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이야기

LA 근처 등산, 트레킹 추천 : 토팽가 주립공원

저피 2023. 3. 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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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와서 바다는 참 많이 놀러 갔는데, 산을 간 건 손에 꼽히는 것 같다. LA라는 도시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리가 잘 된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이 많은 곳이라,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가까운 토팡가 주립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주민들은 가벼운 산책 삼아서도 자주 찾는 곳인데, 등산을 하고 나니 여행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팡가 주립공원(Topanga State Park)을 추천하는 이유

뒤에 나올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내가 토팽가 주립공원을 찾은 날은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가끔씩은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바다와 도시를 내려다보는 멋진 경치를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이 잡히지 않는 자연의 안갯속에 갇혀 있는 것도 나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맑고 화창한 날에 볼 수 있는 경관이 어떤 지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팡가 주립공원 등산을 추천할 만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도심에서 매우 가깝다.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는 10km 정도 되는 거리에 있으며, 해변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말리부 초입에 있다. 특히 내가 등산을 시작한 출발점인 로스 레오네스(Los Leones)는 더 게티 빌라(The Getty Villa) 바로 뒤에 있고, 선셋 비치(Sunset Beach)에서도 1.5k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토팽가 주립공원은 등산과 트레킹 중간 정도의 완만한 흙길로 되어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흙길이고 경사가 완만하다. 등산이랑 트레킹 중간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토팽가 주립공원은 등산객뿐 아니라 트레일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나 마운틴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 중간 지점들이 적절한 거리로 떨어져 있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만 코스를 자유롭게 짤 수 있다. 로스 레오네스에서 출발하면 왕복 기준으로 1시간, 2시간, 4시간, 5시간의 적당한 코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물론 공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10시간을 봐도 트레일을 다 돌지는 못한다).

 

▷ 토팡가 주립공원은 입장권이 따로 없이 무료다. 그리고 내가 주차를 한 곳은 주차비도 받지 않아, 등산을 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다. 다만 일부 출발지점에는 주차비를 받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경치 좋은 곳곳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 토팡가 주립공원은 말 그대로 주에서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대체로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안전하다. 벤치나 피크닉 테이블 같은 편의시설이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등산로는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산 소요시간과 난이도

로스 레오네스→트리펫 랜치 경로 (빨간색으로 표기)

나는 로스 레오네스(Los Leones)에서 시작해 트리펫 렌치(Trippet Ranch)를 찍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걸었다. 20km 정도가 되는 거리이며, 2번의 짧은 휴식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나는 걷는 속도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편이라, 실력에 따라서 해당 코스는 왕복 기준으로 3시간~5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경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만했다. 경사가 없지는 않지만 하체에 힘을 주고 계단 오르듯 올라야 할 만큼 심한 곳은 없었고, 전부 흙길이어서 발바닥에도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실 등산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천천히 산책하듯 오른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걸을 수 있을 법한 길이었고, 실제로도 노인이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 팁

지도앱에서 로스 레오네스 트레일(Los Leones Trail)을 찍고 오다 보면 로스 레오네스 드라이브(Los Leones Drive) 곳곳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정식 주차 공간은 세 군데 정도 있으나, 갓길에도 주차를 할 수 있으니 언제 가든 자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날과 시간대인 토요일 정오 즈음에 갔는데 주차장이 꽤나 널널했다.

로스 레오네스 드라이브 주차장 위치와 트레일 출발지점

로스 레오네스 드라이브는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가능하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끝까지 올라온 다음에, 내려가면서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이 좋다. 로스 레오네스 드라이브의 끝자락에 오면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가 있다. 그 교회 옆에 10대 정도의 차가 들어가는 마지막 주차 공간이 있으며 트레일의 출발지점에 붙어있다.

 

 

 

토팡가 주립공원 등산 코스 상세 설명

토팽가 주립공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등산 코스는 다양하지만, LA 도심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접근성이 높고 부담이 적은 코스는 로스 레오네스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싶다.

로스 레오네스 트레일과 파세오 미라마르 뷰포인트

로스 레오네스 트레일 입구를 지나면 1~2명이 걸을 만한 좁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1.9마일(3km)을 쭉 따라가면 파세오 미라마르 뷰포인트(Paseo Miramar Viewpoint)라는 공원이 나온다. 좁은 길만 걷다가 넓은 공터가 하나 나오는 것이니 놓칠 일은 없겠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으로, 산책 삼아 여기까지만 올랐다가 되돌아가는 주민들도 많다. 내가 간 날은 흐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무척 예쁘다고 한다.

러너와 바이커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스트 토팽가 파이어 로드

그다음 왼쪽으로 꺾어 계속 높은 고지를 향해 올라가면 이스트 토팽가 파이어 로드(East Topanga Fire Road)를 타게 되는 것이다. 이 트레일도 다음 지점까지 동일하게 1.9마일(약 3km)동안 이어진다. 여기서부터는 길의 폭이 5~6명은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넓어진다. 그래서 트레일 러닝을 하거나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이스트 토팽가 파이어 로드를 가다 보면 중간 지점에 봉수대로 보이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봉수대 건물이 보이는 시점에 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데, 오던 길을 쭉 올라가면 파커 메사 오버룩(Parker Mesa Overlook)이라는 고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꺾으면 트리펫 랜치(Trippet Ranch)로 가는 트레일이 이어진다.

봉수대가 보이는 길로 쭉 가면 파커 메사 오버룩이, 오른쪽으로 틀면 트리펫 랜치가 나온다

나는 트리펫 렌치로 꺾었고, 봉수대 건물로부터 2.5마일(4km) 정도 되는 길을 쭉 걸었다. 참고로 봉수대 건물에서 파커 메사 오버룩까지는 0.5마일(0.8km)이라, 5시간 코스를 만들고 싶다면 파커 메사 오버룩을 찍고, 봉수대로 돌아와 트리펫 렌치를 가도 괜찮을 것 같다.

 

트리펫 랜치는 토팽가 주립공원 주요 명소들의 중심부에 있어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출발지점이다. 근처에 캠핑장도 있고, 주차비는 유료($10)지만 주차공간도 널널하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적절히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10분가량 쉬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온 길을 돌아와 총 20km가량의 등산 내지는 트레킹을 마쳤다.

 

한국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LA도 도심에만 있다 보면 답답해진다. 이럴 때 차 타고 30분 거리에 숲 속 깊이 가벼운 산책부터 힘든 등산까지 할 곳이 널려 있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다음에는 LA 주변의 국립공원도 하나씩 방문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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