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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멕시코 여행 1편- 식도락의 성지 와하까(Oaxaca)

by 저피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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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작년에 재미를 들인 서핑을 하러 푸에르토 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를 여행할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가려고 보니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며칠의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는 건데, 한 곳에만 있기에는 아쉬워 여행지에 급히 추가한 곳이 바로 와하까(Oaxaca)다.

 

멕시코 와하까 여행

 

와하까는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내게 생소한 곳이었다. LA에 와보니 즐비한 멕시코 식당 중 상호나 간판에 ‘와하까’가 들어간 곳이 많았고, 멕시코에서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지방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러니까 와하까는 우리나라의 전라도나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같이 자국민들이 식도락 여행으로 찾는 곳이자, 셰프들이 그 지역 출신임에 자부심을 느끼는 곳이다.

멕시코라는 국가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답지 않게 나는 멕시코시티는 경유만 하고 곧바로 와하까로 이동했다. 늦은 시각에 도착했는데 곳곳에 문을 연 식당들이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하릴없이 첫날 밤부터 메즈칼(Mezcal)과 뜰라유다(Tlayuda)를 먹으며 여행의 피로를 달랬다.

 

 

멕시코 와하까의 메즈칼

멕시코 와하까의 대표술 메즈칼

와하까하면 메즈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메즈칼은 우리가 흔히 아는 데킬라와 같이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데낄라는 데낄라라는 지역에서 생산된 메즈깔의 한 종류인데(샴페인과 유사하다), 워낙 대량 생산되어 전 세계에 유통되다 보니 외국인들에게는 데낄라가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

 

메즈깔이랑 데낄라는 주조법이 달라 같은 원료를 사용하지만 맛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데낄라보다 메즈깔이 조금 더 묵직하고, 스모키한 맛과 향을 내는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데낄라보다는 메즈깔이 과음한 다음 날 숙취가 덜하다.

 

 

 

메즈칼이 부담스럽다면 메즈칼리나를 추천

메크깔은 샷으로도 마시지만, 패션프루트나 크랜베리 주스를 섞어 메즈칼리나(Mezcalina)라는 칵테일로도 즐긴다. 독주가 부담스럽다면 메즈칼이 들어간 다양한 칵테일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메즈칼을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

 

다만 메즈칼은 알코올 맛과 향이 그닥 심하지 않고 깔끔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원주를 시도해보라 말하고 싶다. 와하까 마을 곳곳에는 메즈칼만 판매하는 메즈칼 바(메즈깔레리아 ‘Mezcaleria’라고 부른다)들이 있는데 잔술을 팔기 때문에 산책하다가, 혹은 저녁 식사를 하고 2차로 가볍게 들러 한 잔씩 걸치기에 좋다.

 

 

와하까 메즈칼레리아에서 만난 할아버지

늦은 밤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와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간 한 메즈깔레리아에서 관람한 와하깐 할아버지의 단독 콘서트와, 그곳에서 우연히 사귄 친구들과 새벽 3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던, 메즈칼이 만들어 준 추억은 와하까 여행의 정점이었다.

 

 

 

멕시코 와하까 맛집 추천

멕시코 와하까 여행에서 맛본 음식들

술도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야 맛이 배가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와하까는 애주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천국 같은 곳이다.

 

한참 전에 예약한 코스요리가 나오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부터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하도 허기가 져서 들어간 타케리아(Taqueria)까지 와하까에서 먹은 음식은 예외 없이 모두 맛있었다. 이런 경험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을 여행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넷플릭스 ‘필이 좋은 여행’을 보고 예약한 크루도(Crudo)나 인터넷 검색으로 와하까에서 가장 맛있다는 레스토랑인 까사 데 와하까(Casa de Oaxaca)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은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타케리아였다.

 

멕시코 와하까 맛집 추천 : 타케리아 엘 프리

 

타케리아 엘 프리모(Taqueria El Primo)라는 식당인데,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와하까에 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해 Al Pastor 타코를 먹었다.

 

밀가루 또르띠아로 만든 Al Pastor 타코는 5개에 멕시코 달러로 $85이니, 10개를 먹어도 만원 정도다. 로컬 식당이라 가격이 저렴한 편이긴 했는데, 와하까의 파인 다이닝도 인당 5~6만 원 정도라 싸거나 가성비를 따져서 간 건 아니었다. 와하까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멕시코 와하까의 맛 체험하기

에어비앤비 트립으로 참여한 멕시코 와하까 쿠킹클래스

틀라유다, 타말레, 몰레 등 와하까에서 먹어봐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다행히 물가가 저렴해 식당이나 음식을 고르는 데에 부담은 없다. 제한된 시간과 꺼지지 않는 배만 문제 될 뿐이다.

 

만약 와하까 음식이 입에 맞는다면, 그리고 요리를 좋아한다면 쿠킹클래스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음식이 유명한 지역이라 쿠킹클래스가 많고, 에어비앤비 트립에는 가정집 부엌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화덕을 이용해 같이 요리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빠질 수 없는 메즈칼을 마시는 수업도 있다.

 

앞서 언급한, 새벽 3시까지 새로 사귄 친구들과 과음한 날, 고작 몇 시간 후에 시작한 수업이라 처음엔 꽤 힘들었는데, 따뜻한 화덕 앞에서 두 손으로 직접 식재료들을 만져가며, 맛있는 와하까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결국 해장이 되어 메즈칼 두세 잔도 무리 없이 넘어갔다.

 

 

 

멕시코 와하까 여행 팁!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메즈깔로 알딸딸하게 취기마저 오르고 나면 걷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와하까는 이럴 때 걸어 다니기 참 좋은 여행지였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 오래된 성당들, 사람들이 북적이는 전통시장들이 곳곳에 있어 산책하면서도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동네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동네가 너무 크면 압도되기 마련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내려야 할 곳을 염두에 두고 안내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부담되고, 당최 내가 도시의 어느 부근에 있는지 지도 앱을 켜지 않고서는 감을 잡기 힘든 것도 피로해진다.

 

하지만 와하까는 이러한 걱정 없이 랜드마크인 성당이나 전통시장을 기준으로 삼아 마음 편히 돌아다니기에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였다.

 

멕시코 와하까 여행

 

먹는 것에 딱히 욕심이나 취향이 없는 편인데다 여행할 때는 더욱이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피곤한 성격이라, 와하까 식도락 여행이 하루 이틀이면 지루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코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직도 그러하니, 언젠가는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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