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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리즈 리뷰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 리뷰 - 말장난이라고 하기엔 조금 슬픈 이야기

by 저피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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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즐겨보며 해마다 새로운 시즌을 기다렸던 <보잭 홀스맨>을 며칠 전에 끝마쳤다. 긴 시간을 함께 한, 과장을 조금 보태 표현하자면 같이 성장한시즌물을 끝낼 때는 이다지도 허탈하고 씁쓸할 수가 없다.

 

아무튼 <보잭 홀스맨>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나름 넷플릭스를 즐겨본다는 지인들에게 추천했을 때 대부분 반응이 시큰둥해서 늘 안타까웠다. 내 설명이 부족했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 시리즈의 매력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커지는데, 시즌 1을 끝내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쉬워서 블로그에라도 몇 자 남겨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잭 홀스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잭 홀스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 20148월에 첫 방영을 시작해 20201월에 마지막 시즌을 마쳤다. 6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고, 크리스마스 스페셜까지 포함해 총 77개의 에피소드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데다 그림체도 무겁지 않고, 등장인물은 대부분 의인화된 동물이면서 내용이나 대사에 코믹한 부분이 많지만 실제로는 차별과 편견 등의 사회적인 이슈들을 정말 예리하게 꼬집는다. 게다가 우울증, 중독, 트라우마 등 내면의 복잡한 문제들과 감정들을 섬세하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룬다.

 

앞 시즌들은 대개 사회 풍자가 주를 이루며 코미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뒤 시즌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판단은 끝까지 본 후에 내려야하는 것이다.

 

 

 

보잭 홀스맨 줄거리

<보잭 홀스맨>90년대 인기 시트콤 'Horsin’ Around’의 주연이었던 보잭 홀스맨의 스타덤 이후의 삶에서 시작된다. 한때 할리우드의 정점에 있던 보잭의 삶은 시트콤 종영과 동시에 바닥을 향해 간다. 대중으로부터 잊히고,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자기혐오와 세상에 대한 비관은 심해져만 가고, 대응 기제로 체화된 빈정대는 성격으로 그는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가 닿지 못하고 그들을 밀어내기만 한다.

 

 

 

보잭 홀스맨 리뷰

 77개의 에피소드나 되는 내용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에서는 보잭 홀스맨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이게 될 수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이나 자라온 삶, 그리고 겪게 되는 사건 사고들을 양파 껍질처럼 하나하나 벗겨가며 다룬다. 여기서 맘에 들었던 점은, 보잭 홀스맨이라는 결과를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은 그 원인들을 설명하면서도 결코 보잭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밌게도 보다 보면 보잭 홀스맨을 이해하다가도, 이윽고 이어지는 그의 행동 혹은 실수, 또는 폭력으로 인해 그를 미워하게 되다가, 그도 그런 자신을 혐오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를 동정하게 된다. 이렇게 작가는 시청자와 밀당을 하며 보잭의 다차원적 캐릭터를 유지한다. 마지막 시즌에서 보잭은 진심으로 자신이 나아지기를 바라고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끝까지 이 작품은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보잭 홀스맨 리뷰

대신 킨츠기(Kintsugi)라는 깨어진 도자기 조각들을 이어 붙여 수선하는 일본의 수리기법을 소개하며 인생도 이와 같음을 이야기한다.

 

살면서 실수한 것 자체를 고칠 수 없고, 저지른 잘못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도자기를 그냥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잭은 인생은 개같고 그러다 끝난다(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 다이앤은 그의 말을 인생은 개같고 그래도 계속된다(Life’s a bitch and you keep living)”라고 정정한다. 깨어진 조각들을 붙인 이음새야말로 우리가 그 조각들로 인해 완성된 형태를 이루고 있음을, 그렇게 계속해서 살아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짧은 글에 충분히 담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다이앤, 프린세스 캐롤린, 토드, 미스터 피넛버터 등 <보잭 홀스맨>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주연이 아닌 인물이 없다. 모두가 제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며, 보잭과 무관한 개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도 인생이 완벽하게 풀리는, 그들의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는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아무도 완전한 해피엔딩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계속 살아간다. 현실이고,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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