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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LA 와이너리 투어 - 말리부 와인 하이크스(Malibu Wine Hikes)

by 저피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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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주말에 와이너리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LA 인근 와이너리 투어를 검색해 말리부를 찾아갔다. 다운타운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에, 말리부 해변을 지나 안쪽 산간지역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와이너리를 구경할 수 있는 투어가 하나 있었다.

 

말리부 와이너리 투어

 

말리부 와인 하이크스(Malibu Wine Hikes)라고 불리는 이 투어에서는 2마일 정도 되는 거리를 가이드와 함께 거닐며 와이너리를 구경하고,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

 

 

 

LA 와이너리 투어 예약

비용은 인당 $49에 소요시간은 2시간 미만이었고, 참여인원은 우리를 포함해 총 12명이었다. 걷는 게 싫거나, 동행하는 사람이 많으면 지프차나 소형 버스를 대절하는 투어도 가능하다(물론 비용은 더 비싸다).

 

예약은 Malibu Wine Hikes 홈페이지(하기)에서 할 수 있다. 투어는 30분마다 시작되며 투어 당 인원 제한도 있다.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당일 11시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투어를 예약해서 갔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Malibu Wine Hikes - Malibu, California Wine Tastings & Tours

Explore our piece of Malibu Wine Country & Taste Our Wine on Unique wine tours: Guided Hikes, Vehicle Tours of the Vineyard, & Private Tours.

www.malibuwinehikes.com

 

 

 

LA 와이너리 투어 후기

LA 인근 와이너리 투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만약 다양한 포도 품종을 보고, 여러가지 와인을 시음해보고,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것도 보면서, 병입하기 전에 와인을 오크통에서 바로 따라 마셔보는 특별한 체험을 기대한다면 이 와이너리 투어는 적합하지 않다.

 

정말로 와인을 좋아하고, 친숙한 브랜드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학습하고 싶다면 더 북쪽으로 올라가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와인으로 만들어지는 포도가 대충 어떤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서 자라는지 직접 느껴 보고 싶은 정도이고, 다양한 와인 테이스팅보다는 포도 농장을 거닐고 싶거나, 와이너리의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은 수준이라면, 주말에 가벼운 운동 삼아, 도심을 떠나 시골에서 리프레시를 하는 차원에서 참여해볼 만하다.

 

 

 

말리부 와인 하이크스의 볼거리

LA 인근 와이너리 말리부 와인 하이크스

 

말리부 와인 하이크스(Malibu Wine Hikes)의 와이너리는 현재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는 아보카도를 기르던 농원이었으며, 지금은 포도뿐만 아니라 말, 라마, 염소 등을 기르는 목장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와인에 올인한 전문적인 와이너리라기보다는 주어진 지리, 기후 속에서 적합한 것들을 재배하고 기르는 농장인 것이다.

 

LA 인근 말리부 와이너리의 동굴 벽화

 

뿐만 아니라 농장에는 1760년도에 만들어진 동굴 벽화도 있다. 미국 원주민들이 거대한 바위에 그린 이 벽화는 햇빛이 조금이라도 닿는 곳은 애당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전혀 빛을 받지 않는 아랫부분에 그려진 그림들은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온전히 남아 있다.

 

가이드는 가까이 가서 봐도 좋고, 사진을 찍어도 좋으나, 절대 몸이 그림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빛이 닿지 않도록 플래시는 터뜨리지 말라 했다.

와이너리는 말리부 해변에서 살짝 더 들어갔을 뿐인데 공기 자체가 달랐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산들이 가로막고 있어 계곡에 들어가면 매우 건조하고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투어를 한 당일 기온이 하필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었어서(38도), 가이드도 힘들어하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아쉽게도 아직은 제철이 아니었는데, 조금 지나면 포도가 더 자라 농장에 단내가 풍기기 시작하고, 그때가 되면 훨씬 투어 경험이 풍성해진다고 했다. 묘목들 마다 그 앞에 정리된 검은색 비닐막이 놓여 있었는데, 단내가 나기 시작하면 야생동물이 포도를 훔쳐먹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포도나무를 덮으려고 준비해 둔 것이라고 했다.

 

포도의 품종과 상태를 가늠하기 위해 장미나무를 같이 심는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바로 포도나무 앞에 심어진 장미나무였다. 흰포도의 경우 하얀색 장미를, 적포도의 경우 빨간색 장미를 심는다고 한다.

 

장미나무는 재배하고 있는 포도 품종을 멀리서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표식의 기능도 하지만, 포도나무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도 한다.

 

보통 포도나무보다 장미나무가 더 연약해서 기후나 토지의 상태 변화에 따라 포도가 상하게 되면 그전에 장미부터 시든다. 그렇기 때문에 장미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면, 그 즉시 포도가 상하기 전에 상태를 관찰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도구를 이용하는 과학기술도 있겠지만, 이렇게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상생하는 모습이 정감이 있었다.

 

말리부 와이너리 시음주

 

2시간 남짓 진행되는 투어 중간에 와인 한 캔을 받았고, 투어가 완전히 끝난 후 집에 가져갈 용도로 두 캔을 더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여러 품종들을 시음해볼 수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쉬웠지만, 무더운 날씨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온 몸에 흙을 묻힌 다음, 서늘한 그늘에 앉아(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 아래만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진다) 드넓은 농장을 만끽하며 마신 와인을 참으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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