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텐트를 골랐다면 다음으로는 그 안을 채울 침낭을 고를 차례다. 침낭은 크게 하계용, 3계절용, 동계용으로 나뉜다. 텐트를 추천할 때는 겨울에 사용할 계획일지라도 4시즌 텐트보다 3시즌 텐트가 낫다는 얘기를 했는데, 침낭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텐트에서 3시즌과 4시즌의 차이는 기온보다는 혹한기의 눈과 강한 바람을 버틸 수 있는지가 판단 여부인데, 침낭은 사용하게 될 기온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낭은 시즌별로 구매를 하는 것이 좋으며, 아니라면 사계절을 사용할 3시즌용을 구매하고 다른 단열재로 보완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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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낭 모양에 따른 분류
침낭은 모양에 따라 크게 머미형, 사각형, 사각머미형, 더블백으로 구분된다.
머미형 침낭(Mummy bags)은 이름처럼 미라 혹은 누에고치의 모양이며 얼굴만 내놓고 자는 침낭이다. 침낭의 후드가 머리도 덮고 본체의 지퍼가 턱까지 잠글 수 있게 되어 있다.
침낭 내부로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동계에 사용하기 좋고, 침낭의 다리 부분이 오므려져 있어서 부피도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공간을 최소화한 만큼 특히 뒤척이며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갑갑할 수 있다.
사각형 침낭(Rectangular bags)은 말 그대로 직사각형의 모양이며 미라형과 다르게 침낭 속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목이나 머리를 덮지 않기 때문에 답답함은 없으나 추운 공기가 침낭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보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계절로 보면 봄~가을까지 사용하기 적합하다.
사각머미형 또는 반미라형 침낭(Semi-rectangular bags)은 미라형 침낭과 사각형 침낭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머리 쪽은 미라형 침낭의 모양이지만, 다리 쪽은 사각형 침낭처럼 공간의 여유가 조금 더 있는 형태다. 후드와 전면 지퍼가 있는 머미형 침낭의 보온성은 포기하기 싫지만 좁은 공간에 갑갑함을 느끼는 사람, 특히 잘 때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더블백(Double bags)은 두 사람이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 설계된 침낭으로 사이즈가 크며, 직사각형인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의 체온이 서로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보온성이 높지만 부피가 크고, 만약 한 사람이 사용한다면 남는 공간이 너무 커서 오히려 찬 공기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2. 침낭에 들어가는 충전재
다음은 침낭에 들어가는 충전재를 살펴볼 차례다. 침낭의 충전재 중에는 대표적으로 오리털을 사용한 덕다운, 거위털을 사용한 구스다운,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합성솜이 있다.
다운(Down)
다운은 구스다운이 덕다운보다 대체로 우수하다. 다운 충전재의 특징은 천연 소재인 부드러운 깃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볍고 압축이 잘되며 보온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물에 젖으면 단열 기능이 떨어지며,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운 충전재를 선택했다면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솜털의 비중이다. 다운 충전재를 사용하는 침낭은 솜털과 깃털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는 솜털의 비중이 클수록 효과가 더 좋다.
다음으로 체크해야 하는 건 다운량이다. 침낭에 다운 충전재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그 양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운량은 그램(gram)으로 표기하는데 개인마다 추위를 견디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하계용 침낭은 500g 정도, 3계절용 침낭은 800g 정도, 동계용은 1,000g 이상이 적당하다.
다운량이 충전재의 양을 뜻한다면, 필파워(Fill Power)는 충전재의 질을 의미한다. 필파워는 다운이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의미한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침낭이 많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따뜻한 공기를 더 많이, 그리고 오래 머금어 보온효과가 올라가는 원리다. 필파워는 1온스의 구스 다운을 실린더에 넣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정도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다운 충전재의 필파워는 300~900 사이인데 500 미만은 퀄리티가 낮은 제품이고 700이 넘어가면 우수한 축에 속한다.
함성솜(Synthetic)
폴리에스테르 합성솜은 상대적으로 보온성이 떨어지고 부피가 크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유지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접근성이 높은 충전재인 만큼 실용성이 강조되는 백패킹 침낭으로는 적합하지 않겠으나, 다른 용품들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고 부피나 무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오토캠핑 침낭으로는 폴리에스테르 합성솜 침낭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3. 침낭의 적정온도와 내한온도
서론에 얘기했듯이 침낭은 어떤 온도에 사용할 지에 맞춰 제작이 된다.
