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살 때는 늘 남길 걸 지레 겁먹는 편이다. 혼자 살 적부터 아무리 재료를 적게 산다고 해도 결국 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름 계획적으로 식자재를 구매하고, 요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들을 볼 때면 자괴감이 들기까지 했다.
1인 가구였고, 진정한 “1인분”을 판매하는 경우가 드물던 시절이라는 게 핑계라면 핑계겠다. 하지만 어떻게든 소진하려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똑같은 음식을 해 먹고서도 버려지는 것들을 눈앞에 두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유통기한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유통기한을 지나도 괜찮은 이유
엄밀히 말하자면 유통기한은 식품업자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기한이다. 즉 ‘유통’할 수 있는 기한이라는 뜻이지,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기한으로부터 하루 이틀 지난 건 바로 버릴 필요가 없다. 더불어 유통기한이 법적인 효력을 가진 기준이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는 일이 많다. 모든 제품이 같은 날에 상하지는 않으니, 개중에 단 하나라도 변질이 될 수 있을 법한 첫날을 유통기한으로 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다소 단순하게 잡아보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기간에 비해 유통기한은 70% 전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달에 한 번 꼴로 냉장고에서 상하고 곰팡이가 핀 재료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던, 유통기한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에 그나마 마음에 여유를 가져왔던, 유통기한을 넘겨도 꽤나 안전한 재료들에 대해 간략히 다뤄보고자 한다.
물론 유통기한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것처럼, 이 재료들에 대한 소개도 일종의 참고사항이지,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재료들은 아닌 점에 유의해주시기를 바란다. 언제나 가장 확실한 건 실제로 보고, 냄새를 맡아보거나, 소량만 맛을 보는 관능평가다.
통조림 유통기한
캔으로 완벽히 밀봉된 통조림은 유통기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다만 23도 이하의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만약 몇 년이 지난 통조림 캔의 형태가 변형되어 조금이라도 부풀어졌다면 음식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크니 섭취해서는 안된다.
계란 유통기한
계란은 구매 후 3~5주까지 거뜬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많다. 흔히 달걀은 매일 같이 접하는 기본적인 재료고 냉장고 안에 개방된 채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재료에 비해 유독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났다고 바로 버려서 낭비할 필요는 없다.
냉동식품, 빵, 아이스크림 유통기한
냉동식품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의 질은 떨어지나 섭취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소 몇 달에서 1년까지는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 흔히 고기는 바로 섭취하지 않으면 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주 먹는 빵도 곰팡이가 끼기 전에 며칠 내에 먹지 않을 것들은 얼려버리는 편이 낫다. 아이스크림도 통상 유통기한은 1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 녹지 않고 언 상태가 잘 유지되었다면 기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국수, 파스타 유통기한
건조된 국수나 파스타면은 통밀이 아니라면 개봉 후 1년까지 안전하다. 개봉하지 않은 상태라면 2년이 지난 것도 괜찮다고 한다.
설탕, 소금 유통기한
설탕과 소금도 서늘한 곳에서 습도 조절을 잘 하고 벌레만 끼지 않는다면 구매한 지 오래됐다고 해서 바로 버릴 필요가 없다.
간장, 꿀 유통기한
간장과 꿀 또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밀봉된 상태로 보관했다면 오래 두고 먹어도 괜찮다. 만약 이물질이 들어갔거나, 너무 굳었다면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가열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급히 쓰레기통으로 던질 필요는 없겠다.
제 돈을 들여, 맛있게 먹을 요량으로 사놓은 식재료를 미처 써보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넣는 일만큼 불쾌한 경험이 또 없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신경써서 건강에 유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유통기한’이라는 기준에 얽매여 괜찮은 식재료를 내다 버리지 않는 것도 지구를 위해 중요하다.
법이라는 테두리를 감안했을 때 더 현실적인 ‘소비기한’이나 ‘유효기한’이 유통기한을 바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적정한 기한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관능평가로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몫을 소비자들에게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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