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인생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를 처음 알게 된 10년 전, 요즘 무얼 하고 시간을 보내느냐는 그의 질문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를 다시 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지난 10년 동안 많은 드라마를 봤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인생 드라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고 대답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줄거리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는 HBO에서 2001년에 제작한 미니시리즈다. 2차 세계 대전에 참가한 제101공수사단의 506연대 소속 이지 중대(Easy Company)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총 10부작이며 한 편당 50~60분 정도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행크스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에 나오는 다음 대사로부터 따온 것이다. 함께 피를 흘리는 전우는 곧 형제가 된다는 의미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From this day to the ending of the world
오늘부터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We in it shall be remembered
우리는 기억될 것이다.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소수의, 행복한 소수의, 형제들로서.
For he to-day that sheds his blood with me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리는 자는
Shall be my brother
나의 형제가 될 테니.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이지 중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실제로 미니시리즈의 앞뒤로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가 들어간다. 그래서 더욱 드라마의 사실감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이 커진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주제와 추천하는 이유
실제 중대원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이겨낸 영웅에 대한 경외감과 동시에,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구부정한 모습에서 애잔함도 같이 느껴진다.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인류’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파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집중 조명하듯이 그 안에는 사지를 잃고, 친구를 떠나 보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그토록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개개인이 있다. 그리고 한창의 나이 때 참전하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은 평생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더 뜯기고, 헐고, 번진다.
다큐멘터리적인 측면 말고 드라마적인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한 편 한 편이 정말 영화 같은 드라마다. 총 10편의 구성된 시리즈 영화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구성과 완성도가 돋보인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전쟁을 극적으로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자제한다. 주인공인 미국 공수부대를 무결한 존재로 다루지도, 독일군을 악으로만 묘사하는 이분법적, 신화적 구도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이지 중대를 이끄는 딕 윈터스의 리더십을 다루긴 하지만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지도 않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화자는 큰 그림을 아는 정치인이나 장군, 혹은 전지적 작가가 아니라, 왜곡되고 제한되어 내려오는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반 병사들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룰수록 더 비현실적이고 극적인 법이다. 비현실적 현실인 전쟁의 참혹함을 이겨내는 방법은 결국 정신력이다. 자신감, 자기애, 자기통제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비현실적인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정신력까지 필요하다.
홀로는 절대 싸울 수도, 버틸 수도 없고 동료에 대한 믿음, 신뢰, 유대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꼭 전쟁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는 교훈인 것 같아 여러 생각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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