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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이야기

캘리포니아를 ‘가주’, LA를 ‘나성’이라 부르는 이유 (음차, 가차)

by 저피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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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한인마켓 3대장으로는 H마트, 갤러리아 마켓, 그리고 ‘가주’마켓이 있다. 한편 한인타운에 위치한 수많은 교회는 나성순복음교회, 나성열린문교회와 같이 이름 앞에 ‘나성’을 붙인다.

 

캘리포니아가 가주, LA가 나성인 이유

 

그 뿐만이 아니다. 달러(dollar)는 “불”이라 부르고 센트(cent)는 “전”이라 부른다. 마치 LA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 있는 것 같은데, 이렇듯 특히 LA 한인사회에서는 과거에 사용하던 언어가 아직까지 일상용어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달러가 ‘불’인 이유, 센트가 ‘전’인 이유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불’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일본인들이 달러 기호($)를 처음 접했을 때 모양이 비슷한 한자인 “불(弗)”로 표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일본에서는 표기는 불(弗)로 했어도 발음은 “도루(달러)”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자 문화권에서 우리나라만 여전히 달러를 ‘불’이라 부르고 있다.

 

한편 센트는 달러의 보조 화폐가 동전 형태임을 나타내기 위해 “전(錢)”이라 칭하게 되었다. ‘불’과 다르게 ‘전’은 요즘 센트(cent)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요컨대 $20.50을 정확히 읽는 방법은 “20달러, 50센트”인데, 한국에서는 보통 “20불 50센트”로 읽고 있으며, LA에서는 아직까지 “20불 50전”으로 읽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가주’인 이유, LA가 ‘나성’인 이유

캘리포니아를 가주, LA를 나성이라고 하는 이유

캘리포니아가 ‘가주’로 불리고, LA가 ‘나성’으로 불리는 이유는 음차 때문이다.

 

음차동일한 음을 내는 한자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한자의 의미와 무관하게 소리가 비슷한 한자를 차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소리 ‘음’을 따서 음차(音借)라 부르기도 하고, 거짓 ‘가’를 따서 가차(假借)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이와 반대로, 소리는 전혀 다르지만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표기하는 방식을 훈차(訓借) 또는 의차(義借)라고 한다. 예를 들어 대전광역시라는 지명의 원래 우리말은 ‘한밭’이었는데 훈차를 하며 대전(大田)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음차(音借)로 인한 지명 표기 때문

예상되다시피 음차는 외국어가 익숙지 않았던 과거에 많이 활용되었고, 특히나 단어가 내포한 의미를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지명이나 인명을 표기할 때 많이 사용되었다. ‘가주’와 ‘나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한 음차 용어다.

 

음차로 인해 CA는 가주, LA는 나성이라 부르는 것

 

“가주”는 캘리포니아(California)를 뜻하는 ‘CA’를 그대로 발음한 ‘가’에 State라는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주(州)’를 더해서 ‘가주’가 된 것이다. “나성”은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를 줄인 ‘LA’를 그대로 발음한 ‘라’에 City를 의미하는 ‘성(城)’을 더한 것이고, 두음법칙에 따라 ‘라성’에서 ‘나성’이 된 것이다.

 

즉, “가주”의 “가(加/더할 가)”나 “나성”의 “나(羅/벌일 라, 그물 라)”는 의미적으로 캘리포니아나 LA랑은 상관이 없고 단지 소리만 같을 뿐이다.

 

 

 

LA 나성과 비슷한 지명 음차 차례

도이칠란드를 독일(獨逸),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 이탈리아를 이태리(伊太利), 스페인을 서반아(西班牙), 아시아를 아세아(亞細亞), 캐나다를 가나다(加那陀)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원리다.

지금은 같은 음으로 발음되지는 않지만 그리스를 뜻하는 희랍(希臘)과 네덜란드를 뜻하는 화란(和蘭)도 음차인데, 두 국가가 우리나라에 소개됐을 당시에 그리스는 ‘헬렌이 세운 나라’라는 의미인 ‘Hellas”로 불렸고, 네덜란드는 당시 중심지였던 ‘홀란드(Holland)’로 불렸기 때문에 각각 소리가 비슷한 ‘희랍’과 ‘화란’으로 음차되었던 것이다.

 


 

희랍이나 화란처럼 단어만 유심히 살펴봐도 역사가 보이는 것이 언어의 매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LA 한인타운에서 아직까지 통용되는 가주, 나성, 불, 전과 같은 옛말들은 얼마나 정감이 가는가. 미국 본토에서도 미국식이 아닌, 여전히 과거의 한국식을 고수하는 언어습관 이면에는 먼 고향을 그리며, 유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신 또한 엿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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