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정부는 1949년 10월 1일에 이날을 광복절이라 부르며 국경일로 제정하였다. 오늘날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공휴일인 8월 15일 광복절이 되면 관공서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유급휴일을 보장받아 쉰다.
전국에서 경축행사가 열리고, 저녁에는 정부가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경축연회를 베푼다. 경축식에서는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만세삼창, 유공자 포상 등을 하며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광복, 자유,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복은 우리나라 역사에만 있었던 사건이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와 같이 지배와 독립의 시기를 겪었고, 대부분이 우리나라처럼 독립일을 국경일로 제정하였으며, 정부와 국민은 매해 그날을 특별하게 기린다.
미국 독립기념일- Fourth of July, 7월 4일
아마 가장 유명한 독립기념일은 미국의 ‘Fourth of July’가 아닐까 싶다. 1776년 7월 4일은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전쟁 끝에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내용의 독립선언서 초안에 식민지 대표들이 동의한 날이다.
미국에서는 “Founding Fathers”로 알려진, 미국 헌법을 제정한 벤저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존 아담스 등의 각 주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독립선언문에 서명을 했고, 같은 해에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7월 4일이 되면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가 열린다. 독립을 기념하는 각종 콘서트와 행사도 곳곳에 열리고, 가족들은 이 날을 기념해 바비큐 파티를 열어 이웃과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독립기념일을 축하의 대상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파티로 만들어내는 점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점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우리나라의 정숙한 광복절 분위기와 대조된다.
멕시코 독립기념일– Dia de la Indepencia, 9월 15일
멕시코의 독립기념일은 9월 15일이다. 이날은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독립을 쟁취한 날이 아니라, 300여년의 식민지배 끝에 스페인을 상대로 독립 전쟁을 시작하게 된 날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1810년 9월 15일, 돌로레스라는 멕시코 소도시에서 미겔 이달고(Miguel Hidalgo)라는 신부는 미사를 드리며 말미에 교구민들을 상대로 스페인 식민정부에 대항하는 싸움에 동참해달라는 호소를 한다. 이달고 신부의 반란은 멕시코 독립운동의 발단이 되었으며, 그날의 선언은 돌로레스의 외침 또는 돌로레스의 절규(El Grito de Dolores)로 불리게 되었다.
오늘날 멕시코에서 매해 9월 15일이 되면 대통령은 조칼로 광장의 대통령궁 발코니로 나와 국민들 앞에서 돌로레스의 외침을 재연한다. 자유, 평등, 민주주의의 영원을 기원하는 종을 치면서 “Viva Mexico(멕시코여 영원하라)!”를 세 번 외치고 국기를 흔든다. 군중들도 “Viva!”를 함께 외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행사의 끝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마무리된다.
남수단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 7월 9일
남수단은 수십년의 내전 끝에 2011년 7월 9일 수단으로부터 독립했다. 세계에서 193번째 나라로 가장 최근에 독립한 국가가 되었으며, 따라서 독립기념일의 역사가 가장 짧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남수단 사람들은 독립으로부터 탄생한 남수단의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제창하며 축제를 벌인다. 수십 년 만에 얻은 일상의 평화이기 때문에, 이날에는 전시에 누릴 수 없었던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나 각종 축하 행사와 콘서트가 열린다.
인도 독립기념일 – Independence Day, 8월 15일
인도의 독립기념일은 우리나라의 광복절과 같은 날인 8월 15일이다. 1947년 8월 15일, 인도는 영국의 식민 통치로부터 독립하였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승전국인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고, 더 이상 인도를 계속해서 통치할 여력도, 명분도 남아있지 않았다.
인도가 독립한 8월 15일이 되면 인도인들은 뉴델리 레드포트에서 진행하는 국기 게양식을 TV로 시청하고, 인도 국기의 색깔인 주황색, 흰색, 녹색으로 집안이나 옷을 꾸미며, 야외에서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연(kite)을 날린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 Independence Day, 8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은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날을 기념한다. 보통 독립기념일 전날에는 1990년 8월 23일 최초로 열린 국기 게양식을 기념하고 당일에는 수도인 키예프에서 군사 열병식(military parade)이 열린다. 다음날인 8월 25일 오전에는 키예프에 위치한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미사가 열리며 종교 및 정치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다.
행사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거리에 나와 독립을 축하한다. 참고로 2019년과 2020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사 퍼레이드를 열지 않고, 열병식에 드는 비용을 군에 기부하며 그 대신 우크라이나 가수들의 공연으로 대체했는데, 독립기념 30주년인 2021년 8월 24일에 다시 키예브 광장에 열병식을 재개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 Bastille Day, 7월 14일
7월 14일은 프랑스혁명의 시발점이었던 바스티유 감옥 습격의 날(1789년)이자, 이듬해 같은 날에 열렸던 건국기념일(1790년)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처럼 프랑스에서도 혁명기념일 오전에 샹젤리제 거리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데, 사실 독립기념일에 군사 열병식을 여는 전통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이다.
밤이 되면 에펠탑 위로 화려한 불꽃놀이들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프랑스 기념일에서 한 가지 특별한 점은 혁명기념일이 되면 파리 인근 소방서들이 파티를 연다는 것이다. 이 전통은 1937년에 혁명기념일 행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소방관들을 따라 간 대중들과 소방관들이 소방서에서 어울려 놀았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통 소방서는 기부 형태의 입장료를 받고 DJ나 밴드를 불러 공연을 열고, 주류도 판매한다. 야외 클럽과 다름없으며, 소방관들은 보통 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 Yom Ha'atzmaut, 토라력 5일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독립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양력을 사용하지 않고 토라력에 따라 독립을 기념하기 때문에 매해 같은 날이 아닌,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이루어진다.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행사는 이스라엘 전쟁의 전사자를 기리는 현충일(독립일 전날)의 끝과 독립일의 시작을 함께 기념한다.
국민들은 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헤르츨 산에 모이며, 이스라엘의 12개 부족을 상징하는 12개의 횃불을 점등하는 의식을 치른다. 이후에는 각종 축제와 불꽃놀이가 열린다.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주요 행사 중 하나는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유대교 원전 타나크(Tanakh)에 관한 성경 퀴즈 대회다. 보다시피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은 단순히 국가의 탄생을 기념하는 정치적인 행사를 넘어 종교적인 색깔이 짙고, 범국가적 유대인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성향이 강하다.
독립기념일이 없는 국가 – 네팔, 태국, 덴마크 등
식민 지배를 겪지 않아 독립기념일이 없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네팔, 태국, 덴마크가 있다. 물론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식민지배국도 독립기념일은 없다. 독립의 역사가 없는 경우에도 앞서 다룬 프랑스처럼 독립기념일 대신 혁명기념일이나 건국기념일, 또는 제헌절을 기념하는데,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 지배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아 독립기념일이 없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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