는 동키가 자살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죽음에 대해 파고들며 켄지는 한 신흥 사이비종교를 알게 된다.

20세기 소년 줄거리

그 단체의 지도자는 가면을 쓴 ‘친구’라는 사람이다. 진짜 이름이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그를 숭배자들은 단지 ‘친구’라고 부른다. 그들은 ‘친구’의 예지력을 철저히 믿고 따른다. 그런데 ‘친구’의 예언이 켄지에게 낯설지 않다. 그 예언은 그가 어렸을 적 친구들과 만들었던 ‘예언의 서’이기 때문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이야기

이후의 줄거리는 주인공들이 ‘친구’가 누구인지 밝히고, 그를 막고 어렸을 적 꿈꿨던 것처럼 정의의 사도가 되는 내용이다. 하나하나 풀자면 끝도 없고, 어설프게 요약하기에는 암시와 반전이 촘촘히 설계되어 있어 이쯤에서 줄인다.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후기

<20세기 소년>은 만화책으로 총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틀 동안 푹 빠져 다 읽고 나니 현기증이 왔다. 끝날 것 같을 때마다 한 번씩 이야기를 비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고 보면 보이는데, 모를 땐 보이지 않는 힌트들도 꼭꼭 숨어있어서 집중해서 보게 된다. 전개가 친절하지는 않지만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나름 추리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다.

 

단점이라면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 사족 같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편집해 더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끝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가 꼭꼭 숨은 암시와 의미를 다 알아채지 못해서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인데, 다 뜻이 있었겠지! 아무튼 <몬스터>를 시작하기까지는 얼마 안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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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으면 좋을 포스팅 ※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Monster)> - 절대악을 논하는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