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4가지 종목의 경기 방식과 차이점 (플뢰레, 에페, 사브르, 사브르 라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 남자 플뢰레 단체팀이 중국을 물리치며, 2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오랫동안 비인기 종목이었던 펜싱은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에서 효자종목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성적이 고무적인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펜싱에 한 일반적인 이해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펜싱이 어떤 경기인지는 알지만, 대개 세부 종목으로 들어가면 플뢰레와 에페, 사브르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오늘은 펜싱의 세 종목과 더불어 최근에 신규로 추가된 네 번째 종목까지 간략하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펜싱의 역사와 종류
오늘날 유럽에서는 펜싱이 생활체육으로 꼽힐 만큼 일반인들 가운데에 인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대표적인 펜싱 강국에는 종주국인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러시아, 헝가리 등이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펜싱이 아직 비인기 종목이지만, 근래에 들어 특히 한국에서는 펜싱이 효자종목으로 꼽히며, 일반인들 사이에 인기가 급부상했다.
펜싱(fencing)의 어원은 ‘방어(defense)’를 뜻하는 ‘defens’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자신의 몸을 방어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개념이지만, 지금은 공격의 의미도 내포하여 펜싱은 ‘검을 휘두르며 싸우다’라는 뜻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펜싱의 종류에는 크게 3+1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플뢰레(Fleuret), 에페(Épée), 사브르(Sabre)가 있고, 가장 최근에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사브르 레제르(Sabre Laser)가 있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사브르 레제르 종목은 없고, 플뢰레, 에페, 사브르 경기만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플뢰레가 ‘근본’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강하다. 대개 플뢰레로 시작했다가 본인의 강점을 살린 에페나 사브르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수영을 예로 들면, 자유형과 비슷한 느낌이다.
여자 펜싱에서는70여 년 간 올림픽 종목으로 플뢰레 경기만 있었다. 남자 펜싱은 플뢰레와 사브르가 1대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그다음 올림픽인 1900 파리 올림픽에 에페가 추가됐다.
펜싱 종류별 공격범위(Target area)
펜싱은 종류에 따라 공격할 수 있는 부위와 공격할 수 있는 방식이 다르다. 플뢰레, 에페, 사브르 종목별로 가능한 공격 범위에 대해 알아보자.
플뢰레(Fleuret, Foil) 공격범위
플뢰레는 팔, 다리, 머리를 제외한 상체만 공격할 수 있으며, 공격 방식은 찌르기만 가능하다. 우리가 몸통이라고 부르는 토르소(torso)를 찌르는 것만 가능한 것이다. 세 펜싱 종목 가운데에 가장 공격부위와 방식에 제한이 큰 종목으로, 공수가 진행되는 속도는 중간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아시안게임 2연패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최초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가 펜싱 금메달을 딴 종목이 바로 플뢰레였다.
에페(Épée) 공격범위
에페는 팔, 다리, 머리를 포함한 전신을 공격할 수 있으며, 공격 방식은 플뢰레와 동일하게 찌르기만 가능하다. 전신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대개 서로 견제를 많이 하고, 그만큼 경기의 속도는 느리게 흘러가는 편이다.
에페의 또 다른 특징은 플뢰레와 사브르와 달리 공격 우선권이 없어, 동시타일 경우에 두 선수 모두 득점할 수 있다. “할 수 있다”의 자기 최면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기적을 일궈냈던 박상영 선수의 종목이 바로 에페다.
사브르(Sabre) 공격범위
사브르는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공격할 수 있으며, 공격 방식은 찌르기와 베기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공격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베기마저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가 빠르게 흘러간다.
찌르기보다 부정확해도 유효타가 나는 베기 동작이 많고, 시작과 동시에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특징이 강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하나 같이 외모가 출중해 F4라고도 불렸던 남자 단체팀의 종목이 바로 사브르였다.
펜싱 종류별 펜시용 검의 차이
펜싱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 종목별로 사용하는 펜싱용 칼이 다르다. 경기하는 방식에 따라 무게와 길이, 팁 모양이 다르다. 이를테면 전신 찌르기가 가능해 공방에 신중한 에페 경기와, 정확히 찌를 필요 없이 베기만 해도 득점이 가능해 공방이 빠른 사브르 경기에 사용하는 펜싱용 검은 달라야 하는 것이다.
플뢰레(Foil) 펜싱용 칼
플뢰레 검의 무게는 500g 이하로 가장 가볍고, 검의 길이는 90cm, 가드를 포함한 검의 굵기는 지름이 12cm이며, 칼 끝을 일컫는 팁 모양은 네모형이다.
에페(Epee) 펜싱용 칼
에페 펜싱검은 770g 전후로 세 검 가운데 가장 무거우며, 플뢰레와 동일하게 길이는 90cm이고, 굵기는 더 두꺼운 지름 13.5cm이며, 팁은 v자 모양이다.
사브르(Sabre) 펜싱용 칼
마지막으로 사브르 펜싱검은 플뢰레 검의 무게에 가까운 500g 전후이며, 날의 길이는 85cm로 가장 짧지만, 찌르기뿐만 아니라 베기도 가능하도록 팁은 Y자 모양을 하고 있고, 가드를 포함한 두께는 가로가 14cm, 세로가 15cm로 전반적으로 플뢰레 펜싱칼보다 큰 느낌을 낸다.
신규 펜싱 종목 사브르 라제(Sabre Laser)
마지막으로 다뤄볼 펜싱 종목은 사브르 라제다. 사브르 라제는 2020년 종주국인 프랑스의 펜싱협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광선검’, 즉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를 사용하는 펜싱이다.
사브르 라제에서 사용하는 라이트세이버는 실제로 LED로 빛을 내고,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검을 휘두르는 소리나 검이 맞닿는 소리도 증폭해서 내서, 실제로 <스타워즈>에서 제다이들이 싸우는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속 라이트세이버가 초고온 플라즈마 무기로써 닿기만 해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것처럼, 사브르 라제는 상대 몸의 어디든 광선검이 닿기만 하면 점수로 인정받는다. 즉, 사브르(Sabre)와의 차이는, 사브르 라제(Sabre Laser)는 전신의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고, 비슷한 점은 찌르기뿐만 아니라 베기도 가능하다는 점과 우선권이 있어 동시타일 경우 공격자가 득점한다는 것이다.
또한 런웨이처럼 긴 무대에서 펼쳐지는 다른 펜싱과 달리, 넓은 원형 필드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특징도 있다. 단지 영화 <스타워즈>의 광팬들이 즐기는 놀이 정도로만 여겨졌던 라이트세이버 격투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펜싱 협회에서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펜싱이라는 종목이 얼마나 더 성장하고 대중화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