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 아내가 죽었다(The Staircase)> 리뷰 - 증거는 충분한가? 재판은 공정한가?

2001년 12월 어느 밤, 소설가 마이클 피터슨(Michael Peterson)은 황급히 신고 전화를 건다. 아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의식을 잃었다며, 얼른 와서 살려달라는 말을 두서없이 전한다. 하지만 그가 발견했을 때 아내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계단 아내가 죽었다

 

계단 : 아내가 죽었다 줄거리

조사에서 그는 아내인 캐슬린 피터슨(Kathleen Peterson)이 사고 직전에 와인을 마시고, 발륨을 복용했다고 증언하여, 그로 인해 계단에서 미끄러졌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단에서 미끄러졌다고 보기에는 출혈이 심했던 현장을 미루어 처음부터 마이클을 의심했다.

 

사체에는 분명 타박상의 흔적이 있었고, 현장에는 캐슬린의 자매가 선물했다는 블로우 포크(blow poke, 벽난로에 불을 피울 때 바람을 불어넣는 데에 사용하는 관)가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사고 당시에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마이클은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이 재판은 2017년까지 16년 동안 이어지게 된다.

 

 

 

계단 : 아내가 죽었다 제작 배경

<계단 : 아내가 죽었다(The Staircase)>는 장 자비에 드 레스트라드(Jean-Xavier de Lestrade)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마이클 피터슨의 기나긴 재판 과정을 다룬다.

2001년, 캐슬린이 사망할 당시 레스트라드는 오스카를 수상한 <어느 일요일 아침의 살인사건(Murder on a Sunday morning)>을 막 개봉한 상황이었다. 이 영화는 무고한 15세 흑인 소년이 관광객을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레스트라드는 사법제도가 흑인 청소년에 비해 부유한 백인 남성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비교하기 위해 <계단>을 기획했다. 그래서 <계단>의 전반부에서는 마이클이 무죄 선고를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피터슨과 그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루돌프(David Rudolf)는 고액의 변호사 수수료에 관해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비꼰다.

 

 

 

<계단 : 아내가 죽었다>의 주인공 마이클 피터슨의 재판 과정

당연히 무죄판결을 받을 줄 알았던 재판은 마이클이 남성전용 에스코트 서비스를 통해 남성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이클은 본인이 양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캐슬린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캐슬린이 최근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마이클과 크게 다투었으며, 그것이 살인의 동기였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밝혀진 또 하나의 치명적인 단서는 그가 독일에서 살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마이클은 그녀의 두 딸을 입양했다) 역시 캐슬린과 동일하게 사망 당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뇌출혈로 사망한 후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지만, 검찰은 마이클이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캐슬린의 살인을 사고로 위장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배심원단으로부터 마이클은 유죄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와 그의 변호인은 끝까지 그의 결백을 주장하며 배심원단 제도의 허점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재판은 그가 살인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수사보다는 그가 동성애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과 유사한 사고를 경험했다는 우연을 소설적으로 부풀리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끝나는 <계단>의 첫 번째 파트의 주안점은 과연 마이클이 캐슬린을 살인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결백한지다. 여러 가지 단서와 정보들이 공개되며 시청자 또한 배심원단처럼 마이클을 재판하게 된다.

<계단>의 두 번째 파트에서 시리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마치 추리소설에서 르포로 장르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다. 8년 후, 판사는 피터슨의 판결을 취소하고 새로운 재판을 지시하는데, 그 이유는 첫 번째 재판에서 혈액을 분석한 전문가가 거짓증언으로 판결을 오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시나리오를 짜놓고, 그 시나리오에 맞는 혈흔에만 집중해 공개했으며, 그 외에 사건 현장에 다른 혈흔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재판을 통해 그는 가택연금을 받게 되고, 재심을 기다리게 된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파트에서 마이클은 재심을 기다리며 항소를 할지, 아니면 그의 변호인이 제안한 알포드 플리(Alford Plea)를 할지 고민한다. 알포드 플리는 판사나 배심원이 유죄로 볼 만한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고 형량을 줄이는 것이다.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자리에서 마이클은 가족에게 아직도 미국 사법제도를 믿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결국, 마이클은 알포드 플리를 선언하고, 죄인의 신분으로 풀려나게 되며 시리즈는 끝을 맺는다.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을 밝히는 재판은 정의로운가. 법은 무엇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 모두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이 고민을 하는 동안 마이클 피터슨만 쇠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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