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성별, 취향과 무관하게 캘리포니아의 명소로 이견 없이 꼽히는 곳은 다름 아닌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이다. 지난달에 생일을 맞아 드디어 고대하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1박을 보내게 되었다.
LA에서는 차로 편도 5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였다. 최대한 1박을 알차게 보내고자 새벽 일찍 출발했고, 다음날에는 초저녁까지 놀다가 LA로 돌아왔다.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으니 결국 요세미티 여행은 1박 3일이 된 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세미티는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에서 가본 곳 중에 가장 좋았다. 한마디로 가슴 벅찬 경험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CA주로 여행을 계획하는 지인이 있다면, 나도 주저 없이 요세미티를 추천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이를 대비해서 오늘은 요세미티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세 곳을 꼽아 정리해본다.
물론 앞서 밝힌 것처럼 내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건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해본다면, 평소에 굳이 같은 곳을 재방문하지 않는 내가 만약 요세미티를 다시 가게 된다면 이 세 곳은 반드시 거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
요세미티 밸리에 위치한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에 숙소를 잡으면 ‘요세미티’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곳들을 편히 둘러볼 수 있다.
요세미티 내에서 유명한 명소로는 터널뷰(Tunnel View), 하프 돔(Half Dome), 엘 카피탄(El Capitan),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가 있는데 모두 요세미티 밸리 쪽이다. 한마디로 뻔한 관광 명소이자, ‘요세미티’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치들인데, 이 명소들을 포인트로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국립공원 셔틀버스가 있다.
따라서 요세미티를 방문한다면, 적어도 하루 정도는 요세미티 밸리의 숙소에 머물면서 이 버스 노선을 따라다니며 주요 경관을 즐겨보는 걸 추천한다. 참고로 내가 방문했을 때는 가뭄이 심한 해이면서 또 한여름이었던 터라 요세미티 폭포가 말라 있었는데, 얼음이 녹는 봄에 방문하면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이점은 일정을 세울 때 참고하면 좋겠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테나야 호수(Tenaya Lake)
요세미티 밸리에서 더 북동쪽, 고도로 올라가다 보면 테나야 호수(Tenaya Lake)를 맞이한다. 요세미티 밸리에서 보낸 첫날은 무척이나 더웠는데, 둘째 날 테나야 호수와 투얼러미 메도우스를 갈 때는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고도의 차이가 컸다(요세미티 밸리는 해발 1,200m, 테나야 호수는 해발 2,500m다). 요세미티 밸리랑 테나야 호수가 서로 다른 계절처럼 느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테나야호는 요세미티 밸리랑 직선거리는 가까워도, 길이 돌아서 가기 때문에 차로 1시간은 더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의외로 요세미티 밸리만 보고 테나야 호수는 건너뛰는 사람도 많은데, 테나야호랑 뒤에 소개할 투얼러미 메도우스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요세미티의 숨은 진주다.
시간안배를 잘해서 두 곳은 꼭 여행지에 포함하기를 추천한다. 테나야 호수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일광욕뿐만 아니라 수영이나 패들보드, 카약 등의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차가우면서도 잔잔한 호수에서 배영을 하며, 호수를 둘러싼 장엄한 절벽을 감상하는 경험은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하는 법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투얼러미 메도우스(Tuolumne Meadows)
테나야 호수에서 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15분 정도 더 운전해 들어가면 투얼러미 메도우스(Tuolumne Meadows)가 있다. 투얼러미 메도우스는 메도우스(Meadows)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드넓은 평원이다. 이곳에서는 광활한 자연 한가운데에 놓인 웅장함과 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탠다면 도시와 일상의 잡념으로부터 해방되어 평정심에 이르는 초월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드넓은 투얼러미 메도우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목적지를 정해서 걷기보다, 두 다리가 움직이는 대로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투벅투벅 걸어봐야 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웅장한 자연 속을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역설적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요세미티 밸리와 테나야 호수에서 압도될 만큼 벅찬 감동을 느꼈다면 투얼러미 메도우에서는 평정심을 되찾아 카타르시스를 완성시키는 것이다(물론 투얼러미 메도우의 첫인상도 자못 강력하다)!
요세미티에서는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다. 참고로 내가 1박을 한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었고, 유일하게 인터넷이 되는 곳은 1마일 정도 떨어진 Degnan’s Deli라는 식당 하나뿐이었다.
요컨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동안에는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될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그 단절을 즐기는 것이 요세미티 여행의 묘미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이 없어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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