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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라스베가스 더 스피어(The Sphere) 방문 후기

by 저피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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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 사이에 벌써 세 번째로 라스베가스를 다녀왔다. 반년에 한번 꼴로 방문하는 셈인데, 아무래도 LA에 살고 있다 보니 중장기로 여행을 오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베가스를 가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라스베이거스가 새롭지는 않지만, 이번에 꼭 보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었다.

 

올해부터 처음으로 라스베가스에서 F1 경기가 열리게 되었는데, 라스베가스F1 서킷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와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라스베가스 시내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라스베가스 스트립을 관통하는 서킷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2023년에 라스베가스에서 처음 열리게 된 F1 경기장 사진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설치된 F1 경기 서킷

 

두 번째는 바로 오늘 다룰 더 스피어(The Sphere)를 직접 한 번 보고 싶었다.

F1 경기는 내가 방문한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었고, 더 스피어는 오픈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라, 두 가지를 모두 보기에 11월 중순이 여러모로 좋은 스케줄이었다.

 

라스베가스 더 스피어 공연장 관람 후기 섬네일
라스베가스 스피어 방문 후기

 

더 스피어(The Sphere)

라스베가스의 더 스피어는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3년 9월 29일에 오픈했다. 원래는 2021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었다.

공사 비용 또한 최초에는 $1.2B(1.5조 원)로 예상했으나 공사 일정과 더불어 물가 인상, 건축 자재 공급의 차질 등으로 인해 결국엔 2배에 가까운 $2.3B(3조 원)이 소요되었고, 이로써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비싼 공연장이 되었다.

 

()’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 스피어(The Sphere)는 높이 112m, 길이 157m의 반구 모양으로 되어 있다. 수용인원은 약 18,600명으로, 크기가 결코 작지는 않다. 하지만 더 스피어를 멀리서도 눈에 확 띄게 하는 건 다름 아닌 LED 스크린이다.

 

더 스피어 외관(왼쪽)과 외벽을 이루고 있는 LED 스크린(오른쪽)
더 스피어 외관(왼쪽)과 외벽을 이루고 있는 LED 스크린(오른쪽)

 

더 스피어는 내면과 외면의 벽면이 모두 LED 스크린으로 되어 있다. 건물 외벽의 LED 스크린에서는 수시로 광고를 하거나 구형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번갈아 상영한다. 그렇게 더 스피어는 개장한 첫날부터 라스베가스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더 스피어 티켓 가격과 내부 시설

 

더 스피어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공연 티켓을 사야 된다. 더 스피어의 공연 티켓은 티켓마스터(Ticketmaster)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공연과 좌석마다 가격은 다른데 나는 토요일 저녁 스탠다드(Standard)석을 인당 $49 주고 샀다. 세금까지 포함하면 $58이었다.

 

더 스피어의 관람시간은 총 2시간이다. 1시간은 로비에 있는 내부 시설을 구경하고, 나머지 1시간 동안은 극장으로 들어가 영상을 시청하는 구성이다. 로비에는 술이나 음료수, 그리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나 핫도그 등을 파는 식당도 있다.

 

더 스피어 내부 로비 사진
더 스피어 내부사진. 이곳에서 첫 1시간을 보낸다.

 

현재 더 스피어는 로비에서 2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와 대화를 나누는 체험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말귀를 알아듣고 대화를 주고받는 AI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놀라웠다.

 

더 스피어 1층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진
더 스피어 1층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더 스피어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관람객 전체를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얘기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중 한 사람을 꼭 집어 그 사람만을 대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주위에 소음이 적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로봇이 관람객이 하는 말을 모두 완벽하게 캐치한 것이었다. 로봇은 단순히 음성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관람객의 입모양이나 표정, 제스처도 분석해 이해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체험 프로그램은 바로 자신의 메타버스 아바타를 촬영하는 것이었다. 360도로 설치된 카메라 안에 서서 사진을 찍고 나면, 30분 이내로 이메일을 받게 되는데, 이메일에 첨부된 영상 속에는 자신의 전신 아바타 이미지가 미리 제작된 동영상에 녹아들어 가 있다.

