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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Paparazzi)의 어원과 다양한 변형

by 저피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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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살다 보면 유명한 가게나 번화한 거리를 지날 때 주변을 서성이는 파파라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에도 파파라치가 있지만 대개 언론사에 재직하는 촬영기자지, 자영업으로 파파라치를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파파라치 어원

 

미국은 헌법 수정 조항 제1조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파파라치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때문에(물론 유명인의 자녀를 파파라치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이나, 특정 구역에 파파라치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보호망은 있다)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예전부터 갖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파파라치(Paparazzi)의 어원

우리는 연예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판매하는 사람을 파파라치라고 부른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보통 이들은 공식적인 행사에 초청을 받아, 유명인의 허락을 받고 계획된 사진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외부에 공개를 꺼려하는 사생활을 카메라에 담는다. 독자나 일반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유명인들에게는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낳는 눈엣가시인 경우가 많다.

 

‘파파라치(Paparazzi)’라는 단어는 페데리코 펠리니가 제작한 1960년작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 등장하는 사진사 “파파라초(Paparazzo)”에서 유래된 것이다. 파파라초 또한 행실이 오늘날의 파파라치와 유사한데, 펠리니 감독은 그토록 사람을 귀찮게 괴롭히는 인물의 성향을 잘 드러내고자 그 이름을 ‘모기’를 지칭하는 이탈리아 은어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파파라치라는 단어는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을 본 딴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모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파파라초(Paparazzo)가 파파라치(Paparazzi)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파파라치’가 복수형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한 명을 지칭할 때도 ‘파파라치’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탈리아어도 스페인어처럼 단어에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기 때문에, 만약 단수의 “파파라치”를 언급할 때는 그 사진사가 남성인 경우 파파라초(Paparazzo), 여성인 경우 파파라차(Paparazza)라고 부르는 것이 맞긴 하다.

 

 

파파라치의 변형

“몰래” 사진을 찍어 판매해 “수익”을 낸다는 파파라치 업의 특성 때문에, 유사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부를 때 파파라치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익 제보 포상금을 노려 범법 행위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파파라치의 변형

 

예를 들어, 교육청에서 금지한 불법 고액 과외나 심야 교습, 미등록 학원을 운영하여 학원법에 위반되는 건을 신고하는 사람을 배울 학(學)에 파파라치를 더해 “학파라치”라고 부른다.

 

언론인과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흔히 입안자의 이름을 따서 “김영란법”이라 부르는데, 이 법안이 시행됐을 당시에 법을 어긴 사례에 대한 제보 포상금이 걸려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란파라치”들이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그 밖에도 성매매를 신고하는 ‘성파라치’, 영화의 불법 유통을 신고하는 ‘영파라치’, 불법 쓰레기 투기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불법 노래방 영업을 신고하는 ‘노파라치’, 불량식품을 신고하는 ‘식파라치’, 전문 의약품의 불법 거래나 불법 마약 거래를 신고하는 ‘약파라치’ 등등이 있다. 요컨대 어떤 것이든 법 위반에 대한 제보 포상금이 있다면, ‘-파라치’를 붙여 부르면 되는 형국이다.

 

 


 

‘장이(i.e. 대장장이)’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일 경우에 붙이는 말이고, 그 밖에 성향이나 특징을 표현할 때는 ‘쟁이(i.e. 멋쟁이)’를 붙인다. 이 차이 때문에 ‘장이’를 붙이는 게 맞거나, 다른 정식 직업명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성이나 기술력을 무시하고자 할 때 낮잡아 부르거나 비꼬는 투로 ‘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상가’를 하대하듯 부르는 ‘관상쟁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수많은 ‘-파라치’들도 그렇다.

 

그들이 ‘장이’가 될 지, ‘쟁이’가 될지는 제보자를 넘어 사회에 달려있다. ‘파파라치’라는 어원이 붙은 것 자체가 지금은 부정적인 함의(‘쟁이’)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장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포상금”이 아닌 “공익”에 방점이 찍힌 제보 문화, 시민의식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사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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