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이야기

LA 카페 추천 : 필즈 커피 (Philz Coffee)

저피 2022. 10.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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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시사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추위가 매서운 한겨울에 이따금 마시는 카페라떼를 제외하고는 핸드드립이나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법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내가 LA에서 적어도 2주에 한 번 꼴로 마시는 베리에이션 커피(variation coffee)가 하나 있다. 바로 필즈 커피(Philz Coffee)에서 파는 아이스 민트 모히토(Iced Mint Mojito)다.

 

필즈 커피 리뷰

 

필즈 커피(Philz Coffee)를 처음 알게 된 건 4~5년 전,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당시 출장지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나를 필즈 커피로 인도했다. 그러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내게 강권의 수준을 넘어 강매로 아이스 민트 모히토를 주문하게 했다.

거칠기만 했던 그의 주도로 주문한 커피는, 불편해진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일 만큼 맛있었다. 글을 작성하는 2022년 9월 기준으로, 필즈 커피는 한국은 둘째치고 아직 해외 진출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는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나 블루보틀(Blue Bottle)과 함께 차기 스타벅스로 꼽히는 브랜드다.

 

 

필즈 커피 기본 정보

 

필즈 커피 내부

필즈 커피는 200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가게를 열었다. 가게 이름(Philz Coffee)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창립자의 이름은 바로 Phil Jaber와 그의 아들 Jacob Jaber이다.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필(Phil)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필즈 커피를 차리기 전에 25년 간 미션 지역(Mission District)에서 편의점을 운영했다. 개인 시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커피를 연구하다가 25년 만에 마침내 편의점 한 켠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한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그간 필이 지역사회에서 입지를 굳힌 덕에 커피는 불티나게 팔렸다. 커피를 팔기 시작한 지 2년 후인 2005년에 필의 아들 제이콥(Jacob)이 CEO로 나서며, 필즈 커피의 비즈니스 확장을 주도했다.

 

2010년 대에 들어 대규모 투자를 받기 시작한 필즈 커피는 2016년에 성공적으로 시리즈 C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는 미국 내에 약 7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매장은 캘리포니아 주(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샌디에이고, LA 등)에 있지만 중부(시카고)와 동부(워싱턴 DC)에도 매장을 차리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필즈 커피 주요 특징과 매장 분위기

필즈 커피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오픈형 키친이다. 매장의 한 벽에 긴 에스프레소 바가 위치해 있고 그 너머로 바리스타들이 쉴 새 없이 음료를 제조한다.

 

주문과 결제를 하고 나면, 에스프레소 바 앞에서 본인이 시킨 음료가 제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필즈 커피에서는 다양한 베리에이션 커피를 취급하기 때문에, 커피를 제조하는 데에 기계보다 바리스타 손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구경하는 맛이 있다.

 

LA 필즈커피 매장 내부

 

픈형 키친에서 알 수 있듯이 필즈 커피는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보다는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카운터 너머의 넓게 개방된 공간에서 바리스타들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가게를 마치 집처럼 더 편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이는 카페의 밝은 인테리어나, 내부에 걸려 있는 팝아트 소품들, 흘러나오는 대중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어쩌면 카페가 처음 문을 연 미국 서부(Westcoast) 문화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자고로 적당한 소음과 번잡함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하는 법이다. 내가 주말에 글을 읽고 쓸 장소로 필즈 커피를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즈 커피 대표 메뉴 아이스 민트 모히또

서론에서 미리 밝혔듯이 내가 추천하는 필즈 커피의 음료는 다름 아닌 아이스 민트 모히또(Iced Mint Mojito)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민트 라떼’정도가 되겠는데, 음료에는 커피와 민트, 그리고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다.

 

필즈 커피 시그니처 메뉴 아이스 민트 모히또

 

설탕과 크림은 소위 “하우스 방식(the house way)”으로 주문했을 때 들어가는 재료인데, 아무래도 칼로리가 높다 보니 이를 빼고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지 주문을 받을 때 직원이 통상 “Do you want it the house way, sweet and creamy?(설탕과 크림을 넣은 하우스 방식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를 물어본다.

 

물론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이스 민트 모히또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하우스 방식을 추천한다. 상큼한 민트가 달고 크리미한 맛을 잡아주는 조화가 이 음료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아이스 민트 모히또를 주문하면 사진과 같이 마지막에 민트 생잎을 넣어주는데, 음료를 마시면 이 민트 잎에서 나오는 상큼한 향이 먼저 코를 찌르고, 이어서 부드러운 라떼가 입 안을 감싼 다음, 달콤한 맛이 퍼지는데, 단계별 자극이 다채로우면서 통일감이 있다.

 


 

필즈 커피는 마크 저커버그가 임대료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Meta 본사에 입점을 부탁해 성사시킨 사례로도 유명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부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필즈 커피가 하루 빨리 한국에도 소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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