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사 없이 여행할 때 염두에 둘 만한 팁이 있다. 첫 번째는 호스텔 사람들과 친해지기. 호스텔 직원에게 정보를 얻고, 장기투숙객들에게 확인을 받는 순서가 제일 좋다. 두 번째는 워킹투어에 참여하기. 주요 도시에는 돈을 받지 않는 워킹투어도 많다.
유럽여행을 할 때 돈 아끼려고 Free-Walking Tour에 참여했다가, 가이드의 매력에 푹 빠져 팁으로 돈을 탕진한 적도 있었지만… 워킹투어 홍보물은 보통 호스텔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으니 첫 번째 팁을 참고해 직원에게 묻고, 장기투숙객들에게 어떤지 확인 받아보면 좋겠다.
해외여행 팁 : 택시를 타라
마지막 팁은 택시 이용하기다. 택시 운전사는 언제나 답을 가지고 있다. 맛집이나 볼거리를 물어보든, 그곳의 매력이나 소식을 물어보든 간에. 운전사는 우선 이동하는 동안의 대화를 통해 나를 어느 정도 파악한다. ‘매운 것도 잘 먹어요?’ ‘시끄러운 곳도 괜찮아요?’ 그러고는 결국 내게 맞는 답을 제시한다. 경험상 타율이 나쁘지 않다.
우리가 잘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택시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교통인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기사나 기관사에게 질문하기 어렵지 않은가. 게다가 대중교통과 달리 가는 곳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 택시 운전사에게는 종착지를 추천하는 역량이 요구되는 것이다.
런던 블랙캡 택시
런던에서 ‘블랙캡(Black Cab)’으로 불리는 택시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시험의 명칭은 바로 ‘The Knowledge’. 시험이름이 ‘지식’이라니, 얼마나 어려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나, 간단히 소개하자면, 런던의 모든 거리를 머릿속에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말하면, 타야 하는 도로와 가야 하는 방향을 곧바로 술술 읊어야 하는데, 준비기간이 평균 3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블랙캡 운전사들은 런던의 도로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최근에 어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이 정도면 바지 밑단에 묻은 흙만 보고도 의뢰인이 어느 길을 걸어서 베이커가 221B로 왔는지 맞히는 셜록홈즈와 진배없다.
택시의 위기 - 승차공유 서비스, 발전하는 대중교통
‘The Knowledge’는 1865년부터 시행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으며, 그동안 시험 항목이나 난이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변함없이 사회적인 인정과 경제적인 안정을 누려왔다. 15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역사에 쩍하고 균열을 낸 건 다름 아닌 ‘우버(Uber)’였다.
블랙캡 운전사들은 항의했다. 하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값싼 우버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2017년 9월에 런던시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근거로 우버의 운영권 갱신을 거부했지만, 우버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해 면허를 승인 받았다.
2019년 말에 또다시 영업 중단을 했지만, 우버는 이의신청을 통해 시간을 벌며 항소절차 기간동안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든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격시험이 ‘The Knowledge’만큼 어렵지는 않다. 개인택시는 자격증이 아닌 사업 면허로써 양도가 가능했던, 2009년 시행령 개정 이전의 면허들이 아직도 거래되고 있다. 즉, 10년 전에 취득한 면허를 시장에서 사기만 하면 택시 운전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에까지 팔린다고 한다. 쉽게 운전사가 될 수 있는 만큼 블랙캡 기사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만큼 이용료도 런던에 비해 1/4~1/3 수준으로 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이 너무나도 잘 정비되어 있다 보니 한국의 택시 기사가 겪는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택시 기사의 종말? - 무인자동차의 상용화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건,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건, 우버나 각종 승차공유 서비스도, 대중교통도 아니다. 바로 자동화다. 무인자동차의 상용화는 이제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상용화 이후엔 머지않아 택시도 운전사가 없는 무인택시로 바뀔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무인택시의 시대가 온다면 승차거부에 따른 실랑이도 없을 테고, 아마 새벽 할증도 없어질 것이다. 택시는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 받는 도로 상황에 따라 최단시간에 목적지까지 갈 것이며, 승객은 소요시간을 사전에 정확히 안내받아 약속시간보다 이르거나 늦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인자동차들이 정교해질수록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매끄럽게 운행하여 승차감도 지금보다 훨씬 편안할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써 서비스 품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는 것이다.
택시의 부가서비스는 대체 가능할까?
하지만 부가서비스는? 물론 택시에 설치된 인공지능이 승객의 질문에 대답해줄 것이다. 맛집이면 맛집, 동네소식이면 동네소식. 하지만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결국 우리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일 것이다.
게다가 “맛집에 데려다줘”라고 하면, 광고로 오염된 블로그에서 추천한 식당 앞에 설 수도 있고, “여기는 어떤 곳이야?”라고 물어보면 인구수나 주요시설과 같이 원치 않는 딱딱한 정보들만 나열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우리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이 인터넷에 없듯이, 택시 인공지능도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답할 수 없을 것이다.
택시 운전사와 대화를 나눌 때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의 경우,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기사가 추천한 맛집이 맛있는 이유가 때로는 음식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정말로 그곳이 좋다. 그래서 당신도 그곳에 가보면 나는 정말로 좋겠다’는 기사의 진심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추천’이 아닐까. 인공지능의 ‘추천’은 감정이 쏙 빠진 ‘정보’일 뿐이다. ‘나는 이 지역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고, 당신도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길 바란다’가 ‘대화’ 아닐까. 우리는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영화 굿 윌 헌팅 명대사로 보는 인공지능의 미래
영화 <굿윌헌팅> 속 명대사가 하나 떠오른다. 오만한 천재 윌에게 숀이 하는 말이다.
“내가 너에게 미술에 관해 묻는다면 넌 지금까지 쓰인 모든 책을 인용하며 내게 답을 주겠지. 미켈란젤로에 관해 물으면, 그의 작품, 정치적 야망, 교황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성적 취향까지도 알려줄거야. 하지만 넌 시스티나 성당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모를걸? 넌 실제로 그곳에 서서 그 아름다운 천장화를 본 적이 없거든 ...(중략)... 너 고아지? 넌 내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다고 해서, 네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고, 지금 네가 무엇을 느끼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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