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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토스카나주 여행] 시에나현 소도시(코르토나, 피엔자)와 발 도르차

by 저피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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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타고 피렌체에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서 1박을 했다. 그곳에는 드넓은 평원 곳곳에 무심한 듯 아름답게 솟아오른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여행

 

사방으로 평원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산들에는 중턱이나 꼭대기에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코르토나(Cortona), 피엔자(Pienza)와 같은 소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행 숙소

1박을 한 곳은 수백 년이 된 성을 개조한 에어비엔비였다. 확 트인 평원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웅장하게 서 있었다.

 

몬테풀치아노와 코르토나 사이의 평원에 자리잡은 에어비앤비

 

에어비엔비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낮잠을 한숨 자고 나니 어느덧 해질 녘이었다.에어비엔비 호스트 안토넬라는 해가 지는 모습을 같이 감상하자며 투숙객들을 성탑으로 초대했다. 성탑에 올라 레드 와인을 한 잔씩 즐기며 넓은 평원과 저 멀리 아담하게 보이는 소도시들을 바라보다가 붉은 해가 산 너머로 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모습을 감상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행 풍경

 

해질녘 감상을 마치고는 너무 허기가 져서 저녁을 먹으러 나서는데, 안토넬라는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보다는 코르토나(Cortona)에 가서 식사를 하라고 했다. 그곳이 더 로컬하고, 늦은 시각까지 열려 있는 맛집들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몬테풀치아노는 도시의 경사가 심한데 코르토나는 도시가 편평해 걷기 편할 것이라는 증언이 안토넬라의 말을 따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시에나현의 작은 도시 코르토나

시에나현 코르토나(Cortona) 도시의 풍경

10시가 훌쩍 지난 늦은 밤이었는데도 코르토나에는 여러 레스토랑의 문이 열려 있었다. 안토넬라의 증언대로 대부분이 이웃 또는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지역 주민들이었다.

 

특히나 그전에 방문했던 도시들에 비해 코르토나는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피렌체와 시에나라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본 확 트인 평원을 만끽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분위기와 페이스를 한 번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그전까지는 여행객의 홍수 속에서, 현지인들과는 직접 교류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 여행지에서 드디어 안토넬라와 코르토나의 웨이터들과 이탈리아나 인생에 대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특별했다.

 

토스카나의 일출은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 날 안토넬라의 성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았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피렌체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실패했던 일출 사냥에 비로소 성공했다.

 

비현실적인 에어비앤비의 아침식사

 

이슬 맺힌 평원에 붉은 해가 떠오르며 점차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찌르는 기분을 느긋하게 즐겼다. 그리고 안토넬라가 신선한 재료들을 가지고 직접 차려 준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발 도르차 평원(Val d'Orcia)피엔자 마을(Pienza)을 구경하러 나섰다.

 

 

 

발 도르차 평원과 피엔자 마을

 

발 도르차와 피엔자는 각각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평원과 도시.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뿐만 아니라 현대의 영화(글레디에이터 등) 촬영지로도 사용된 발 도르차(Val d'Orcia) 평원

 

발 도르차는 14~15세기에 농업적으로도 효율적이면서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토지를 개발한 것을 현대에 와서 인정받아 200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인간 중심적이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경관으로 르네상스의 정신을 담고 있었고, 당대 화가들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피엔자(Pienza) 마을의 풍경

 

피엔자 또한 르네상스에서 비롯된 도시인데, 그 시대의 인본주의를 도시 설계에 담은 최초 계획도시로 인정받아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피엔자는 원래 코르시냐노(Corsignano)라는 이름으로 교황 비오 2세가 태어난 마을이었는데,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자 그의 집안인 피콜로미니 가문이 마을 전체를 르네상스적 마을로 재건하고 지금의 이름인 피엔자로 개명했다.

 

발 도르차

 

발 도르차는 가히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적인 느낌을 두루 담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손을 탔으나 자연의 온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길이 난 대로 도로를 깔아서 운전할 때 커브길이 많아 멀미를 심하게 했다. 물론 발 도르차의 여행자가 무릇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한다면 반박할 여지는 없다.

 

피엔자 마을의 골목

 

발 도르차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피엔자는 굉장히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에는 거대한 도시가 어울린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웅장한 자연에는 피엔자처럼 수수하고 겸손한 마을이 더 걸맞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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