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분주함으로부터 잠깐의 여유를 찾거나 피곤함을 달랠 때, 공부나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집에서는 능률이 떨어질 때, 혹은 지인과 식사를 한 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할 때, 우리는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신다.
일반인들은 커피를 생각하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나, 미국의 베리에이션 커피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커피에 진심인 사람은 스타벅스로 커피의 혁명을 일으킨 미국 시애틀을 먼저 얘기하거나, 블루보틀이나 필즈 커피(Philz Coffee) 등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된 “Third Wave” 카페들을 생각하기도 하며, 런던의 플랫 화이트나 비엔나의 아인슈페너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커피 문화에 있어서 아직 제대로 된 인정을 못 받고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특히 자국민은 모두 공감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커피와 카페 문화의 이야기도 자못 놀랍고 매력적이다. 오늘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분리할 수 없는, 제일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
많이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 커피가 소개된 건 1896년 고종황제 때다. 을미사변 이후 일본 세력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 때 공사관 직원이 고종에게 처음 커피를 선보였다고 한다.
커피의 맛에 매료된 고종은 꾸준히 커피를 즐기다가, 5~6년 후에는 덕수궁 정관헌에서 외국 공사들이나 주요 내신들을 대상으로 연회를 열어 커피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해 한국에서 최초의 ‘카페’를 설립한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조금 지난 지금, 한국에는 약 11조 7,400억 원의 시장 가치인 커피점이 7,615만 개 있다. 한국인은 1주일에 평균 12.3잔의 커피를 마시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3kg이다. 전세계적으로 카페 대중화와 커피 문화의 혁명을 일으킨 스타벅스의 매장이 한국에 가장 많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게 다가 아니다. 커피에 대한 한국인의 기준이 올라간 만큼 우리나라에 커피 전문가들도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커피에도 와인의 소믈리에와 비슷한 커피 감정사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획득하기 어려운 자격이 바로 큐그레이더(Q-Grader)이다.
큐그레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생두와 커피에 대한 세밀한 관능 평가뿐만 아니라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무려 20개가 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지 비로소 큐그레이더가 될 수 있다. 현재 큐그레이더는 전 세계에 약 7,000명이 있는데, 놀랍게도 그중 절반 가량이 한국인이다.
커피 믹스와 인스턴트커피 문화
커피 애호가나 전문가 중에는 한국의 믹스 커피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믹스 커피 중심의 문화가 한국에서 커피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름처럼 ‘인스턴트’, 그러니까 즉석으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건 편리함을 위해 완성도를 포기하는 성급한 방식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원두커피의 비중이 많이 증가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인스턴트커피시장의 영향력은 견고하다. 회사, 학교, 은행, 식당, 병원 등 한국에서는 어느 시설에 가든 믹스커피를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설탕과 크리머가 포함된 믹스 커피는 1976년에 한국 회사인 동서식품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그 브랜드의 이름은 아직까지도 한국 믹스 커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맥심(Maxim)’이다.
세계 최초 커피 믹스인 동서식품의 맥심이 나오면서 한국은 1980년대에 바로 인스턴트커피 소비가 가장 큰 국가로 급부상했다. 당시 한국인의 75%가량이 정기적으로 인스턴트커피를 마신다는 결과가 나왔다.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총매출은 1조 2000억 원을 기록했고, 커피믹스 제품은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잔으로 따지면 커피믹스가 약 130억 잔이 소비되어 커피 종류 중 1위를 차지했고, 원두커피가 48억 잔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작은 아메리카노 한 잔에 평균 3,000원, 라떼 한 잔에 4,500원 정도 하는 데에 비해, 동서식품 홍보부장이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인스턴트커피는 단돈 100원으로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고, 편리하면서도 중독성이 높은 달면서도 씁쓸한 믹스 커피는 아무리 원두커피가 좋다 해도 결코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독특한 한국의 카페 문화
고종 황제가 연 최초의 카페(?) 이후 우리나라에서 카페의 모습은 꾸준히 바뀌어 왔다. 고위 관료나 부유층만 즐길 수 있던 커피숍에서 출발해, 달걀노른자가 들어간 모닝커피를 마시러 사람들이 찾던 커피숍과 디제이가 선별한 팝송을 즐기러 찾던 음악다방을 거쳐서 이제는 데이트 장소, 또는 공부나 일을 하는 오피스 같은 카페까지 왔다.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카페는 대부분 ‘바(Bar)’ 형식으로 되어있다. 에스프레소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 카페에서는 서서 바에 기댄 채로 빠르게 추출한 커피를, 빠르게 한 잔 마시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좌식 테이블이 많지 않다.
반면 한국의 카페 중에는 바가 있는 카페가 거의 없다. 좌식 테이블이 주를 이룬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커피의 값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카페에서 머무는 시간, 혹은 자릿세의 관점에서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때는 이러한 고객들을 ‘진상 손님’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시간의 압박 없이 마음껏 머물러도 된다는 메시지와 서비스로 가게를 홍보하는 사장님들이 주를 이룬다.
연장 선상에서 ‘테마 카페’도 한국의 특이한 카페 문화 중 하나다. 헬로 키티와 같은 만화에서 영감을 받은 가게부터, 키즈 카페(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카페)와 노키즈 카페(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는 카페), 펫 카페(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 인스타 카페(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인테리어가 좋은 카페) 등 각양각색의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컨대 커피가 매우 늦게 소개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커피와 카페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커피 시장은 아직도 크고 있으며, 한국인의 커피 사랑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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