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차 리브레 멕시코 레슬링 관람 후기

 

 

 

이번 멕시코 여행에서 가장 재밌었던 경험은 루차 리브레(Lucha Libre) 경기를 본 게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WWF나 WWE의 미국 프로레슬링을 즐겨봤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면서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의 뜨거운 열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Arena Mexico에서 열린 루차 리브레 티켓

내가 본 루차 리브레는 로마 노르테 지역에 위치한 Arena Mexico 경기장에서 열렸고, 티켓당 가격은 450페소로$25 정도였다. 티켓은 하기의 Ticketmaster 홈페이지에서 예약구매를 했다.

 

Lucha Libre CMLL Tickets | Single Game Tickets & Schedule | Ticketmaster.com

 

 

루차 리브레의 역사

루차 리브레는 멕시코의 전통적인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특유의 액션과 쇼맨십에 중점을 두며 독자적인 레슬링으로 발전했다.

로마 노르테에 위치한 Arena Mexico

루차 리브레에서 “루차(Lucha)”는 “싸움”을, “리브레(Libre)”는 “자유로운”을 뜻한다. 즉, 루차 리브레는 “자유로운 싸움”이라는 뜻이다.

 

루차 리브레가 멕시코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이다. 1930~1940년대에 들어 루차 리브레 선수를 일컫는 루차도르(Luchador)들 중 일부가 유명해지면서 스포츠의 대중적인 인기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프로레슬링과의 차이점

문화적 색깔이 뚜렷해서인지 루차 리브레가 미국 프로레슬링의 원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프로레슬링은 그레코로만형 레슬링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전파한 전 세계의 다양한 레슬링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시기로 따지면 1800년대 후반에 최초로 경기를 연 미국 프로레슬링이 먼저라고 한다.

미국 프로레슬링과 달리 루차 리브레는 고공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기술이 주를 이룬다. 미국 프로레슬링은 상대적으로 곡예와 같은 액션보다는 현실적인 레슬링을 강조하는 편이다.

 

또다른 차이점은 바로 스토리라인이다. 미국 프로레슬링은 더 장기적으로 캐릭터를 빌드업해 나가는 편이다. 캐릭터들 간의 관계도 훨씬 복잡하고 드라마틱하다. 선한 캐릭터가 악한 캐릭터로 점차 변모해 나가기도 한다.

검은 의상이 악당, 밝은 의상이 영웅으로 눈에 띄게 구분된다

반면 루차 리브레는 영웅과 악당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옷차림과 행동만 봐도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요컨대 루차 리브레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보다는 단순한 스토리라인 위에 화려한 액션에 초점을 둔다.

루차 리브레 스타일의 프로레슬러 레이 미스테리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특색 때문에 미국 프로레슬링도 루차 리브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예컨대 미국 프로레슬링에서 활동하던 대표적인 루차도르로 레이 미스테리오(Rey Mysterio)라는 선수가 있는데, 그의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캐릭터와 민첩하고 화려한 기술들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의 레슬링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여러 후배들이 그의 뒤를 잇고 있다.

 

 

 

루차 리브레 마스크

루차 리브레의 분명한 선과 악의 구분과 단순 명료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 그리고 화려한 공중 기술과 더불어 가장 주요한 특징은 바로 선수들이 착용하는 가면이다. 루차 리브레 선수들이 착용하는 마스크는 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루차도르는 저마다 특정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 슈퍼히어로 등을 묘사하는데 그들의 이러한 정체성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마스크다.

루차도르에게 마스크는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다

모든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이 만든 페르소나를 완성하기 위해 가면을 착용한다. 대부분의 가면은 복잡한 무늬와 화려한 색상으로 디자인되며, 마치 농구 팬들이 선수들의 등번호와 이름이 박힌 저지를 경기장에서 구매하듯이, 루차 리브레도 경기장 주변에 선수들의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루차도르는 경기 중에도, 그리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거나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마스크가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면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경기 중에 마스크가 벗겨지는 것은 굉장한 굴욕으로 여겨지며, 그렇다 보니 간혹 경기 중에 상대 선수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시도로 경기를 더 박진감 넘치게 연출하기도 한다.

 

 

 

루차 리브레 관련 추천 영화: 나초 리브레(Nacho Libre)

잭블랙 주연의 코미디 영화 <나초 리브레>

만약 루차 리브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대중에게 친숙한 코미디 배우 잭 블랙(Jack Black) 주연의 영화 <나초 리브레(Nacho Libre)>다.

 

영화 <나초 리브레>는 2006년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로, <나폴레온 다이너마이트(Napoleon Dynamite)>를 연출한 자레드 헤스(Jared Hess)와 제루샤 헤스(Jerusha Hess) 부부가 감독했다.

 

<나폴레온 다이너마이트>는 골수 팬이 많은 영화인데, <나초 리브레>도 매우 유사한 느낌과 방식의 연출과 스토리라인으로 만들어져서 <나폴레온 다이너마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할 만하다.

<나초 리브레>는 본인이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고아원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차 리브레 레슬러가 되는 가톨릭 신부 이그나시오(잭 블랙 역)에 관한 이야기인데, “Fray Tormenta”라는 이름으로 23년 동안 활동한 실제 루차도르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루차 리브레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화려한 의상과 개성, 시원시원한 고공 기술을 포함해 루차 리브레라는 경기가 자아내는 감정들을 영화에 잘 담았으며, 멕시코 문화가 깊이 밴 루차 리브레의 전통과 특색들도 잘 표현하였다.

 

단순한 줄거리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이니, 편한 마음으로 관람하고 나면 어느새 루차 리브레에 대한 이해도가 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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