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R2 키보드 그레이블루 텐키리스 리뷰
키보드계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리얼포스 키보드를 사용한 지 4년 차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운 타건감 때문에 리얼포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점차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리얼포스 모델명 분류법
리얼포스 키보드 중에 내가 산 모델은 R2TL, AHBLK1이다. 리얼포스는 모델명을 보면 어떤 제품과 특성인지 알 수 있다.
하나씩 나누어 읽어보자. 우선 R2는 세대를 말한다. R2는 2세대고, 2021년 말에 3세대인 R3도 출시되었다.
TL은 텐키리스(Tenkeyless)의 줄임말이다. 텐키리스란 키보드의 오른편에 있는 숫자패드가 빠진 모델이라는 뜻이다. 평소에 숫자키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TL 버전을 구매하면 키보드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AHBLK1은 그레이/블루 한글 균등 모델임을 뜻한다. “그레이/블루”는 키보드에 들어간 색상을 말하고, “한글”은 키보드에 한글이 표기된 버전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바로 ‘균등’인데, 균등 키보드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균등식 키보드와 차등식 키보드의 차이점과 장단점
우리가 키보드로 타이핑을 할 때, 열 손가락에 힘이 균일하게 분배되지는 않는다. 새끼 손가락은 검지나 중지보다 힘이 약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힘이 덜 들어가는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1, Q, A, Z”키(왼손)나 “O, P, [, ]”키(오른손) 등은 30g의 압력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종료 기능을 가진 ESC 키는 55g의 힘으로 눌러야 인식이 되게 만든 키보드는 “차등”식 키보드다.
즉, “차등”식 키보드란 키마다 입력하기 위해 가해야 하는 힘이 다른 키보드를 말한다.
반대로 키의 구분 없이 모두 동일한 키압력에 인식되도록 만든 제품이 바로 “균등”식 키보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AHBLK1은 균등 모델이며 키압력은 45g이다. 즉, 어떤 키든지 간에 45g의 압력으로 눌러야 인식이 되는 키보드라는 것이다.
약한 힘으로도 타이핑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균등 키보드에 비해 차등 키보드가 상대적으로 사용감이 부드럽고 손목에 무리가 덜하다. 그래서 작가나 블로거, 또는 타이핑을 많이 하는 직업군에서 선호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힘을 조금만 주어도 타이핑이 되기 때문에 균등 키보드에 비해 차등 키보드가 오타가 많이 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평소 본인의 키보드 사용 습관에 따라 차등과 균등 중 본인에게 더 알맞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리얼포스 키보드의 또 다른 장점이다.
리얼포스 2세대 텐키리스(R2TL) 키보드 특징
먼저 텐키리스다보니 길이는 39cm로 짧은 편이다. 다만 키보드의 무게 자체는 묵직한 감이 있어 휴대용으로 적합하지는 않다.
리얼포스는 사용감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제품은 일본에서 생산을 하는데, 총 5천 만회의 테스트를 거친다고 한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도 벌써 4년째 이 키보드를 매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통 3년을 매일 사용하다 보면 레이턴시의 문제(입력한 키를 인식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나 중복 타이핑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사용감이 첫날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키보드 뒷면에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리가 한 쌍 있다. 1단 형식이라 높이의 정도를 조정할 수는 없지만, 1단이라 다리를 놓아도 사용하는 데에 흔들림이 전혀 없다.
리얼포스 키보드, 살만 한가?
현재 리얼포스 키보드는 세대와 텐키리스 등 특성에 따라 적게는 20만 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40만 원대 초반에 판매되고 있다. 요컨대 리얼포스 키보드는 고가가 맞다.
요즘 키보드는 1~2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 10배가 훌쩍 넘는 가격에 사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가 제품은 써보면 확실히 다르다. 피로감도 적을 뿐만 아니라 타건의 느낌이 좋아 일의 능률도 굉장히 올라간다. 게다가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키보드를 매일 사용하지 않는가?
3년을 매일 써도 체감되는 노화가 전혀 없는 내구성과 완성도라면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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