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향살이 이야기

[시에나 여행] 중세도시 이탈리아 시에나(Siena)와 팔리오 경마 축제(Palio di Siena)

by 저피 2022. 10. 20.
반응형

피렌체에서 50km 정도 떨어진 거리, 그러니까 차로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하면 시에나(Siena)라는 도시에 이른다. 시에나는 한 때 토스카나주에서 피렌체와 우열을 다툴 만큼 강한 대도시였다.

 

이탈리아 시에나 여행

 

하지만 결국 피렌체와의 전쟁에서 패했고, 이후 도시의 성장이 더뎌졌다. 그래서인지 피렌체에 르네상스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면, 시에나는 아직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이 가장 적확할 것 같다.

 

 

 

이탈리아의 중세도시 시에나 여행

어차피 지나온 시대라 그런지 르네상스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피렌체와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시에나에 대해 오늘날 여행자 입장에서는 굳이 우위를 가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개발이 멈춘 중세의 흔적을 오랜 기간 보존해 온 시에나에 마음이 더 움직이는 관광객도 많을 것이다. 원래 조금 불편하고 이질적인 게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시간이 멈춘 듯한 이탈리아 도시 시에나

 

시에나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스미드(Hogsmeade)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마법사의 세계 말이다.

 

중세시대 고딕 양식의 특징이기도 한 높은 건물들이 때로는 두꺼운 아치로 연결되어 즐비해 있고, 그 사이사이의 골목들이 좁게 난 터라 시에나에서는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오래된 멋스러운 건물들에서 수 백 년 전의 흔적들을 느껴가며 좁은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시에나 여행의 대표 명소, 캄포 광장

시에나의 캄포 광장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히는 시에나 도시의 명소,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에 다다른다. 아무래도 시에나에서 도시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장소인 대성당과 광장을 중심으로 건물을 세우고 길을 냈다 보니, 도시 어디서든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성당이나 광장에 이르게 된다.

 

 

 

만약 시에나에서 길을 잃었다면 서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넓고 밝은 골목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보아라. 결국에는 두오모 성당이나 캄포 광장에 이르게 될 것이다.

 

캄포 광장은 조개 모양으로, 살짝 경사가 진 형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닥에 편히 앉거나 누워서 주위 사람들이나 시에나 시청사로 쓰이던 푸벨리코 궁(Palazzo Pubblico)을 구경한다. 그러다가 햇빛이 너무 세지면 광장 끝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천막 아래에서 밥을 먹거나, 아니면 광장을 빠져나와 다시 그늘진 좁은 골목으로 피신한다.

 

이렇듯 시에나에서는 좁은 골목들을 걷고 넓은 광장에 드러누워 최대한 느리게 시간을 보내면서 중세의 분위기에 마음껏 취하는 것이 여행자가 할 일인 것 같았다.

 

 

 

시에나 경마 축제 팔리오(Palio di Siena)

시에나에서는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에 ‘팔리오(Palio di Siena)’라는 경마 대회가 열린다. 팔리오가 열릴 때면 캄포 광장은 빼곡히 모래를 깔고 관중석을 만들어 정식 경마장으로 탈바꿈한다.

 

시에나 캄포광장에서 열린 팔리오 축제

 

5세기 동안 동일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팔리오는 단순한 경마 대회가 아니다. 콘트라다(Contrada)라고 불리는 시에나의 17개 지역 자치구가 각자 끈끈히 단합하고 다른 콘트라다와 불 튀기게 경쟁하는 박진감 넘치는 축제다.

 

시에나 팔리오 축제의 우승 콘트라다 기념행사

 

팔리오는 경기 시작 4일 전, 콘트라다의 기수들이 탈 말을 추첨으로 뽑는 행사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각 콘트라다는 축제 기간 동안 자기 지역에서 가장 넓은 광장(내지는 공터)에 식탁을 깔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승리를 기원한다. 또한 시에나 주민들은 모두 자기의 콘트라다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와 깃발로 치장하며 팔리오 경기를 고대한다.

 

 

 

긴 예비기간과 다르게 팔리오 경기 자체는 90초 이내에 끝난다. 규칙은 캄포 광장을 세 바퀴 먼저 도는 것이다. 그밖에 특별한 규칙은 없고, 모든 기수는 안장 없이 채찍만 가지고 말을 탄다. 더불어 기수와 말이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도 짧다 보니 낙마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시에나 대성당

 

경기가 끝나고 우승말이 확정되면 우승한 콘트라다는 기수를 데리고 대성당으로 행진한다. 그리고 축제의 목적이기도 한, 시에나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의 영광을 기리며 축제를 마무리한다.

 

시에나 팔리오 축제 우승 콘트라다의 행진

 

 

 

아주 운이 좋게도 올해 7월 팔리오에서 우승한 콘트라다가 승리를 자축하는 연회가 열리는 날에 시에나를 방문했는데, 도시 사람들이 모두 자기 콘트라다 깃발 모양의 스카프를 두르고 도시를 행진하며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유모차를 끌거나 반려견을 데리고도 나온 가족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무릇 그렇듯 가족 대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열에 들어간 십 대 아이들 모두 축제를 너무나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콘트라다에 대한 자부심과 내부의 강인한 결속력이야말로 수백 년 동안 시에나를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이었음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포스팅 ※

 

[피렌체 여행] 우피찌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우피치(Uffizi)는 원래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메디치가에서 행정업무를 보는 사무실(Office)로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메디치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이

averagejoe.tistory.com

 

[피렌체 여행] 여행 가이드 팁 5가지 (교통, 인문학, 음식)

1. 대중교통이 유용한 도시다. 피렌체는 페렐로테 피렌체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이 매우 간편한 편이다. 크지 않은 공항 바로 옆에 트램역이 붙어있고,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시내 한복

averagejoe.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