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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대표 술 메스칼과 데킬라의 차이

저피 2023. 10. 1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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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메스칼을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반인들이 아는 멕시코 증류주는 ‘데킬라’ 뿐이었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메스칼로 불려야 할 술들이 ‘데킬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데킬라와 메스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그 경계선이 분명해지고 있다.

 

메스칼과 데킬라의 차이를 포스팅 섬네일
멕시코 증류주 메스칼과 데킬라의 차이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데킬라와 메스칼의 판매량이 3배 이상 증가, 곧 미국산 위스키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늘은 비슷한 맛과 향을 내는 메스칼과 데킬라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다루어 보려고 한다.

 

 

 

데킬라는 메스칼의 한 종류였다

메즈깔 혹은 메스칼, 그리고 데낄라 혹은 데킬라는 모두 아가베(agave)를 원료로 한다. 아가베는 멕시코가 원산지인 다육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잎의 모양이 용의 혀와 비슷하다고 해서, 용설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스칼과 데킬라의 원료인 아가베(용설란)
메스칼과 데킬라는 용설란(아가베)로 만든다

 

메스칼(Mezcal)“멕시코에서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를 통틀어 칭하는 단어였다.

데킬라(Tequila)“할리스코 주에서 ‘블루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를 부르는 단어였다.

, 아가베로 만든 모든 증류주를 총칭하는 메스칼이 블루아가베라는 품종으로 만든 증류주를 뜻하는 ‘데킬라’의 상위 개념이었고, 데킬라는 메스칼의 한 종류였던 것이다.

 

비슷한 관계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을 생각해볼 수 있다.

탄산이 든 와인을 총칭하는 개념은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우리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양조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Champagne)으로, 스페인 지역에서 제조한 스파클링 와인을 까바(Cava),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제조한 스파클링 와인을 프로세코(Prosecco)로 부른다.

요컨대 메스칼은 스파클링 와인과 유사한 상위개념이고, 데킬라는 샴페인, 까바, 프로세코와 유사한 하위개념인 것이다.

 

 

 

왜 데킬라만 유명해졌을까?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구분 없이 모두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오류처럼, 메스칼도 그보다 유명한 데킬라로 흔히 불렸었다. 이는 일부 데킬라 브랜드가 먼저 세계적으로 성장하며, 마치 데킬라가 멕시코의 아가베 증류주를 부르는 명칭인 것처럼 마케팅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가베 증류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해외 구매자들은 멕시코에서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의 명칭을 메스칼이 아닌, 데킬라로 오해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몇몇 데킬라 브랜드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데킬라를 만드는 방식이 기존 메스칼의 제조 방식에서 많이 멀어졌다는 것이다. 원래 멕시코에서 아가베로 증류주를 만들 때 굉장히 많은 품과 정성이 들어간다.

 

아가베로 멕시코 증류주 메스칼을 제조하는 모습
아가베로 메스칼을 만드는 주조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데킬라는 이런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시설의 자동화를 통해 점차 대량생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데킬라의 풍미는 기존 메스칼에 비해 떨어지게 되었고, 멕시코 증류주의 개성 있는 맛과 향은, 대량생산되어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데킬라의 그림자에 묻히게 된 것이다.

 

 

 

1994년 지리적 표시제와 메스칼

 

앞서 첫 소주제에서 데킬라는 메스칼의 한 종류였다라는 과거형을 썼다. 그 이유는 현재 분류법상으로 더 이상 데킬라를 메스칼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1994년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지리적 표시제가 공식화되었다.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 System)는 원산지를 상표권으로 인정해 보호하는 조항이다. , “샴페인이 유명하다고 해서, 원산지인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한 게 아닌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팔지 못하게 하는 법적 권리가 부여된 것이다.

 

1994년에 지리적 표시제(GIS)를 도입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로고
1994년에 WTO가 출범하며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였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보성 녹차, 여주 쌀, 청양 고추, 정선 찰옥수수, 삼척 마늘, 완도 미역, 충주 사과 등이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이 되어 있고, 세계적으로는 이탈리아의 키안티 와인, 프랑스의 잠봉 드 바이욘 햄이나 코냑 등이 있다.

 

이 지리적 표시제가 도입되고, 지리적 표시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메스칼은 더 이상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를 총칭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보성이 아닌 곳에서 만든 녹차를 보성 녹차로 팔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메스칼은 지리적 표시제로 인해 지금은 멕시코의 9개 주에서 생산하는 술에 한해서만 ‘메스칼’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9개 주 가운데서도 와하까(Oaxaca)에서 생산되는 메스칼이 90%가량으로 거의 독점을 하고 있으며, 아가베는 9개 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에스파딘’이라는 아가베를 단일 품종으로 사용하는 추세로 좁혀지고 있다.

 

멕시코 술 데킬라 병과 메스칼 병
멕시코 술 데킬라와 메스칼의 차이

 

멕시코에는 총 32개의 주가 있고, 증류주 원료로 사용되는 아가베는 약 50여 종이 있다. 앞서 메스칼은 멕시코 전역에서 생산되는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를 통칭하는 말이고, 데킬라는 그중 할리스코주에서 생산한 블루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라고 설명했다.

 

지리적 표시제를 거치며 지금의 메스칼은 거의 ‘와하까’에서 생산한 ‘에스파딘’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 요컨대 점점 데킬라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며, 그만큼 멕시코의 전통 증류주인 메스칼에 대한 이미지와 맛과 향의 다양성은 좁아지고 있다.

 

이에 멕시코 주류업계의 종사자나, 전세계에 퍼진 주류 전문가들은 메스칼이라는 술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스칼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에스파딘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아가베로 메스칼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니 익숙한 데킬라도 좋지만, 다음 기회에는 데킬라의 그림자에 묻혔던 메스칼을 한 잔 시켜 마셔보며 멕시코의 다채로운 풍미와 매력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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