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이야기

[볼로냐 여행] 대학교, 회랑, 탑, 먹거리, 그리고 페트로니우스 축제까지

저피 2022. 10. 2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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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 여행

 

1. 볼로냐 대학교

볼로냐 대학생들의 놀이터

볼로냐는 세계 최초의 대학이 설립된 도시로 유명하다. 1088년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교는 이미 개교한 지 900년을 훌쩍 넘겼다. 가장 오래된 명문 대학교를 보유한 도시의 위상을 느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볼로냐 시의 인구가 약 40만 명인데,볼로냐 대학교의 학생이 거의 1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교나 유학생들까지 고려하면 자그마치 볼로냐 시의 1/3 가량이 대학생이다.

 

 

그래서인지 볼로냐는 대체로 물가가 저렴하고 늦은 밤까지 활기가 가득 차다. 그래서 더욱 현대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난다. 볼로냐 전에 방문했던 피렌체나 시에나를 떠올려보면, 물론 토스카나 주의 도시들이 하나 같이 아름답긴 했으나 비현실적인 상상의 도시 같았다.

 

반대로 볼로냐는 분명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과 매력을 가득 담고 있기는 하나, 훨씬 이해와 공감이 된다. 오히려 적당히 현실을 살며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이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2. 볼로냐의 회랑(아케이드)

볼로냐 하면 떠오르는 두 번째 키워드는 회랑(Arcade)이다. 앞서 언급한 볼로냐 대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명문 대학교였다. , 중세시대부터 부잣집 도련님들이 볼로냐로 공부를 하러 유학을 많이 왔다는 것이다.

 

볼로냐를 돋보이게 하는 회랑(아케이드)

 

그래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볼로냐에는 비와 햇빛을 피해 걸어 다닐 수 있는 회랑이 많이 생겨났다. 그 덕택으로 오늘날의 학생들과 관광객들도 편의를 누리고 있다.

 

볼로냐의 회랑을 합치면 그 길이가 40km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부분 폭이 꽤 넓어 식당이나 카페, 바에서 회랑을 테라스처럼 이용해 야외 테이블을 놓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회랑의 모양이 일률적이지 않고, 재료나 천장의 그림, 기타 장식들도 저마다 달라서 걸어 다니며 회랑 구경을 하는 재미도 있다.

 

 

3. 볼로냐 두에 토리 - 아시넬리와 가리센다 탑

지금은 아시넬리(Asinelli)와 가리센다(Garisenda)라고 불리는 두 개의 탑(두에 토리(Le Due Torri)라고 부른다)이 유명하고, 20개의 탑들만 남아있지만 볼로냐의 전성기인 1200년경 중세시대에는 180여 개의 탑이 있었다고 한다.

 

중세시대 180여 개의 탑이 서 있는 볼로냐의 모습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무너졌다고 하는데, 기록을 토대로 그린 위의 볼로냐 그림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당시에는 경외감이 들 정도로 그 위엄이 대단했을 것이다.

 

두에 토리 : 아시넬리와 가리센다

 

한 때 얼마나 웅장했을지 상상이 되기 때문에 더욱 아시넬리와 가리센다의 모습이 왠지 휑하며 안타깝기도 하지만, 볼로냐의 열정과 자부심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는 두에 토리의 모습이 한 편으로는 뭉클하기도 했다. 더불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운 모습이 긴장감을 더해 여러모로 감상할 요소가 많았다.

 

 

4. 이탈리아 볼로냐의 또르뗄리니와 테르지 커피

볼로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먹거리다. 미식가들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볼로나에서 유명한 음식으로는 모르타델라 소세지, 볼로네제 파스타, 토르텔리니 등이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했던 음식은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였다.

 

볼로냐에서 먹은 또르텔리니 인 브로도

 

토르텔리니는 엄지손톱만큼 작은 모양으로 빚은 만두다. 미의 여신 비너스의 배꼽 모양을 본떠 빚은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는 또르뗄리니를 넣어 만든 국물 요리인데, 이탈리아 여행을 하다 보면 짠 음식과 술을 많이 먹게 되서인지 자연스럽게 국물 생각이 난다. 그것도 끈적한 수프가 아닌 묽고 얼큰한 탕요리가. 이때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가 그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준다.

 

인생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테르지로!

 

꼭 언급하고 싶은 볼로냐의 또 다른 먹거리는 다름 아닌 커피인데, 그중에서도 테르지(Terzi)라는 카페에 대해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커피 전문가라고 자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하루에 적어도 3잔씩은 마시는 애호가로서, 볼로냐 여행자에게 테르지는 꼭 방문해보라 권하고 싶다.

 

테르지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인 일리(illy)에서 일하던 수제자가 창업한 카페로 알려져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테르지의 커피는 내가 마셔 본 커피 중 단연 손꼽히는 맛이었다.

 

 

 

5. 볼로냐 수호성인 페트로니우스 축제(Feast of St. Petronius)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볼로냐를 여행하던 기간에 볼로냐의 수호성인인 페트로니우스를 기리는 축제가 열렸다. 페트로니우스 성인은 5세기에 볼로냐의 주교였는데, 당시 예루살렘의 성소를 볼로냐 교회에 재현한 여러 업적을 남겼다. 그의 축일을 기념하는 Feast of St. Petronius104일에 열리며, 볼로냐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

 

볼로냐의 수호성인 페트로니우스의 축제(Feast of St. Petronius)

 

하루 종일 가는 곳마다 긴 줄을 서야 했고, 식당에서 자리를 잡기도 힘들었으며, 좁은 길에 꽉 찬 인파를 피해 다니며 걸어 다니는 게 무척 고됬지만, 그 대신 성가대가 아름답게 찬송가를 부르는 대성당의 공개 미사에 잠깐 참여할 수 있었고, 메인 행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원래 3달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당일에 예약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마지오레 광장(Piazza Maggiore)에서 펼쳐진 폭죽놀이를 수백 명의 인파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값진 경험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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