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가 비싼 이유 (feat. 세탁, 건조, 관리, 보관 방법)
괜찮은 캐시미어 하나쯤은 필수 아이템이라고 들어는 보았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세탁과 보관이 까다로운 까닭에 투자할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 보온성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았고, 재질이 왠지 살에 닿으면 간질거릴 것만 같았다. 그러다 6개월 전 즈음 큰 마음을 먹고 캐시미어 니트를 하나 장만하게 되었다.
캐시미어는 예상했던 것처럼 비쌌고, 세탁과 보관 방법은 까다로웠으며, 무척이나 가벼웠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가벼운 무게에 비해 굉장히 따뜻했고, 거추장스럽거나 간질거리지는 않았다. 면으로 만든 티나 맨투맨만 입던 나 같은 사람에게도 캐시미어 니트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추운 겨울을 내내 캐시미어로 버텼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입고 싶기도 했다. 매일 입기엔 눈치가 보여서, 혹은 매일 입으면 옷이 오염될까 불안한 마음에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캐시미어가 비싼 이유
캐시미어는 희귀하고 생산이 어려운 까닭에 가격이 비싸다.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염소(Cashmere goat)의 속털로 만드는데, 1년에 한 번 털갈이를 하기 직전에 사람이 직접 조심스럽게 빗거나 잘라서 섬유를 수확한다. 일반적으로 양털을 수확하는 것처럼 기계로 털을 깎는 게 아니다. 게다가 캐시미어 섬유는 그 부드러움과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우 세심하게 분류, 세척, 방적의 과정을 거친다. 이만큼 수확할 수 있는 양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사람의 손과 전문적인 기술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이다.
캐시미어 섬유를 생산하는 캐시미어 염소는 인도, 티베트, 중국, 몽골,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고지대에서 주로 기른다. 다른 염소에 비해 몸집이 작고, 털은 두껍고 길다. 바깥털은 거친 보호모로 되어 있고, 앞서 다루었듯이 속털은 부드럽고 고운 캐시미어 섬유로 되어 있다. 캐시미어 염소는 단지 캐시미어 섬유를 위해서만 사육되는 건 아니다. 고기와 우유 생산에도 사용된다. 일부 문화에서 캐시미어 염소는 부와 위신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요컨대 캐시미어라는 고급 섬유는 제한된 양과 까다로운 수확 과정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가격이 비싼 측면도 있지만, 오랫동안 왕실과 귀족을 위한 옷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는 문화적 상징성이라는 프리미엄도 붙은 것이다.
캐시미어 세탁, 건조방법
캐시미어 제품은 가급적 기계로 세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섬유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을 권장한다. 만약 기계로 세탁을 해야 한다면, 세탁망을 사용하고, 양모 또는 캐시미어 전용 세제를 넣은 뒤, 울/섬세 코스 등 전용 모드와 찬물로 설정하여 세탁기를 돌리면 된다. 뜨거운 물, 표백제 또는 섬유유연제는 캐시미어 섬유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그다음은 건조 방법이다. 캐시미어 의류는 절대 건조기에 넣어서는 안 된다. 세탁이 끝나고 나면 옷에서 여분의 물을 부드럽게 짜낸 뒤, 마른 수건 위에 평평하게 올려 자연 건조를 시킨다. 옷이 비틀린 채로 있으면 그대로 모양이 변형되기 때문에 꼭 가지런하고 평평하게 펼쳐 놓아야 하며, 같은 이유로 옷걸이에 매달아 말려서도 안 된다.
캐시미어는 최대한 세탁과 건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매우 섬세한 섬유인만큼 캐시미어를 세탁하고 건조할 때는 손상과 변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자주 세탁하고 건조하는 것이 결코 좋지 않다. 특별히 오염이 되지 않았다면 겨울 동안에는 세탁을 하지 말고 쭉 입다가, 봄철에 캐시미어 의류를 정리하기 직전에 한 번 빨아주는 것을 추천한다.
캐시미어 관리, 보관방법
캐시미어를 보관하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옷걸이에 걸지 않는 것이다. 옷걸이에 걸면 어깨 부분이 축 처진 그대로 섬유가 늘어나면서 손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깔끔하게 접어서, 햇빛이 닿지 않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캐시미어 제품은 섬유를 먹는 나방 같은 벌레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천연 섬유를 먹으며 자라는 벌레는 옷좀나방이나 옷좀벌레, 또는 유충과 같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다고 해서 벌레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해충으로부터 옷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습기를 제거하고, 삼나무 블록이나 라벤더 주머니와 같은 천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캐시미어를 안전하게 보관하겠다고 비닐봉지나 상자 안에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습기를 가두어 섬유에 곰팡이가 필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의복해충들은 종이로 된 박스를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풀 제거나 결을 정리하기 위해 캐시미어 전용 빗을 구매해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 보풀이 보인다고 해서 절대 손으로 떼어내면 안 되고, 전용 빗으로 조심스럽게 빗어 제거해야 한다.
정리해 보니 고가의 섬유답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면 티만 주야장천 입고, 심지어는 흰옷을 분리해 빠는 게 번거로워 색깔이 있는 옷만 선호했던 사람으로서 캐시미어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장담한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처럼 한 번 열면 다른 섬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함정이 있는데, 그마저도 감수할 자신이 있다면 오랜 기간 입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빨고, 관리하고, 보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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