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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LA 선셋 스트립 공연장 바이퍼 룸(The Viper Room) 방문 후기

by 저피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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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음악 애호가로서 LA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공연장이 있었다. 한 때 락 음악의 메카로 여겨졌던 선셋 스트립(Sunset Strip)에 위치한 더 바이퍼 룸(The Viper Room)이다. 한국도 인디음악의 본고장이었던 홍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듯, 미국도 선셋 스트립의 분위기가 락 음악의 전성기에 비할 바는 못된다. 오늘은 마지막 자존심처럼 남아 선셋 스트립을 지키는 바이퍼 룸의 이야기다.

 

 

 

웨스트 할리우드의 선셋 스트립

선셋 스트립(Sunset Strip)은 할리우드와 베벌리 힐스를 지나 말리부까지 이어지는 선셋 대로(Sunset Blvd)가 웨스트 할리우드(West Hollywood)를 관통하는 구간을 말한다. 웨스트 할리우드를 관통하는 부분을 따로 선셋 스트립이라고 부르게 된 건 1920년대부터다. 당시 할리우드 연예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방문해 유흥을 즐기던 나이트클럽과 바들이 이 구간에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셋스트립에 위치한 바이퍼 룸 외관

선셋 스트립은 특히 음악 산업, 그 중에서도 락 음악에 기여한 바가 크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뮤지션들이 연예계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데뷔를 하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선셋 스트립은 밴드의 등용문이 된 것이다.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더 도어스(The Doors),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등의 뮤지션들이 모두 선셋 스트립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조니 뎁(Johnny Depp),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등 각계 각층의 연예인들은 선셋 스트립을 자신들의 고향(home)’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요컨대 선셋 스트립은 지난 100년 동안 대중문화의 중심지이자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LA를 대표해온 것이다.

 

 

 

선셋 스트립의 바이퍼 룸(The Viper Room)

아직까지 선셋 스트립에서 운영 중인 유명한 클럽에는 대표적으로 위스키 어 고고(The Whisky a Go Go), 록시 시어터(The Roxy Theatre), 그리고 바이퍼 룸(The Viper Room)이 있다.

위스키 어 고고는 1964년에 문을 열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다. 지미 핸드릭스, 더 도어스, 레드 제플린 등이 위스키 어 고고에서 자주 공연을 했다. 록시 시어터는 1973년에 설립되었고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호황기를 누렸다. 록시 시어터에서 공연을 한 뮤지션으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닐 영, 톰 페티 등이 있다.

 

1990년대는 바이퍼 룸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바이퍼 룸은 19938월에 문을 열었다.

 

이미 위스키 어 고고나 록시 시어터처럼 수십 년 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클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퍼 룸이 문을 열자마자 선셋 스트립의 대표 공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니 뎁(Johnny Depp)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영화 <가위손>이 대박을 터뜨리고, 배우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조니 뎁이 바로 바이퍼 룸의 설립자였기 때문이다.

재커리 키비(Zachary Kibbee)와 바이퍼 룸 무대

바이퍼 룸은 이후 조니 뎁이 초대하는 유명한 뮤지션, 배우, 감독 등 할리우드 종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하지만 선셋 스트립의 중심지로 자리잡던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일까, 바이퍼 룸은 문을 연지 100일도 되지 않아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바이퍼 룸에서 사망한 리버 피닉스와 바이퍼 룸의 설립자 조니 뎁

바로 호아킨 피닉스의 형인 배우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가 바이퍼 룸에서 놀다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던 겨우 23살의 리버 피닉스가 사망한 비극은 바이퍼 룸의 관계자와 방문객뿐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대중의 비난 혹은 파생되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클럽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지만, 바이퍼 룸은 오히려 리버 피닉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 만의 방식으로 리버 피닉스를 기리며 영업을 유지했다. 그 길로 오늘날까지 LA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장 중 하나로 남게 되었고, 할리우드의 화려하면서도 위험한 양면적인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바이퍼 룸의 공연장 분위기

명성과 달리 사실 바이퍼 룸은 비교적 작은 클럽이다. 총 면적은 약 232 평방 미터로 70평 정도이며 수용 인원은 250여 명이다. 하지만 오히려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어두운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그래서 매일같이 파파라치와 팬들에게 시달리는 화려한 조명 속에 사는 할리우드 스타들은 오히려 바이퍼 룸을 편안하게 여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바이퍼 룸의 메인 공연장(1층)과 소규모 라운지(지하)

바이퍼 룸은 메인 무대와 바가 있는 1층 공연장, 프라이빗 이벤트를 여는 소규모 라운지의 지하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층의 라운지는 규모도 작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진 무대는 아니지만 1인 밴드나 어쿠스틱 뮤지션 등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뮤지션은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전설적인 역사와 이야기들 때문인지 바이퍼 룸의 묘한 기운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작고 어두운 공연장이 연출하는 아늑한 분위기에 조금씩 물들게 되어 공연의 몰입감과 뮤지션에 대한 친밀도도 높아진다.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오랜 기간 자유와 저항의 정신을 길러 온 흔적들이 남아있다.

바이퍼 룸 곳곳에 저항과 실험의 정신이 묻어있다

엔터테인먼트의 성지인 LA에 온다면 바이퍼 룸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꼭 락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바이퍼 룸은 음악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하나 같이 위로와 영감을 받고 서로 공유하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차치하더라도 단지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업시간, 주소, 주차

바이퍼 룸은 매일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 보통 공연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며, 자세한 계획은 바이퍼 룸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영업을 하는데, 혹시 모르니 월요일~수요일 사이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사전에 연락을 해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바이퍼 룸 위치와 주소

바이퍼 룸의 주소지는 “8852 Sunset Blvd, West Hollywood, CA 90069”이고, 바이퍼 룸의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어 근방에 스트릿 파킹을 해야 한다. 다행히 주변에 위스키 어 고고, 록시 시어터 등 선셋 스트립에 볼 거리가 많으니 공연장에서 조금 먼 곳에 주차를 하게 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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