침낭 제품에는 보통 유럽표준(EN13537)에 맞춰 적정/쾌적 온도와 최저/하한온도, 극한/내한온도가 표기되어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추위를 타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적정온도나 내한온도가 절대적인 기준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일반 성인을 기준으로 한 표준인 만큼 어느 정도의 신뢰도는 분명 있으며, 특히 두 개 이상의 제품을 비교할 때는 매우 유용한 척도가 된다.
적정/쾌적 온도는 ‘Comfort’라고 표기되며, 편안한 자세로 추위를 느끼지 않고 기분 좋게 잘 수 있는 온도를 뜻한다.
최저/하한온도는 ‘Lower Limit’으로 표기되며, 웅크린 자세로 잘 때 다소 추위를 느낄 수 있으나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온도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극한/내한 온도는 ‘Extreme’으로 표기되며 저체온증, 동상 등을 유발하여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온도를 뜻한다. 따라서 내한 온도를 침낭을 사용할 수 있는 최저 온도라고 오해해서는 안 되겠다.
4. 침낭의 대안
침낭은 원래 침대와 이불의 기능을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안된 제품이다. 다르게 말하면 몸의 뒷면을 보호할 수 있는 침대의 기능을 다른 제품으로 갖췄거나, 몸의 앞면을 보호할 수 있는 이불의 기능을 다른 제품으로 갖췄다면 무조건 침낭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특히 오토캠핑을 할 때나, 날이 춥지 않을 때는 가정에서도 사용하는 이불과 베개, 담요를 챙겨서 사용해도 괜찮다. 침낭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기능성 제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서 사용하는 이불과 베개, 담요를 쓰는 것이 수면의 질은 더 높일 것이다.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나무에 걸어서 사용하는 해먹 중에, 안에 완전히 파고 들어가 몸의 앞뒤를 모두 막을 수 있는 제품도 있어 침낭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예외적인 상황에만 적용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침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두 가지를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퀼트(Quilts)
퀼트는 이불처럼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직사각형의 단열재다. 물론 일반 이불과 달리 침낭과 동일한 다운이나 폴리 합성솜으로 만들기 때문에 캠핑에 맞게 경량화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퀼트는 ‘캠핑용 이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퀼트는 일반 침낭처럼 후드나 전신 지퍼가 없다.
퀼트는 동일한 소재의 양과 질로 만들었다는 가정 하에 침낭만큼 따뜻하지는 않다. 하지만 후드나 지퍼가 없기 때문에 침낭보다 가볍고 압축성이 좋다. 더불어 직사각형으로 펼쳐진 모양이기 때문에 이불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망토처럼 어깨에 두르거나 중요한 물건을 덮는 데에 쓸 수 있는 등 활용법이 침낭보다 다양하다.
또한 퀼트는 침낭과 달리 덮고 벗는 게 용이하고 다리나 팔을 빼놓고 잘 수도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무의식 중에 추울 땐 덮었다가 더울 땐 벗으며 체온 조절을 자주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덥거나 추워서 깨는 일 없이 침낭을 사용했을 때보다 더 깊고 긴 잠을 잘 수 있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퀼트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고정할 수 있는 수면 패드와 짝을 이루는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다른 패드로 갈음할 수 있으나 퀼트를 덮고 자는 게 너무 춥다면 구매한 제품과 잘 고정될 수 있는 수면 패드라는 옵션이 있다는 점은 참고해 두면 좋겠다.
웨어러블 침낭(Wearable bags)
팔과 다리가 달린 침낭으로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침낭 제품도 있다. 꼭 잘 때뿐만 아니라 추운 날씨에 캠프 주변을 돌아다닐 때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잘 때 자주 뒤척이는 등 움직임이 많은 사람에게는 형태가 고정된 침낭보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웨어러블 침낭은 일반 침낭보다 따뜻하지는 않다. 침낭을 입고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충전재가 적거나 얇은 재료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이즈가 알맞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껴 잠을 방해할 수 있으며, 예상할 수 있듯이 수시로 체온을 조절하기도 어려워 너무 더워 잠에서 깨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웨어러블 침낭은 침낭의 대체재로 사용하기보다는 보완재로 사용할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극한의 추위에 야영을 해야 할 때, 침낭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때 웨어러블 침낭을 입고 침낭에 들어가 자면 이중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보온효과를 두 배로 느낄 수 있다.
물론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침낭을 속에 넣는 침낭 라이너(Sleeping bag liners)를 사용하는 것이다. 혹은 앞서 얘기한 퀼트를 침낭 위에 덮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답은 없으니 창의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캠핑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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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텐트 : https://averagejoe.tistory.com/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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