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보드(소프트탑)로 어느 정도 서핑을 익히고 나면 첫 보드를 장만할 생각에 마음이 부풀기 마련이다. 그와 동시에 너무나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설렘과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롱보드 서핑보드를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다루어 본다.
클래식/트레디셔널 vs 하이 퍼포먼스
서핑보드를 고르기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본인의 서핑 성향과 주로 다니는 서핑 스팟의 파도다. 두 가지를 고려해 본인에게 알맞은 서핑보드가 클래식(classic) 또는 트레디셔널(traditional)에 가까운지, 아니면 하이 퍼포먼스(high-performance)에 가까운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크지 않은 파도에서 안정적으로 라이딩하는 것을 선호하고, 보드 위를 걸어 다니는 ‘로깅(loggin)’이나, 보드의 노즈 부분에 발을 딛고 서서 타는 ‘노즈 라이딩(nose riding)’의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클래식 롱보드(classic longboard) 혹은 트레디셔널 롱보드(traditional longboard)라고 불리는 타입이 적합하다.
큰 파도에서 빠른 속도로 라이딩하는 것을 선호하고, 주로 ‘턴(turn)’, ‘컷백(cut-back)’, ‘펌핑(pumping)’과 같이 화려하고 민첩한 기술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high-performance longboard)가 적합하다.
요컨대 클래식/트레디셔널 롱보드와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는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클래식 롱보드는 ‘안정감’에 무게를 두고,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는 ‘스피드와 제어’에 무게를 둔다.
뒤에 다룰 서핑보드의 세부 특징들도 과연 그것이 ‘안정감’에 도움을 주는 특징인지(클래식 롱보드에 적합한지), 아니면 ‘제어’에 도움을 주는 특징인지(하이 퍼포먼스 롱보드에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나누어 이해하면 쉽다.
단 한 개의 롱보드로 서핑을 할 계획이라면, 둘 중 하나에 치우친 것보다는 두 개의 특성을 두루 갖춘, 범용성이 높은 조합의 롱보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트레디셔널 롱보드라고 해서 하이 퍼포먼스를 낼 수 없는 것도 아니고,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로 로깅을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서핑 스팟의 파도도 늘 다르다. 어느 날은 로깅을 하기 적합한 안정적이면서 힘 있는 파도가 들어오고, 어떤 날에는 턴을 즐기기 좋은 높고 빠른 파도가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둘 중 하나를 먼저 제대로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더 다양한 파도를 잡을 수 있는 하이-퍼포먼스 롱보드로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한다.
롱보드 서핑보드 쉐입(Shape) & 아웃라인(Outline)
롱보드를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쉐입(shape) 혹은 아웃라인(outline)을 살펴보는 게 첫 단계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포인트는 바로 서핑보드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다.
롱보드는 아웃라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째는 무게중심이 중앙에 있고, 이를 기준으로 노즈와 테일의 폭이 비슷하며 레일이 일자 형태에 가까운 대칭적인 보드다. 두 번째는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고, 노즈 부근의 폭이 테일 부근의 폭보다 큰 보드다. 세 번째는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고, 테일 부근의 폭이 노즈 부근의 폭보다 큰 보드다.
무게중심이 보드 중앙에 있는 보드는 다양한 파도를 잡을 수 있도록 범용성이 강조된 보드다.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는 보드(Wide Point Forward)는 클래식 혹은 트레디셔널 롱보딩에 적합한 보드다. 왜냐하면 파도를 탈 때 기울기가 커져 작은 파도도 쉽게 잡을 수 있고, 보드의 노즈와 파도가 닿는 면적이 커서 안정적으로 로깅이나 노즈라이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는 보드(Wide Point Back)는 하이 퍼포먼스 롱보딩에 적합한 보드다. 그 이유는 무게중심이 뒤쪽에 있어 방향 전환이 용이하며, 노즈와 파도가 닿는 면적이 적어 더 가파른 파도도 오르내리며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롱보드 서핑보드 로커(Rocker), 노즈(Nose), 테일(Tail)
한눈에 롱보드의 앞쪽이 더 큰지(Wide Point Forward), 뒤쪽이 더 큰지(Wide Point Back)를 봤다면, 그 다음은 세부적으로 로커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보드의 양 끝인 노즈와 테일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볼 차례다.
로커(rocker)는 보드가 휜 정도를 말한다. 보드의 뒷면이 위를 향하게 뒤집어 바닥에 놓으면 로커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만약 보드가 대체로 편평해서 보드의 대부분이 바닥에 닿는다면 로커가 작다고 하며, 반대로 보드가 양 끝으로 많이 휘어서 보드의 중앙 부분이 허공에 높이 떠 있으면 로커가 크다고 한다.
롱보드의 로커는 작을수록 더 안정적이고 클래식/트레디셔널 롱보딩에 가까워지고, 클수록 하이 퍼포먼스 롱보딩에 가까워진다.
로커가 작아 보드가 대체로 편평하면 패들링 속도가 빨라져서 작은 파도도 쉽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로커가 작으면 그만큼 노즈가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아 노즈 다이빙을 하기 쉽다.
반대로 로커가 크면 노즈가 물에 잠기지 않고 수면 위에 있기 때문에 더 큰 파도를 탈 수 있으며 턴을 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서 롱보드 서핑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로커가 있는 보드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노즈(nose)와 테일(tail)을 볼 차례다.
롱보드의 노즈는 뾰족하게 생긴 모양부터, 둥글게 생긴 모양을 지나 거의 뭉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폭이 넓은 모양까지 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노즈가 넓을수록 보드가 파도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파도를 더 안정적으로 탈 수 있고(클래식에 가깝고), 노즈가 좁을수록 보드와 파도 사이에 공간이 생겨 턴을 하기에 용이하다는(하이 퍼포먼스에 가깝다) 것이다. 만약 노즈 라이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노즈는 넓은 것이 좋다.
