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이야기

[피렌체 여행] 우피찌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저피 2022. 10. 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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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Uffizi)는 원래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메디치가에서 행정업무를 보는 사무실(Office)로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메디치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Anna Maria Luisa de'Medici)피렌체에서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메디치의 소장품들을 토스카나 주정부에 기증한 덕분에, 대부분의 기증품이 소장되어 있는 우피찌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보유한 미술관 중 하나가 되었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모습

우피치는 혀를 내두를 만큼 건물에서 느껴지는 위엄이 있었다. 건물은 ㄷ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긴 두 건물을 ㄷ자로 잇는 짧은 세 번째 건물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주교가 상주하던 두오모 성당(Duomo di Firenze)과 길드의 지도자가 거주하던 베키오 궁(Palazzo Vecchio)이 보인다는 것이다.

 

메디치 가문의 우피치(사무실)가 두오모 성당과 베키오 궁전을 품고 있는 듯한 모습

 

종교를 상징하는 건물과 상업을 상징하는 건물을 메디치 가문의 행정관청이 품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은유적이지 않을 수 없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

나는 미리 투어를 예약해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을 받으며 우피찌를 구경했다. 오전 9시에 입장했으니 꽤나 이른 시각이어서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는데, 우리 페이스로 이동을 했는데도 3시간 동안 모든 작품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우피치는 '터널'을 뜻하는 갤러리의 모습을 갖추고 있고, 거기에는 메디치 가문이나 작가뿐만 아니라 당대 유명인사들의 초상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도 투어를 신청한 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인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작품 이면에 숨은 배경과 맥락을 알지 못했더라면, 우피치에서 받은 감동은 절반이었으리라 확신한다.

 

어려서부터 미술 수업에서, 혹은 책이나 영화에서 수없이 보았던 익숙한 작품들일지라도 현지에서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온도를 느끼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감상하는 기분은 언제나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선하다.

 

특히 우피찌에 전시된 미술품들은 너무 폭넓은 주제와 시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모두 르네상스라는 패러다임 혁명으로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 그런지 더 깊은 생각과 감정들이 오갔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주요 작품

르네상스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 특정 화가가 어느날 갑자기 이콘화의 엄격한 규칙을 거부하고 신을 인격화해서 그린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작품마다 한 획씩, 문서마다 한 자씩 금기의 영역에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갔던 것이 수많은 화가와 작가, 후원가와 구매자를 거쳐가며 르네상스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실로 각각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시대를 상상해보면, 거기에는 굉장한 용기와 도전의식이 깃들어 있었다. 아래에 인상 깊게 본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주요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보티첼리의 <산 바르나바의 제단화> / 보티첼리는 비너스, 아테네, 마리아의 얼굴로 평생 짝사랑하던 시모네타의 얼굴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그 마음 때문인지 어느 마리아보다 아름다웠다.

 

다빈치의 <수태고지> / 이제 막 착륙한 듯한 가브리엘의 날개와 그 바람으로 인해 누운 풀밭의 사실적인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미켈란젤로의 <도니 톤도> / 시스틴 벽화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완성한 회화작품. 마치 조각상처럼 표현한 피사체의 포즈나 옷의 짙고 굵은 주름이 인상적이다.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얼굴>(왼)과 <바쿠스>(중앙) / 명성답게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로 눈에 띈다. 특히 바쿠스의 와인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리에 비친 화가의 얼굴까지 그려넣은 것처럼 보인다(오른).

 

 

 

우피치 미술관의 주인, 메디치 가문 

위대한 로렌초(Lorenzo il Magnifico)라 불렸던 로렌초 데 메디치

아무래도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 바로 르네상스의 최대 후원가였던 메디치 가문의 행정관청이어서 그런지 우피찌 미술관에서 유독 강하게 드는 생각은 작품에는 창작자의 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작품을 주문해서 소장한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작품을 주문하거나 후원한 사람들이 당대의 금기에 굴복해 주문을 취소했거나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더라면 르네상스는 제대로 꽃피지 못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시대를 초월한 미의 가치를 추구하던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피렌체를 떠나지 않는다는 근사한 조건으로 모든 소장품을 기증한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손까지, 우리는 그들의 기여를 화가나 조각가, 건축가나 작가만큼이나 잊지 않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피찌 미술관 여행팁!

1. 우피찌는 8시 15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15분 간격으로 30명씩 입장을 시킨다. 다만 관람 시간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가능한 가장 이른 시간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11시 정도가 되면 이미 관광객들로 미술관이 꽉 차기 때문에 자기 페이스로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2. 피렌체 여행의 첫 일정으로 잡기를 추천한다. 우피찌 미술관의 작품들과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피렌체 도시를 더 섬세하게 읽는 돋보기를 장착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르네상스의 산물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으려면 가급적 우피찌부터 거쳐가는 것이 좋다.

 

3. 가이드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마치 인본주의를 품은 작품처럼, 작품을 감상할 때도 그 너머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려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관람하면 분명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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