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우드슬랩 테이블을 두면 생기는 변화
왠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거실에는 당연히 TV와 소파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집을 방문하며 자리잡은 정당한 선입견이다. 그래서 우드슬랩 테이블을 둘 때 참 고민이 많았다. ‘사람 사는 느낌이 안 들고 집 전체가 차가워지면 어떡하지,’ ‘생각보다 테이블을 잘 쓰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난 앉아있는 것보다는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고민들을 이겨낸 지 이제 겨우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나름대로 기우였다는 판단이 선다. 다음은 ‘거실에 떡하니, 우드슬랩 테이블을 두고 살아본 거실 바꾸기 리뷰’다.
우드슬랩 테이블 장점 1 - 공간이 분리된다
우드슬랩 테이블을 구매할 때 선택해야 하는 건 기본적으로 원목과 크기다. 가격도 그에 따라 정해지는데, 원목이야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크기는 참고해야 할 게 있다.
가치가 매겨지는 기준은 바로 세로 폭(나무의 두께)이며 가로 길이(나무의 높이)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4인용이나 6인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마주 본 거리가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나는 가로 200cm에 세로 80cm 정도 되는 월넛 테이블을 사서 넣었다. 6명이 앉으면 적당하고, 양 끝에 두 명이 앉으면 최대 8명까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20평초반의 아파트 거실에 두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테이블을 거실 가운데에 두면 공간이 확실하게 분리된다.
일반적으로 거실은 한 면에 TV를 두고, 반대 면에 소파를 둔다. 그럼 소파가 놓인 면은 등지고, TV가 놓인 면만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쪽에 앉는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면 거실의 양면을 같은 비중으로 사용하게 된다. 나는 한쪽 벽에는 책들을 두고, 반대쪽 벽에는 악기들을 두었다. 거실에서 하는 일에 따라 독서를 할 때는 이쪽에, 악기를 연주할 때는 저쪽에 앉기도 한다.
우드슬랩 테이블 장점 2 - 소외되는 공간이 없다
거실에 TV를 두지 않는 게 두려웠던 이유는 그만큼 TV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돌이켜 보면 잘 때는 침대에 있고, 깨어있을 땐 TV(보든 안 보든)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TV를 방에 두면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투룸에 살았는데 TV와 소파를 둔 거실과 침대가 있는 침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악기와 책상을 두었던 나머지 방이 방치되다시피 버려졌던 것이다. 즉, 내게는 어디에 TV를 둘지 보다, 어떻게 세 개의 공간을 모두 쓸 지가 더 중요한 과제였다.
거실에 우드슬랩 테이블을 두고, TV를 작은 방에 두니 비로소 모든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느낌이다. TV는 어디에 있든 사용하게 되고, 거실은 거실이다. 거실에 TV가 없다고 절대 방에만 있지 않는다.
환경이란 이만큼 놀라운 것이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특정 공간 안에 있을 때 그중에서도 제일 크고, 햇볕과 바람이 잘 들고, 시야가 넓은 곳을 찾게 된다. 집에서는 거실이 바로 그 공간이다. 따라서 거실에 TV가 없다고 거실을 안 쓸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히려 창고처럼 버려질 것 같은 공간에 TV를 두는 게 모든 공간을 활용하는 데 좋다. 잘 쓸 것 같은 공간(거실)에는 해야 하거나 하길 바라는 것(책, 악기, 운동기구 등)을 두고, 잘 안 쓸 것 같은 공간(작은 방)에는 하고 싶은 것(TV, 컴퓨터 등)을 두는 게 맞다.
우드슬랩 테이블 장점 3 -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거실에 동적인 거라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밖에 없기 때문인지, 집안의 에너지가 모두 대화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상대방의 위치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깝지 않고, 무시해도 될 정도로 멀지 않은 테이블의 폭 덕분인지 대화를 나누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TV가 있었다면 TV의 소음에 기대고, 상대방과의 거리가 충분히 멀다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어 상대를 차단할 테지만 앞서 말한 우드슬랩 테이블의 크기와 폭, 위치 때문에 은연중에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마저 생기는 것 같다. 여하튼 지인들을 집으로 여러 번 초대해봤지만 ‘핸드폰에 손도 안 대고 새벽까지 떠들어본 게 얼마 만인가,’ 하는 류의 반응이 가장 많았다.
대화도 기술이다. 말도 많이 해봐야 는다. 표현력이 좋아질수록 생각도 넓어진다. 그러한 훈련이 우드슬랩 테이블 위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대화의 기술보다는 소통이라는 본질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대화를 나눌수록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이해심이 커진다.
요컨대 가구 하나로 생활과 관계가 바뀌는 걸 직접 경험해보니 ‘거실에 둔 우드슬랩 테이블은 단순히 물건을 올려놓는 도구 이상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