테일은 마치 노즈처럼 쭉 빠져 있는 모양이 있고, 툭 자른 것처럼 일자형이 모양도 있다. 뾰족한 테일처럼 테일의 면적이 좁으면 방향전환 등 보드를 제어하는 반응속도가 빨라지고(하이 퍼포먼스에 가깝고), 일자형 테일처럼 면적이 넓을수록 파도를 안정적으로 탈 수(클래식에 가깝다) 있다.
롱보드 서핑보드 핀(Fin)
롱보드 서핑보드에 들어가는 핀은 크게 중앙에 위치하는 센터핀(center fin)과 좌우에 대칭적으로 위치하는 사이드핀(side fin)이 있다.
정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센터핀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 이를 싱글핀(single fin)이라고도 부른다. 싱글핀을 하나만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적은, 안정적인 라이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클래식/트레디셔널 롱보드에 적합하며, 센터핀이나 싱글핀은 롱보드에서만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핀 구성이다.
센터핀에 사이드핀(side fin)을 추가하면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에 가까워진다. 사이드핀이 추가되면 보드에서 물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훨씬 유연한 턴이 가능해진다.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는 일반적으로 센터핀 하나에 사이드핀이 2개 추가되는 쓰리핀(three-fin) 형태로 구성되며 이를 트러스터(thruster) 보드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숏보드는 사이드 핀을 2개 사용하는 트윈핀(twin-fin)이나, 사이드 핀을 4개 사용하는 쿼드 핀(quad-fin) 구성이 일반적이다.
핀의 개수를 정한 다음에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한다면, 핀의 길이나 소재, 그리고 면적까지 따져보는 것이 좋다. 간단히만 다루어 보면, 기본적으로 핀이 크고 넓을수록 보드는 안정적이고 패들링 속도는 증가한다. 반면 핀이 작고 좁으면 핀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방향 전환 등의 제어가 쉬워진다.
롱보드 서핑보드 길이, 너비, 두께, 부피
롱보드 서핑보드를 처음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보드의 길이, 너비, 두께, 부피와 같은 스펙을 먼저 예민하게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제목 중 가장 마지막에 언급하는 이유는 보드의 정량적인 스펙은 오히려 변수가 많아 확정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퍼의 키와 몸무게뿐만 아니라 어깨너비나 운동신경도 중요하고, 앞서 다룬 아웃라인이나 핀 구성 등 기타 특징들도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정량적인 스펙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적당한 보드로 시작한 후에 점차 본인에게 맞거나, 본인이 선호하는 스펙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핑보드의 뒷면에는 길이(Length), 너비(Width), 두께(Thickness), 부피(Volume)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길이와 너비, 그리고 두께를 곱한 값이 곧 부피다. 즉, 길이, 너비, 두께는 결국 부피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부피의 중요성을 먼저 얘기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롱보드의 부피(Volume)는 보통 60리터에서 80리터 사이다. 부피가 클수록 부력이 좋아져 보드는 물에 더 잘 뜨고, 그만큼 패들링 속도가 빨라진다. 작은 파도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피가 너무 크면 패들링을 하는 힘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 보드의 제어 또한 어려워진다.
요컨대 길이, 너비, 그리고 두께는 클수록 결국 보드의 부피가 커지고(안정적이고 빨라지며), 작을수록 부피가 작아진다(제어가 쉬워진다)는 관계를 염두에 두면 이어서 다룰 길이, 너비, 두께를 고르는 방법도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다음은 길이다. 롱보드의 길이(Length)는 보통 9피트에서 11피트 사이다. 보통 ‘롱보드’를 정의하는 기준이 9피트부터 시작된다. 길이가 길수록 보드는 더 안정적이고 패들링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클래식/트레디셔널 롱보딩을 즐기는 사람은 10피트 이상의 보드를 타기도 한다. 반대로 하이-퍼포먼스 롱보드는 보통 9피트 대에 형성된다.
롱보드의 너비(Width)는 보통 22인치에서 24인치 사이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보드는 넓을수록 균형을 잡기 좋을 것이다. 특히 테이크 오프와 팝업을 한 후 보드 위의 발 위치가 조금 틀어져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비가 너무 크면 패들링이 어려워진다. 너비가 넓을수록 물 안에서 패들링 하는 팔의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보드가 너무 넓으면 두 팔을 물 깊숙이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드의 너비를 정할 때는 키와 몸무게보다 오히려 본인의 어깨너비나 팔 길이, 또는 패들링 자세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롱보드의 두께(Thickness)는 보통 2인치에서 4인치 사이다. 두꺼울수록 부피가 커져 패들링 속도가 증가하며 파도를 잡기 쉬워지지만, 너무 두꺼우면 방향 전환 등 제어가 어려워진다.
특히 두께가 크면 무게중심을 레일이나 테일에 두고 보드를 기울여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턴이 힘들어진다.
모두에게 완벽한 보드는 없지만 자신에게 완벽한 보드는 어딘가 있을 것이다. 오늘 다룬 보드의 특징들은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첫 보드를 고르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다음 단계는 첫 롱보드를 기준으로 삼아 조금씩 내 성향과 취향에 가까운 보드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계속해서 같은 보드를 타다 보면 지금의 보드보다 너비나, 로커, 아웃라인이 어떻게 달랐으면 좋겠다, 하는 구체적인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여러 보드들을 시험 삼아 타보다 보면 비로소 본인에게 알맞은 스윗 스팟(sweet spot)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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