 

더 스피어 1층에 전시된 메타버스 아바타 촬영 카메라
더 스피어 1층에 전시된 메타버스 아바타 촬영 카메라

 

다만 메타버스 아바타의 이미지나 영상의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대화를 나누는 체험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메타버스 아바타 촬영은 그다지 새롭거나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Postcard from Earth)

 

더 스피어는 개장과 함께 2개의 공연을 기획했다. 하나는 바로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록밴드 U2의 공연이다. U2‘UV Achtung Baby’라는 이름으로 더 스피어와 36회 공연의 레지던시(residency) 계약을 했다. U2의 스피어 공연은 2023929일부터 2024218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U2가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그 뒤로 구형 스크린이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들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공연 관람 경험이 극대화된다.

 

더 스피어가 기획한 두 번째 공연은 바로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Postcard from Earth)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번역하면 지구에서 온 엽서라는 뜻이 된다.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는 대런 애로노프스키(Darren Aronofky) 감독이 제작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영화 레퀴엠(Requiem for a dream), 블랙 스완(Black Swan), 마더(Mother), 더 웨일(The Whale) 등을 제작했으며, 대중성과 예술성에서 모두 인정받는 미국 영화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는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남녀 주인공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자 우주선은 오랜 우주 비행을 위해 동면 상태에 있던 두 주인공을 깨운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더 스피어에서 상영 중인 영화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Postcard from earth)
더 스피어에서 상영 중인 영화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Postcard from earth)

 

원래 지구는 여러 생명체들이 더불어 사는 공간이었으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 이기심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새로운 행성을 찾아오게 된 것이라는 내용을 두 주인공에게 알려주는데 그 과정에서 지구의 자연과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게 바로 지구에서 그들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의미를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라는 제목이 담고 있는 것이다.

 

 

더 스피어 영화 관람 포인트

더 스피어에서 본 영화에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바로 화질이다.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 영화는 18K로 제작되었다. 우리는 흔히 4K만 돼도 영상이 매우 선명하다고 느끼는데, 18K로 제작되었으니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강의 선명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에는 구 형태의 스크린을 전부 쓰지 않고, 일반 영화처럼 네모난 스크린으로 시작하는데, 그 장면에서도 18K라는 고화질의 선명도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18K 화질로 제작된 더 스피어 영화
더 스피어에서는 18K 극강의 화질을 체험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예상했던 것처럼 구 형태로 된 스크린이다. 단순히 눈앞에만 영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최대한 젖혀 하늘을 봐도 영상이 꽉 차 있다. 핸드폰 카메라의 프레임이나 한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사이즈다. 그래서 영상의 모든 부분을 한 번에 시청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개를 돌려 좌측에 펼쳐진 영상을 보면 우측에서 나오는 영상을 놓치게 되고, 위를 보면 앞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을 볼 수 없다. 이러한 절대적인 사이즈에서 오는 압도감이 있으며, 그래서 카메라가 움직이며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같이 이동하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더불어 영화는 4D 체험 형식으로 되어 있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바람이 불고, 거대한 코끼리가 주변을 지나다닐 때는 의자가 진동을 한다. 그리고 농부들이 오렌지를 수확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영화관에 오렌지 향기가 퍼진다. 앞서 얘기한 굉장한 영상 크기와 더불어 이러한 요소들이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때로는 약간 무섭기도 한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더 스피어 극장 내부사진
더 스피어 극장 상영관 내부사진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 째는 수많은 작은 스크린 중에 하나라도 약간의 딜레이나 글리치가 생기면 몰입이 깨진다는 것이다. 특히 영상의 선명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따로 노는 스크린이 있으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둘 째는 구 형의 스크린 때문에 생기는 왜곡 현상이다. 원래 굴곡이 있는 하늘이나 바닷속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데, 예를 들어 일직선의 긴 건물을 촬영한 장면에서는 그 건물이 올라갈수록 기울어져 보이는 한계가 있다.

 

더 스피어 상영관의 왜곡현상이 보여지는 장면
건물이 기울어 보이는 왜곡현상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영상을 보다 보면 멀미가 나기도 한다. 요컨대 VR(Virtual Reality)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멀미, 울렁증 현상이 더 스피어에서도 동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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