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키(Michelin Keys) - 미슐랭 가이드 호텔편
타이어 제조사인 미슐랭(Michelin)은 1900년에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라는 책자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첫 발행물은 프랑스에서 차를 운전하고 다닐 때 알아 두면 좋을, 운전과 관련된 실질적인 조언들을 제공하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미슐랭 가이드의 주제는 확장했고, 1920년에 들어서는 파리의 레스토랑과 호텔들을 추천하는 여행 가이드북 수준으로 성장했다.
호텔 분야로 확장하는 미슐랭 가이드
그렇게 123년 동안 주로 고급 레스토랑에 “미슐랭 스타(Michelin Stars)”를 부여해 온 미슐랭 가이드는 2024년부터 호텔 분야에도 다시 발을 들이기로 하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특출난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겼던 것처럼, 앞으로는 매우 우수한 호텔들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호텔은 별점(star) 대신 열쇠(key)로 평가할 예정이며, 레스토랑과 동일하게 열쇠는 최소 1개부터 최대 3개까지 부여할 계획이다. 첫 미슐랭 키는 2024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며, 미슐랭 가이드는 이미 120개국에서 5,300개의 호텔을 선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슐랭 키(Michelin Keys)”는 5가지의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1) 호텔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될 만큼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는지
(2) 얼마나 독특한 개성과 특색을 품고 있는지
(3)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우수성
(4) 호텔의 서비스와 품질, 관리의 수준
(5) 가격 대비 가치가 적절한지
미슐랭 키(Michelin Keys)의 배경
미슐랭 가이드가 호텔 분야로 선별 리스트를 확장하게 된 주요 배경에는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미슐랭 가이드는 5년 전에 타블렛 호텔(Tablet Hotels)이라는 부티크 호텔 예약 플랫폼 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타블렛 호텔 인수를 통해 미슐랭 가이드는 전 세계의 특출 난 호텔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게 되었고, 호텔 분야까지 섭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둘 째로 여행 시장(travel market)이 확장하고 있는 외부 환경이 또 다른 계기다. 레스토랑, 호텔, 항공 등 여행 관련 산업의 소비자 지출과 기업 간 경쟁은 최근 들어 더 심화되었다. 미슐랭 가이드 말고도 우수한 레스토랑을 선정하던 “세계 50대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과 “라 리스트(La Liste)”도 올해부터 최초로 호텔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미슐랭 키는 얼마나 정확할까?
미슐랭 가이드는 기존의 레스토랑 선별과 같이 호텔 선별도 공정한 절차를 통해 신뢰도가 높은 리스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석연찮은 구석도 없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타블렛 호텔 인수 덕에 미슐랭 가이드가 미슐랭 키를 부여받은 호텔들의 예약 서비스를 자사 사이트에서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슐랭은 사이트를 통해 확정된 예약 건에 대해 수수료를 받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있다. 바로 평가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또다른 레스토랑/호텔 선별 서비스인 “세계 50대(World’s 50 Best)”는 무료 숙박을 수락한 호텔을 대상으로 외부 심사위원을 선발해 순위를 매기도록 한다. “라 리스트(La Liste)”는 이미 보도된 언론의 내용들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반면 미슐랭은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평가에 숙련된 미슐랭 직원을 익명으로 파견하여 호텔을 선별하게 한다. 요컨대 평가 시스템을 보면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숙련된 평가자가 평가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볼 수 있다.
결과는 내년에 알 수 있겠지만, 미슐랭 가이드가 레스토랑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처럼, 호텔 산업과 여행자들에게는 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서비스업이 발달한 한국에서도 과연 미슐랭 키를 받는 호텔이 나올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